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미술관
“겉모습이 중요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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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의 첫인상은 다른 건물과 별반 다르지 않다. 공공건물에 흔히 쓰이는 외벽과 푸른빛을 띠는 유리. 그나마 특징적인 것은 건물이 하나의 큰 덩어리로 언덕 위에 앉혀 있다는 것, 그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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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일까. 별 기대를 하지 않고 미술관에 들어갔지만, 예상과 다른 내부가 나를 여러 번 놀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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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마주하는 공간은 4층까지 뚫려 있는 전시장이면서 복도 역할도 하는, 내부의 광장과 같은 곳이다. 전시장이 넓고 높아서 밖에서 보았던 건물의 웅장함을 다시 상기시켜주며 웬만한 전시도 흡수할 만큼의 잠재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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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2층 전시 공간은 큰 복도를 사이에 두고 측면에 배치되어 있어, 복도를 제외하고는 외부 공간과 마주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전시장을 둘러보다 겪는 갑작스러운 순간은 극적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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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가 끝날 때쯤, 관객을 기다리고 있는 공간은 뚫린 천장 사이로 들어오는 빛이 내부를 환하게 밝혀주는 동시에 현재 날씨와 시간을 알려준다. 관객은 예상치 못한 모습에 시선은 자연스레 위로 향하며 어두운 동굴 속에서 예상치 못한 빛을 본 탐험가처럼 한참 동안 그곳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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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에 시선이 팔려있을 때, 곁눈으로 조금씩 보이는 나무와 하늘이 자연스레 관람객을 다음 전시장으로 유도한다. 이 전시장에 발을 들이는 순간 자연스레 침묵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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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경(借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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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경치를 빌리는 행위인 이것은 사시사철 바뀌는 자연 덕분에 수천수만 가지 풍경화를 벽에 걸어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그런데 이곳은 한 벽면 전체를 사용해 내부로 자연을 끌어들였으니, 그 효과는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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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이곳에서 전시되고 있는 작품이 공간의 특성을 잘 파악한 듯하여 공간 분위기를 망치지 않으며, 오히려 풍경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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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에서 외형은 그거 껍데기에 지나지 않는다. 사람은 내면이 중요하듯, 건축 또한 삶을 담아내는 내부가 더 중요하다. 겉모습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관람객에게 알려주고 있는 이곳은 ‘대구 미술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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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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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성구 미술관로 40
매일 10:00 - 18:00 (월요일 휴관)
사전 예약제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