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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geun Aug 18. 2023

“잔잔히 스미는 자극”

로우 클래식

“잔잔히 스미는 자극” - 로우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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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고 퇴화한 건물일수록 공간에 머물렀던 사람의 기억과 생활상, 시대의 양식이 담긴다. 이런 공간이 새 단장하는 방법은 세 가지다. 완전히 새롭게 뜯어고쳐 기존의 흔적을 지워버리는 재건축, 일부는 남기고 일부는 새롭게 바꾸는 리모델링, 완전히 남겨두는 보존으로. 보존은 공간의 역사성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논외로 본다면, 필자는 재건축보다 리모델링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신축과 재건축은 기존 건물의 유무와 상관없지만, 리모델링은 기존 건물이 있어야 가능한 선택지다. 그래서 바탕이 되는 공간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특별하다. 또한 새로움도 그만의 매력은 분명 존재하지만, 오래된 것과 공존해야 그것의 매력은 더욱 부각되는 법이다. 서로 다른 시대, 때 묻지 않은 깨끗함과 시간이 묻어나는 고즈넉함이 만나 이뤄내는 대비는 사람을 자극한다. 누군가는 과거의 흔적이 기억 속 추억을 자극하고, 새로움에 익숙한 젊은이들은 익숙지 않은 오래된 것에 자극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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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빌딩을 리모델링한 ‘로우 클래식’은 브랜드의 쇼룸이자 오피스다. 1960년대 총리의 관저로 사용되다 2022년 새 단장을 마쳤다. 본 건물은 한국의 현대건축 양식을 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시대에 유행한 포스트모더니즘 양식이다. 계단실을 과장되게 넓혀 돋보이게 하고, 지붕 선에 비해 원형 벽면을 키워 강조한다. 기둥처럼 보이는 기하학적 형태는 반복되고 계단실을 기준으로 대칭을 이룬다. 해당 양식 자체가 상징성을 지니고 있기에 관저 건물에도 최적이었을 것이다.


그 시대의 양식과 그 당시 용도를 짐작하게 하는 본건물은 미래 빌딩이 가지고 있던 매력 일부를 유지한다. 1층 조명이나 대리석 벽, 원형 벽돌벽과 가장 눈에 띄는 ‘미래 빌딩’ 간판까지. 거기에 조금씩 손봐 매력을 부여한 부분도 돋보인다. 난간을 수리하면서 긴 삼각형 막대기를 덧붙여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계단 난간을 만드는가 하면, 마감재를 드러낸 거친 계단 표면에 철재 판을 덧대어 새로움과 대비시킨다. 말끔한 벽으로 만든 프레임은 건물의 시간을 담은 목재 천장과 벽돌벽을 비추며 기존의 것을 특별하게 보여준다. 켜켜이 쌓인 시간과 함께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켜를 만들며 공간은 다채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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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 높은 자극이 지속되면 사용자를 피곤하게 하지만, 잔잔히 스미는 자극은 머릿속에 오래도록 남는다. 서울을 기반으로 설립한 패션브랜드인 로우 클래식의 제품이 클래식과 위트가 공존하며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으로 다가가듯, 잔잔한 자극으로 스미는 공간 또한 브랜드를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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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 : 이혜인 디자인 스튜디오 ( @studioleehaeinn )

사진, 글 : 신효근 ( @_hyogeun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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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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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동호로15길 43 미래빌딩

매일 12:00 -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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