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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geun Aug 17. 2023

“미학이 된 필수불가결”

중곡동성당

“미학이 된 필수불가결” - 중곡동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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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의 발전사가 곧 종교 건축의 발전사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삶과 죽음을 주관한다고 믿었던 신에게 바치는 공간이었으니, 당대 최고의 기술과 최대 자본이 투입되었다. 그에게 가까워지기 위해 높아진 건물은 구조적 안정성을 요구했다. 하중을 줄이기 위해 얇아진 벽이 무너지지 않도록 덧붙여진 ‘플라잉버트레스(flying buttress)’와 바뀐 구조 틀에 대응하기 위해 아치 끝이 뾰족한 ‘첨두 아치(pointed arch

)’의 탄생은 공간을 보다 유동적으로 변형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얇고 긴 창을 내어 내부로 빛도 들일 수 있게 되었다.


각 요소는 실용적이고 공학적인 이유로 사용되었지만, 이들의 반복과 깊은 공간감이 주는 웅장함, 스테인드글라스에 투과된 빛의 신비함은 경외심마저 들게 했다. 하나의 완결하고 완벽한 작품이 된 건물은 특유의 미학이 담긴 숭고한 건축물이 되었고, 신과 가까워질 수 있는 믿음을 확고히 해주었다. 신앙심에 공간이 중요하겠냐마는 공간 덕분에 신앙심이 짙어질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내면의 깊은 곳을 자극하기에 건축가가 종교 건축에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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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종교 건축은 어떨까. 순교자를 기리거나 성사를 기념하기 위한 기념 성당과 더불어 다양한 종교와 이를 수용하는 평범한 종교 건물도 많아졌다. 반면에 재료와 기술의 발전으로 구조적인 미학이 공간에서 아우라를 뿜어내는 곳은 많지 않다. 종교의 배경은 다를지언정, 신을 위한 공간이라는 점에서 후자 또한 일반 건물에서 느낄 수 없는 경건함과 신비스러움이 묻어나야 하는 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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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곡동 성당은 기념 성당이 아닌 평범한 종교 시설로, 도심 내에 위치한다. 성전과 부속실로 나뉜 두 매스는 지상 2층부터 연결된다. 2층에 자리한 성전으로 향하는 계단은 뒤편에 자리하고, 옆 건물을 가리기 위해 세운 벽체와 이어져 중심은 중정이 된다.


계단실이 옥상까지 튀어나온 부분에 십자가를 꽂은 평범한 종교 건물마저도 입구를 특별하게 장식한다. 양식과 맞지 않는 장식을 덧붙이거나 계단을 두어 제단처럼 보이게 하고, 담을 쳐서 주변과 경계 짓는다. 반면에 본 건물은 바닥 재료의 변화만 있을 뿐, 걸리는 선 하나 없이 자연스레 진입할 수 있다. 오히려 건물 앞과 중정 한편에 배치된 성모 마리아 상이 친근하게 방문객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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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은 당연히 전통 종교 건축 공간과 다르다. 시대가 변했고 기술의 발전으로 전통 종교 건축물에서 사용된 표현기법은 장식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성전의 형태는 단순하지만, 철근-콘크리트로 건물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보를 그대로 노출하여 리듬을 만들고 그 사이에 틈을 내어 빛을 내부로 들인다. 제단 쪽 벽의 상단부는 스테인드글라스를 설치하여 제단을 주황빛으로 물들여 신비스러움을 극대화한다.


스스럼 없이 보여주어야 남과 가까워질 수 있듯이 필수불가결한 요소를 적극적으로 드러내어 미학을 품은 공간은 내면의 깊은 곳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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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 이로재 ( @iroje_official )

사진, 글 : 신효근 ( @_hyogeun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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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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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진구 능동로 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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