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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geun Jun 13. 2023

“비추어 채워지는 경험”

불암산 엘리베이터 전망대

“비추어 채워지는 경험” - 불암산 엘리베이터 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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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노원구 상계동, 중계동과 남양주시 별내면의 경계에 솟은 바위산인 불암산은 산의 모습이 승낙을 쓴 부처의 모습과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능선이 길게 뻗어 시원한 경치를 맛볼 수 있고, 산길이 험하지 않아 가볍게 오를 수 있다. 불암산 정상으로 향하는 산자락에는 ‘불암산 힐링 타운’이 조성되어 있는데, 생태 연못, 나비 정원, 철쭉 동산, 불암산 전망대가 있고, 이들 모두 무장애 길로 연결되어 접근성이 좋다.


철쭉 동산을 지나 신설 데크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불암산 전망대’가 보인다. 유려한 곡선을 가진 전망대와 이를 강조하며 올라가는 계단은 주변 자연과 어울린다. 곡선을 이루는 계단은 전망대에 오를 때 리듬을 만들어 지루함을 떨쳐내고, 앞에서 진입해 전망대 뒤쪽으로 도달하는 경로를 통해 사람들이 오르내리면서 경관을 가리지 않게 한다. 전망대의 가장 큰 특징은 형태도 있지만, 천장에 설치된 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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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매무새를 다듬을 때 보게 되는 거울은 일상에서 쉽게 마주하는 재료라 특별함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거울이, 정확히 말하자면 반사 성질을 가져 거울과 같은 역할을 하는 재료가 공간의 한 요소로 작동하면, 그 인상은 강렬해진다. 공간에서 거울을 사용하는 대표적인 예는 한쪽 벽면에 설치하는 경우다. 좌우가 바뀐 상을 반사하는 동시에 빛도 반사하기 때문에 음지를 밝힌다. 간혹 이러한 특성을 이용해 건물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불암산 파빌리온이 그렇다.


높지 않은 전망대는 하부가 골조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기능상의 이유로 하부는 상부에 비해 중요도가 떨어져 디자인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상부에 의해 그림자 져 음지가 된다. 불암산 전망대는 그런 문제를 알았는지, 알루미늄판을 붙여 데크와 숲, 사물에 난반사된 빛을 비춰 어둠을 걷어낸다. 계단을 타고 전망대에 오르거나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순간 모두, 천장을 바라보며 보행자 시선에서 볼 수 없는 경치를 보여준다. 비추어 경험을 채우는 전망대는 오르는 과정까지 디자인한 덕분에 매력적인 휴게 공간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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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 운생동건축사사무소 ( @usdspace2022 )

사진, 글 : 신효근 ( @_hyogeun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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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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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 중계동 산95-1

하절기 04:30 - 22:00

동절기(11월-2월) 05:00 -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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