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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geun Sep 05. 2023

“미래의 100년, 서울은 어떻게 변할까“

 제4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미래의 100년, 서울은 어떻게 변할까 : 자연의 독립에서 공존으로” - 제4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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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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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30년, 선조들이 도읍지를 정할 때 가장 먼저 고려했던 건, 산과 물, 바람과의 공존 여부였다. 추운 바람을 막는 북악산과 북한산을 등지고, 한강에 식어서 불어오는 남쪽 바람이 도읍지의 열기를 식히는 도시. 한양은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생태적 도시였다. 자연을 적극 활용하는 선조들의 지혜는 몸에 밴 습관이었다. 허나 그 습관은 도시 개발로 변질하였고, 근 100년 동안 서울의 자연은 훼손되었다.


올여름, 우리는 더 이상 돌이킬 수 없으며 나빠지기만 하는 현 상황을 직접 경험하고 목격했다. 10분만 걸어도 온몸이 땀에 젖고, 비가 오지 않아도 습한 날씨. 해외 일부 도시는 자동차 범퍼가 녹고, 숲이 타며, 가뭄으로 사상자까지 발생했다. 변화하는 자연과의 공존보다 독립을 선언한 근현대 건축은 열기를 식히기는커녕, 도시를 뜨겁게 달구기만 했다.


모두가 체감한 위기의 순간은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대안과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가야 하는가?’에 대해 질문하게 한다. 이번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주제가 ‘땅의 도시, 땅의 건축’인 이유와 선조들의 습관이 아직 우리에게 남아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조병수 건축가가 총감독으로 임명된 건 당연한 수순이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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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그들이 제안하는 미래 서울은 어떤 모습일까. 높일 곳은 높이고 비울 곳은 비우는 고밀도 다층 도시를 통해 개발로 사라진 땅길, 물길, 바람길을 회복한다. 동시에 인공이지만 자연스러움이 묻어나는 골목길도 회복하고자 한다.


길을 만드는 건 기후 위기 대응과 함께 눈에 보이지 않는 동선, 인간관계의 조율과 재편도 포함된다. 도심의 열기를 식히는 방법으로 땅을 재조직하고 물길을 끌어와 도시를 열어 바람길을 만든다. 이러한 시도는 건물이 자연과 상호작용하고 사람이 인공과 자연을 오가며 움직이도록 한다. 결과적으로 사람과 사람이 마주칠 여지를 만든다. 살기 좋은 도시, 낭만의 도시는 겉으로 보이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사람들과 관계 맺음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잊지 말자.


본 전시는 한국을 대표하는 여러 건축가와 해외 건축가들이 ‘땅’을 바라보는 시선에 집중하며, 해외 도시 사례를 연구하고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서울 미래 모습을 그려본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며 땅과 관계 맺는 만큼 전시대는 재사용 되도록 디자인되었고, 자연과 교감하는 현장 프로젝트가 추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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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서울시는 서울로 7017을 시작으로, 고가 하부 개선 사업, 숲속 도서관과 같이 보다 나은 도시를 위해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진행해 온 바 있다. 그러나 이는 ‘건축’에 한정된 프로젝트여서 도시 전체를 아우르며 시민들 삶 깊숙이 침투하기엔 물리적 한계가 존재했다. 고밀도 다층 도시는 건축이 아닌 도시 계획 측면에서 서울을 바라보기 때문에, 모두가 체감하며 사람들의 동선을 재조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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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가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지난 3회에 걸쳐 진행된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보다 시민들의 접근성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체험 프로그램과 여러 분야의 전문가와 인플루언서의 참여로 일반인이 쉽게 전시를 감상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건축의 진입장벽을 허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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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미래 100년, 서울은 어떻게 변할까. 기간과 서울에 한정 짓지 않더라도, 대한민국의 도시가 기후 위기에 대응하며 역사성을 바탕으로 미래 도시를 이끌 선발주자가 될까. 아니면 선발주자를 따라 하기 바쁜 후발주자로 남게 될까. 긴 시간 동안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를 준비해 온 이들의 노력이 단순 휘발성으로 끝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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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 : 서울시 ( @seoul_official , @seoulbiennale )

총감독 : 조병수 건축가 ( @byoungcho_arch )

사진, 글 : 신효근 ( @_hyogeun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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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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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기간 : 2023.09.01 - 2023.10.29

전시장소 : 열린송현 녹지광장,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서울시청 시민청(지하 1층), 전시관과 시민청 지하 연결 통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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