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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geun Aug 24. 2023

“어둠을 내몰 보편적 해결책”

응봉 테라스

“어둠을 내몰 보편적 해결책” - 응봉 테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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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교는 보행사고 감소를 위한 방안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보행자와 차량 동선을 물리적으로 떨어트려 자동차 통행 흐름을 끊지 않기 위함이었다. 육교를 산업화 시대의 상징이라 말하는 건, 자동차에 밀려난 보행자의 위치를 단적으로 보여 주기 때문이다. 그런 육교가 오늘날 도시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늘어난 교통 약자와 함께 중시된 보행자 친화 도시 조성은 물리적인 보행 환경 개선과 더불어 도시 미관 향상에도 관심을 기울이도록 했다. 지면에 떠 있는 구조물은 음지를 만드는데, 보행로에 놓인 육교 계단 하부 공간은 위생과 안전 면에서 도시민을 위협했다. 육교가 횡단보도와 신호등으로 대체되는 순간은 도시가 보행자에게 눈길을 돌리는 방향 전환점인 셈이다.


육교와 동일하게 고가 도로, 다리 하부도 음지를 만든다. 하지만 차도가 지하에 매설되거나 자동차가 드론으로 대체되지 않는 이상, 고가 하부는 동전의 양면과 같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골칫덩어리로 남는다. 더 나은 도시를 위해서 우리는 방치하기보다 물리적 해결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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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봉교 하부에 자리한 ‘응봉 테라스’는 고가 하부를 매력 넘치는 쉼터로 탈바꿈했다. 구조물이 설치되기 전에 해당 부지에는 운동기구가 있었다. 공간의 쓸모를 다하려 노력했지만, 높은 단 차이로 인해 떨어지는 접근성, 몇 안 되는 가로등은 고가 하부의 어둠을 내몰기엔 역부족이었다.


높은 단은 잘게 쪼개어 계단식 광장을 만들고 물결치듯 휘감은 지붕은 보행자 동선을 안으로 엮는다. 굴곡진 반사판은 도로에 반사된 빛을 고가 하부로 비추어 낮에도 어두운 공간을 밝히고, 밤에는 지붕 프레임과 벤치의 간접 광을 밖으로 반사해 주변을 밝힌다. 외부와 내부의 경계가 모호하여 다양한 이벤트를 수용할 수 있는 ‘테라스’처럼 이곳 또한 다양한 사람들, 흐르는 시간 속 일어나는 많은 이야깃거리를 담아낼 것이다.


예전에 소개했던 ‘다락 옥수’와 ‘종암 박스파크’는 건축물의 용도가 정해져 있고 비교적 많은 예산이 필요하며, 법적으로 풀어야 할 과정도 많아 보편적 해결책이 되기 어려웠다. 응봉 테라스는 임시 가설 건축물인 파빌리온에 가깝기 때문에 보다 자유로운 조건 속에서 적은 예산으로 진행할 수 있다. 육교나 고가 도로와 같이 기능에 충실한 인프라스트럭처는 형태가 비슷하여 만들어 내는 음지 또한 비슷하다. 최소한의 제스처로 도시 미관을 극적으로 향상시킨 응봉 테라스는 다른 음지에서도 어둠을 내몰 보편적 해결책을 제시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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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 요즈음건축 ( @yza_official_ )

사진, 글 : 신효근 ( @_hyogeun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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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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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 응봉동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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