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법인 아름지기
4년 전, 대림미술관을 나와 보이는 한옥과 양옥의 만남이 좋아 무작정 그곳에 찾아갔었다. 입구에서부터 한번 꺾어 들어가는 방식은 처음부터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곳이라며 건물 자체가 이를 잘 설명해주었고, 아니나 다를까 사옥으로서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되었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언젠가는 꼭 방문하겠다 다짐했고, 그 소망이 이루어지기까지 2년이 걸렸다.
매년 그들이 야심 차게 준비한 전시가 열리는 이맘때쯤, 일 년에 딱 한번, 사옥이 개방된다. 그 소식을 듣고 부리나케 달려가 마주한 공간의 기억은 지금도 너무나 선명한데, 앞마당, 뒷마당도 아닌 2층에 마련된 윗 마당에서 양옥과 한옥이 마주 보는 모습과 창문 너머로 보이는 경복궁 돌담과 푸른 하늘, 노랗게 익어가는 은행나무의 모습이 아직까지도 머릿속 한편에 자리 잡고 있다.
2년이 지난 지금, 우연한 기회로 다시 방문한 '아름지기'는 2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었고 그들의 활동은 같은 한국인으로서 너무나 감사할 따름이었다. 익숙함에 속아 우리의 문화가 사라질 것을 염려하여 그들은 한옥을 짓고, 정자나무 주변을 가꾸었으며, 궁궐을 재현하고 복원하여 우리가 소홀히 했던 우리 문화의 먼지를 털어내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그들의 해석을 덧붙여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을 매년 기획전을 통해, 이 좋은 공간에 전시를 하고 있으니 전시 내용과 구성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의 가치관이 건물에도 잘 녹아든 이곳 '아름지기'는 작은 크기의 공간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옥을 만들고 마당을 만들어내는 모습이 우리 한옥과 닮아있다. 재개발로 우리 전통 가옥을 지키고자 부지를 사고, 한옥을 지어 사옥으로 이용했던 그때 그들의 행동이, 지금의 아름지기에도 이어졌다. 이번에는 전통 주거를 현대식으로 재해석하여, 좋은 공간으로서 좋은 전시와 함께 시민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그들의 선한 영향력 덕분에 전시를 보는 내내, 공간을 경험하는 내내, 미소를 감출 수 없었다. 이곳은 일 년에 일정 기간 동안만 개방을 하기에, 이번 기회에 꼭 여러분들도 들려서 경험해보길 바란다. 그럴 가치가 있는 곳이다. 이곳은.
이곳은 '재단법인 아름지기'다.
#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서울특별시 종로구 효자로 17
사전 예약을 통해 입장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