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립미술관
수원화성은 성곽이 거의 원형대로 보존되어 있고 북수문(화홍문)을 통해 흐르던 수원천이 그대로 흐른다. 내부에는 임시 궁궐로서 규모와 격식 면에서 가장 돋보이는 화성행궁도 자리한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만큼 역사적으로 중요한 수원화성에서 화성행궁 바로 옆 부지에 들어설 미술관은 어떠한 태도를 취해야 할까.
수원시립미술관은 행궁 쪽으로는 낮고, 도시 방향으로는 높다. 동시에 대지의 과거 지적선과 옛길의 흔적이 복도를 이루며 건물을 분절한다. 그래서 미술관은 적절한 크기로 도시에 스며든다. 그 형태가 마치 행궁의 마당과 회랑의 관계처럼 보이기도 한다. 마당의 비움은 전시장이 되고, 회랑의 이동은 복도가 된다. 그러나 여기서 복도는 단순한 이동의 역할만 하지 않는다.
건물의 중심이자 복도의 교차점인 전시홀1 주변으로 카페, 라운지, 계단식 좌석을 두어 골목길처럼 이동과 정주를 가능하게 한다. 각 실은 벽의 모서리를 들어 올려 경계를 모호하게 하여 복도로 쉽게 확장된다. 동시에 행궁 앞 광장에서 미술관 뒤편의 신풍로를 잇는 동선은 전시 관람 동선과 겹치지 않는다. 그래서 전시 관람 여부와 관계없이 미술관 내 복도는 누구나 방문하여 쉬어갈 수 있는 공공공간이다.
복도는 위로 갈수록 좁아지고 그 틈으로 들어오는 빛이 콘크리트의 거친 질감을 강조한다. 마치 절벽 같다. 전시장은 좁고 어둡거나 넓고 밝다. 작품에 집중하다가도 나와서 환기한다. 2층에 올라 브리지 사이를 통과하며 교차하는 동선을 바라보거나 천창의 빛을 가까이 바라보고 때론 도시와 자연을 조망하며 사유한다. 이러한 여정은 미술관의 정적 이미지로 발현되는 고리타분함을 상쇄하고 호기심을 불어넣어 적극적으로 공간을 탐험하게 한다.
호기심은 옥상 테라스에 올라 행궁동 전역을 바라보며 증폭된다. 세계문화유산이 만들어낸 고즈넉한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수원화성을 따라 행궁동 외곽을 거닐어 볼까, 옹기종기 모인 행궁 주변의 골목길을 헤집고 돌아다녀 볼까. 분절된 건물은 이질감 없이 도시에 스며들어 관객을 흡수하면서도 분절 축이 사람들을 도시로 쉽게 침투시키는 장치가 된다.
건축 : 간삼건축 ( @gansam.official )
사진, 글 : 신효근 ( @_hyogeun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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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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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수원시 팔달구 정조로 833
10:00 - 19:00 (월요일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