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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geun Mar 17. 2023

“깊이를 더해 경험을 풍성하게 하다.”

올딧세

“깊이를 더해 경험을 풍성하게 하다.” - 올딧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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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는 Food & Berverage로 밖에서 음식을 사 먹는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업을 통칭하는 말이다. 우리네 ‘식’ 개념이 생존에서 그 범위를 확장했듯, 오늘날의 F&B는 먹고 마시는 일차원적인 접근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경험에 집중하여 일상을 환기한다. 맛과 이를 한껏 끌어올려 줄 공간과 분위기에 신경 쓰고, 정교한 기획을 바탕으로 소비자의 이목을 끈다.


공간이 크면, 공간에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어 경험이 다채로워 지지만, 공간이 작으면 담아낼 요소는 적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맛에만 집중하기엔 소비 트렌드가 변한 이 시기에 매리트 없는 공간이 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작은 공간은 공간에 깊이를 더해 경험을 풍성하게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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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구 주택가에 들어선 카페, ‘올딧세’는 기와집을 리모델링했다. 그만큼 카페로 향하는 진입로는 옛날 그대로다. 담장으로 둘러쳐진 골목길을 지나 마주하게 되는 비교적 넓은 공간은 예상치 못한 장면을 보여준다. 절벽과 건물 뒤로 보이는 높은 건물과의 대비는 우리의 일상을 환기해주기에 적합하다.


집과 집을 구분하는 담장은 땅이 깎여 만들어진 암벽이며, 이는 건물 내부까지 확장한다. 내외부를 구분하는 벽 대신 유리를 사용해 공간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동시에, 드러난 지붕 구조와 덕분에 새겨진 그림자로 공간의 성격을 달리하며 깊이를 더한다. 그래서 집보다는 동굴에 온 느낌이 강하다.


공간을 둘러보면서 가장 궁금했던 건, 붉게 칠해진 벽이었다. 어떤 이유가 있을까 하며 깊이 생각하던 도중, 벽 한쪽에 붙은 포스터를 발견하고 답을 찾게 되었다. 바다 위 홀로 있는 섬, 무인도를 떠올릴 듯싶다. 하지만 붉은 빛과 섬을 함께 떠올려 보니, 화산섬인 제주도가 유일했다. 용암이 분출하면서 가스와 뒤섞이며 미세한 구멍을 가지게 된 다공질의 화산 송이는 붉은 빛을 띈다. 이를 깨달은 순간, 이곳은 제주도 속 동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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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경험을 할 수만 있다면, 기꺼이 먼 길도 달려와 경험하는 시대가 되었다. 작지만 깊이를 통해 경험을 풍성하게 해주는 올딧세는 눈에 띄지 않는 간판과 골목 끝에 숨어있음에도 사람들로 북적인다. 이곳이 변화하는 F&B 트렌드를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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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글 : 신효근 ( @_hyogeun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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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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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한강대로21길 29-16 1층

매일 11:30 -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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