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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geun Aug 30. 2023

“대비되어 자극받는 감정”

코스모 40

“대비되어 자극받는 감정” - 코스모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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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고 퇴화한 건물일수록 사람의 기억과 생활상, 시대의 양식이 담긴다. 하지만, 공장과 같이 제품 생산을 위한 공간은 사람의 생활상이 담길 리 없으며, 특별한 양식 또한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면, 왜 이토록 사람들은 공장, 창고, 의미 없는 폐건물을 리모델링한 카페, 음식점, 가게에 열광할까?


공장과 창고 같은 대형 공간은 일반인이 평소에 경험하지 못하는 공간감을 준다. 오래된 건물은 새 건물과 조금씩 차이는 요소가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경험하지 못한 색다름에 익숙한 프로그램이 들어가 서로 대비되니, 불어오는 낯선 감정은 장소마다 우리에게 고유의 영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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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서구의 코스모 화학 공장 단지는 45동가량의 거대한 공장들이 있었다. 공장이 울산으로 이전하게 되면서 대단지에 자리 잡았던 공장은 빠르게 철거되었다. 40동 역시 철거 예정이었으나, 다른 방식의 용도 활용을 생각한 주민들에 의해 살아남게 되었다. 코스모 화학 단지가 인천의 생계를 책임지고, 산업화를 대표하는 상징물이었으니, 주민들에게 각별한 건물이었을 것이다.


공장을 리모델링한다는 건, 생각보다 수고가 드는 일이다. 특히나 이런 대형 공장은 현행법에 맞게 구조를 보강하고 내화 페인트를 칠하며 단열재를 덧붙이는 등. 위생과 안전, 편의 면에서 손봐야 할 게 한둘이 아니다. 그러다 보면, 건물의 낯선 감정을 불러일으킬 매력적인 흔적이 사라지게 되어, 새로 짓는 것마저도 못한 결과물이 될 게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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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 40’은 기존 건물 3층에 새로운 공간을 끼워 넣었다. 기존 기둥을 둘러싼 새로운 기둥 다발로 신관을 지탱하고 폴딩도어로 두 공간을 구분 지었으며, 외부에 덧붙여진 계단과 엘리베이터실로 동선을 분리했다. 덕분에 기존 건물을 건드리지 않아 시간과 역사가 묻어난 요소를 지켜낼 수 있었고, 사람들은 신관과 구관의 대비를 통해 극적인 경험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건물은 크게 1, 2층의 보이드 홀과 3, 4층의 호이스트 홀로 나뉜다. 10미터의 빈 공간을 가진 보이드 홀은 공연과 이벤트를 수용하는 대형 공간이다. 기둥 다발에 설치된 간접 조명이 구 기둥을 비추며 공간 자체가 몽환적으로 바뀌고 작품이 된다. 카페가 자리한 호이스트 홀은 공장에서 사용되던 크레인이 그대로 남아있으며 기계 작동을 위해 부분적으로 설치되었던 그레이팅 바닥도 4층에 남아있다. 바닥을 빨간색으로 칠하거나 계단을 주황색과 청록색으로 칠해 대비를 강조한다.


과거와 현재가 융합된 긴장감과 공간 전체를 아우르는 현시대의 제스처. 이러한 건축적 요소가 유발하는 낯선 감정과 영감 덕분에, 코스모 40은 예술가의 작업장이 되고, 주민들에게는 예술 문화 공간으로 작용한다. 성수동, 을지로가 많은 예술가의 작업장이 되고, 문화 엘리트가 그런 곳에 투자하며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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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 삶것건축사사무소 ( @lfthngs )

사진, 글 : 신효근 ( @_hyogeun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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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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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서구 장고개로 231번길 9

매일 10:00 -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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