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yogeun Mar 21. 2023

”변화를 맞는 공간을 위해“

노원구청 로비

”변화를 맞는 공간을 위해“ - 노원구청 로비

-

마을에는 마을회관이 있었다. 그곳에선 잔치가 열리기도 하고, 때론 사랑방으로 담소를 나누기도 했으며, 무더운 날 더위를 피하곤 했다. 도시화로 주택이 아파트가 되었듯, 마을회관은 공공청사가 되었다. 특히 민원을 접수하는 주민센터를 주민과 소통하는 최일선의 시설인 만큼 마을회관처럼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다양한 활동을 담아내며 자체적으로 이를 창출해낼 수 있어야 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공공청사가 지녀야 할 공공성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지어진 대부분의 청사는 기계적으로 실을 넣고 배치만 했다. 많은 행정과가 있는 ‘노원구청’ 역시 필요한 실을 기능적으로만 구성하고 끝내버린 탓에 화합 장소는 사라졌다. 그나마 주민들이 모이고 흩어지기를 반복하는 로비가 그 가능성을 지녔지만, 로비의 애매한 크기와 공간 구조는 역할을 충분해 해낼 수 없었다. 구청이 증축되고 공공청사의 역할이 대두되면서 비로소 로비는 변하게 된다.


로비는 리모델링을 통해 크기를 키우고 구조를 정돈했다. 불특정 다수의 인원이 모이는 마을회관처럼 이곳 또한 휴게공간을 마련하여 언제든지 편하게 들려 쉬다 갈 수 있다. 업무만 보고 나오는 청사, 대기표를 뽑고 기다리는 로비는 사라졌다.


천창으로 들어오는 빛과 심어진 식물은 내부를 화사하게 하며, 천장에 설치된 루버가 시각적으로 공간을 쾌적하고 넓어 보이게 한다. 일부는 복층 형태로 공간을 따로 마련해 층고 높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했다. 거기에 높이의 변주를 준 가구로 다양한 높이에서 공간을 경험할 수 있다.


로비의 리모델링은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까지 바꿨다. 구청에 치장된 백색 타일과 어울리는 재료를 사용하되, 밖에서도 공간의 용도를 구분 짓기 위해 밝은색 테라코타를 사용했다. 거기에 화단으로 막혀있던 진입로를 뚫어, 주차장을 거치지 않고 보다 안전하게 인도에서 곧바로 진입할 수 있다.


무엇보다 로비를 감싼 외벽을 허물고 사람 키 높이까지 오는 슬라이딩 도어가 눈에 띈다. 쉽게 여닫을 수 있는 도어는 외부와 내부를 자연스레 연결해주며, 도시와 대화한다. 친근감이 담겨 내부에서 경험이 다채롭다. 걸리는 선 없이 수평의 긴 창을 통해 풍경을 안으로 끌어들이며, 따뜻한 날엔 문 전체가 열려 허물없이 사람들이 로비를 오갈 것이다.

-

오래전에 지어진 공공건축물은 공공이라 부르기엔 단어와 이미지가 매치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노원구청 또한 다른 청사 건물과 다를 바 없었지만, 변화를 통해 건물 전체의 분위기를 바꿨다. 이번 사례가 변화를 마주해야 하는 공공건축물에 좋은 본보기가 되어줄 것이며, 공공을 넘어 건물에서의 로비 공간이 지니는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다.

-

건축 : 구보건축사사무소 ( @guboarchitects )

사진, 글 : 신효근 ( @_hyogeun_ )

-

#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

서울 노원구 노해로 437 노원구청 1층 로비

매일 09:00 - 18:00

작가의 이전글 “깊이를 더해 경험을 풍성하게 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