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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geun Jun 16. 2023

“존재감이 부여될 때”

젊은 모색 2023 : 미술관을 위한 주석


“존재감이 부여될 때” - 젊은 모색 2023 : 미술관을 위한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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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은 작품이 돋보여야 하므로, 대부분의 전시장 벽은 하얗고 천장은 밝으며, 바닥은 어둡다. 동시에 벽은 작품 전시를 위해 바닥과 수직을 유지하고, 기둥은 각 섹션을 구분하는 경계선이 되어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다. 기둥, 바닥, 축대, 천장은 공간 구성에 필수 요소지만, 전시장에서만큼은 존재해도 존재해서는 안 된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진행하는 <젊은 모색 2023: 미술관을 위한 주석>은 탄소 중립, 기후 위기가 공간 변화를 촉구하는 이 시점에서 등한시되었던 공간의 각 요소에 집중한다. 전시 주제의 ‘주석’처럼 미술관이라는 공간에 대한 공간적, 시간적 이해를 확장하고 최종적으로 새로운 공간 변화 방향성을 ‘모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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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종의 <범위의 확장>은 기둥 자체가 가진 구조적 특성을 확장해 관객이 앉아서 쉬게 하거나, 새로운 재료를 입혀 기둥을 두껍게 하고 분절시켜 시선을 끈다. 기둥 자체를 해체하는 작업과 거울의 사용으로 기둥 본연의 형태를 감춤으로써 기둥의 본질에 다가가게 한다.


황동욱의 <순간, 흔적, 물체/공간>은 빛을 이용하여 천장에 상을 만든다. 과천관의 원형 홀은 작품, 관객, 햇빛과 같은 여러 요소의 상호작용이 공간 경험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작품 또한 움직이는 빛과 고정된 사물과의 관계를 통해 천장에 투영되는 그림자가 순간의 흔적을 남긴다. 그러면서 전시장에 깊이를 더한다.


씨오엠의 <미술관 조각모음>에서는 과천관을 구성하는 원형 매스, 회랑, 축대와 다리를 작은 스케일로 줄여 오브제로 재해석했다. 축소된 요소들이 전시장에서 배치된 모습을 통해 과천관의 배치도를 새롭게 그려보게 한다. 여기에 수납 기능을 더해 가구로 사용하기 때문에 작품이 놓인 공간은 방과 밖을 교차시킨다.


정현의 <명명된 시점들>에서는 과천관의 도면과 사진을 재해석하고 허공에 매달아 무겁고 숭고했던 건축 작품 이미지를 탈피시킨다. 각 자료 뒷면에는 그것들이 오늘날 가지는 의미를 반추하고, 유리를 통해 전시장과 나의 모습을 끊임없이 비추어 과거와 현재의 간극을 줄인다.


전시장 1관과 2관 사이, 아트리움에는 뭎의 전시가 이어지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기능을 상실한 Y자 계단에 주목한다. <천왕문>, <제단>, <용광로>가 순차적으로 이어지며, 작품을 통과하고 그 위를 걷는 관객들은 전시장 중추를 다시금 인지하게 된다.


이처럼, 잊혔고, 돋보이면 안 되었던 전시장의 각 요소에 ‘예술’을 부여함으로써 존재감이 생겼다. 주석은 낱말이나 문장의 뜻을 쉽게 풀이한 것이다. 작품에 달린 주석을 통해 관객은 작품 의도를 면밀히 들여다보게 된다. 전시 마지막, 14번째 주석인 ‘나에게 미술관이란?’은 전시를 관통하는 주제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 보게 만들며, 미래 전시 공간이 나아갈 올바른 방향을 모색하게 한다. 과거와 현재를 알아야, 미래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시를 감상하면서 주석에 여러분들의 생각을 달아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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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9월 1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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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글 : 신효근 ( @_hyogeun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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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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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과천시 광명로 313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매일 10:00 - 18:00 (월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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