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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이트홀 "

서울 공예 박물관

by hyogeun

풍문여고를 리모델링하여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이곳은 '서울공예박물관'이다. 학교를 리모델링했다고 말하지 않아도 12년 동안 천편일률적인 학교의 공간에서 생활하고 적응한 몸이, 건물의 형태와 구조, 그런 건물 앞에 있는 넓을 평지를 보고 어딘가 익숙하다는 느낌을 먼저 받는다.


이곳은 학교의 교실과 복도를 구분하는 벽을 허물고 만든 전시장이다 보니, 좁은 폭으로 인해 한 곳에 많은 것을 담아낼 수 없었던 것은 아쉽다. 그럼에도 담장으로 둘러싸여 특정인만 사용할 수 있던 운동장이 시민들에게 열린 공간으로서 다가온 사실은 너무나 반가운 일이다.


증축도, 신축도 없이 기존의 학교 건물이었던 다섯 동을 전시장으로 바꾸려 하다 보니 정리되지 않은 전시 동선이 관람하는 데 썩 좋지는 않았으나, 최소한의 제스처 덕분에 창문 사이사이로 넓은 마당과 다른 전시장 외관을 볼 수 있는 재미는 이곳에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다. 대부분의 미술관과 박물관은 작품 보존을 위해 애초에 창을 만들지 않으니깐 말이다.


학교의 운동장은 이름에 맞게 운동을 하는 공간으로, 때로는 체육대회나 축제를 열어 추억을 쌓게 해주는 장소로, 심지어는 자동차를 위한 대규모 주차장이 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안전상의 문제로 담장을 치고 외부인의 출입을 막아, 다양한 활동이 일어날 수 있는 공간이 주말이나 밤에는 동네의 블랙홀이 된다는 점이 많이 아쉬웠다.


다행히 이곳은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져, 담장을 허물고 도심 속의 열린 공간으로 시민들에게 답답한 숨통을 트이게 해 준다. 이 근처에 광화문 광장과 경복궁,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등. 열린 공간이 다소 있어 이곳의 행위가 크게 와닿지 않겠지만, 학교의 정문이었던 곳에서 운동장을 바라봤으며 좋겠다. 이곳이 열린 공간이 아닌 건물로 빼곡히 들어차 있는 모습을 상상하면 벌써부터 숨이 막힌다.


도시에 이처럼 넓은 열린 공간이 생기면 생길수록 우리의 삶은 한 층 더 쾌적해지니, 이곳의 탄생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건물의 진입부터 탁 트인 시야 덕분에 답답하지 않았던 이곳은 풍문여고를 리모델링한 '서울공예박물관'이다.


#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3길 4

매일 10:00 - 18:00

매주 월요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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