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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geun Oct 03. 2023

”아모레퍼시픽 vs 현대그룹, 승자는?“

HD현대그룹글로벌R&D센터

”아모레퍼시픽 vs 현대그룹, 승자는?“ - HD현대그룹글로벌R&D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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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의 좋고 나쁨을 따질 때, 가장 쉬운 방법은 비교다. 기준 대상보다 점수가 높으면 ‘좋다’, 그렇지 않으면 ‘나쁘다’고 평가하면 된다. 건물도 마찬가지이지만, 조금 다른 게 있다. 공간 일부가 일반인에게 개방된 사옥, 사용자만큼 관리자인 사서의 경험도 중요한 도서관과 같이 어떤 사용자에게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결과가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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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HD현대그룹글로벌R&D센터(이하 현대센터)’는 HD현대 17개 전 계열사의 연구, 지원 인력 5천여 명이 근무하는 통합 사옥이다. 현대센터가 자리한 대지는 분당-수서간도시고속화도로와 경부고속도로가 평행을 이루는 지점에 있다. 사방이 노출된 ‘명당’이기 때문에 본 건물은 큐브로 디자인하여 모든 면이 정면으로 인식되도록 했다.

좌) 현대센터 우) 아모레

사옥이면서 정육면체의 건물 하나가 번뜩 떠오른다.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이하 아모레)’이다. 유현준 교수는 위상기하학 관점에서 현대센터와 같은 건물과 아모레는 완전히 다른 건물이라 말한다. 실루엣만 같을 뿐, 구멍 없이 매끈한 면으로 이루어진 현대센터는 바람을 불면 단단한 구가 되지만, 아모레는 도넛이 된다. 그래서 공간 경험에도 차이가 생긴다. 아모레는 특정 층마다 아모레 가든과 연결된다. 직원은 상시 자연과 마주하며 층별로 다른 경관을 바라보며 휴식한다. 반대로 현대센터는 내부 보이드 공간으로 업무 공간이 둘러싸여 있으며, 층별 커뮤니케이션 데스크가 반복적으로 들어갔다 나오면서 업무 공간의 층고를 바꾼다. 샌드위치처럼 쌓은 층에 두 건물 모두 공간 경험에 변주를 주지만, 자연과 맞닿는 아모레의 경험보다 좋을 리 없다. 애초에 다른 형태이기 때문에 비교가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사용자를 직원으로 설정할 때, 자연과 맞닿은 우측 사진 속 아모레 경험이 좋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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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기준을 시민으로 바꿔보자. 두 건물 모두 시민에게 개방되어 있고 수직 보이드가 건물을 아우른다. 다르다면 접근성과 보이드 깊이 정도인데, 접근성은 사이트마다 고유한 특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논외로 본다면, 수직 보이드의 깊이가 깊은 현대센터의 경험이 더 극적이라 말할 수 있다. 층의 이동 없이 평지를 걷다 마주하는 아모레의 보이드와 다르게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며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현대센터 보이드의 경험은 다르다. 전자는 풍경을 스치며 보는 것과 달리, 후자는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다. 거기에 보이드로 노출된 직원용 엘리베이터는 움직이는 역동성과 결합하여 진입 경험은 배가 된다.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의 현대센터, 스치며 보는 아모레

공간 경험의 변주는 현대 센터에서 더 빛을 발한다. 아모레 가든은 5층 이상 올라가야 공간이 주는 극적인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 일반인과 상관없는 경험이다. 보이드 공간을 향해 유리나 칸막이 없이 개방된 현대센터의 경우 업무 공간과 반복적으로 들어갔다 나오는 층 구성은 내부 입면에 리듬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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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프로그램을 살펴보자. 지하부터 지상 4층까지 가게와 음식점이 입점한 아모레와 달리, 현대센터는 그 수가 적다. 아모레는 지하에 미술관이 있다. 현대센터는 현대 그룹의 발자취를 담은 작은 쇼룸, 계열사별 직원과 시민의 우연한 만남이 일어나는 목재 데크, 휴게공간이 있으며, 에스컬레이터 방향과 수직인 방향 끝에는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는 야외 테라스가 있다. 이용할 프로그램이 많은 아모레가 더 좋아 보이지만, 돈을 지불해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모든 연령층이 즐기기엔 무리가 있다. 일반인의 범주 안에서도 공공성에 비중을 둘지, 다채로운 선택지에 비중을 둘지에 따라 결과가 다르다. 프로그램 부문에서는 동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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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해 보면, 두 공간 모두 사용자의 경험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뛰어나다. 그럼에도 둘 중 하나를 고른다면, 시민 공간 경험이 극적인 현대 센터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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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 니켄세케이 ( @nikkensekkei_global )

사진, 글 : 신효근 ( @_hyogeun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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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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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 분당구 분당수서로 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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