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yogeun Mar 24. 2023

“켜켜이 쌓인 땅, 켜켜이 나열된 건물”

김근태기념도서관

“켜켜이 쌓인 땅, 켜켜이 나열된 건물” - 김근태기념도서관

-

서울로 향하는 북측 관문인 도봉동은 도봉산과 수락산이 만나 형성된 골짜기에 자리한다. 중랑천이 흐르고, 이를 갈랐던 군사시설의 흔적도 보인다. 지역민의 터전인 아파트 단지와 주택, 그 반대편에는 이방인인 등산객을 위한 음식점의 행렬. 자연의 경이로움과 시간의 흔적, 삶터와 놀이터의 조화가 켜켜이 쌓인 이곳에서 그 켜를 나열하는 듯한 형상의 건물은 눈에 띈다.


김근태기념도서관은 도봉산으로 향하는 길목에 자리하여 산을 배경으로 우두커니 서 있다. 대지는 대로변과 사선으로 맞닿아있지만, 건물은 도로와 직접적으로 면하지 않고 조금씩 뒤로 물러나, 사람들을 자연스레 안으로 끌어들인다.


크지 않은 이형의 땅은 건축 행위에 많은 제약을 준다. 단순한 도서관(Library)을 넘어 민주주의자 故 김근태 선생을 기억하는 기록관(Archives)과 박물관(Museum)의 기능 또한 담아내야 하는 ‘라키비움(Lachiveum)’은 낭비되는 공간 없이 각 공간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좁은 대지에 해당 프로그램을 알차게 넣기 위해 이곳은 격자 형식으로 공간을 구성했다. 도서관, 기록관, 전시관 순서로 실을 배치하되, 한 축은 같은 공간에서 이동을 담당하며, 다른 축은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는 복도 역할을 한다. 수직 축은 수직 동선을 만들어 각층을 연결한다. 덕분에 생겨난 사이 공간에서는 수락산의 산세를 바라볼 수 있으며, 중정을 통해 프라이빗한 외부 공간도 마주할 수 있다.


내외부가 반복되어 켜켜이 쌓이는 모습은 공간에 깊이를 주고, 이는 외부에서도 쉽게 보인다. 뒤로 갈수록 낮아지는 건물과 옆으로 한 칸씩 돌출되는 모습은 리듬을 만들고 각 실은 독립적인 입구를 가지게 되어 쉽게 건물에 드나들 수 있다.


계단 밑 버려지는 공간도 서가로 활용하고, 층높이를 높게하여 공간을 넓힌다. 옥상은 계단식 테라스를 만들어 낭비되는 공간 없이 알차게 건물을 사용한다.

-

켜켜이 쌓인 故 김근태 선생의 업적이 오늘날 우리에게 교훈을 주듯, 이를 담아낸 건물은 공간과 형태로 나타난다. 그래서일까, 켜켜이 쌓인 땅과 시간의 흔적을 담은 도봉동과 어울린다.

-

건축 : 여느건축디자인 건축사사무소 ( @yeoneu_architects )

사진, 글 : 신효근 ( @_hyogeun_ )

-

#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

서울 도봉구 도봉산길 14

평일 09:00 - 20:00

주말 09:00 - 17:00

월요일, 공휴일 휴관

작가의 이전글 ”변화를 맞는 공간을 위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