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그해의 끝자락에 서서"

올해의 작가상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by hyogeun

매년 계절과 시간의 흐름을 알려주는 나만의 연례행사가 있다. 좋아하는 브랜드의 SS 시즌 룩북을 볼 때면 봄이 찾아오고 있음을 느끼고, 생일을 축하해주는 이들을 보면 한여름의 중심에 있음을 깨닫는다. 해마다 걸리는 몸살이 나를 괴롭히면 가을이 왔음을 짐작하고, 매년 진행되는 오픈 하우스 서울에 참가할 때면 낙엽이 지고 있음을 본다. 그리고 이맘때쯤, 내가 좋아하는 공간에서 좋아하는 전시를 감상할 때면, 그해의 끝자락에 서 있음을 안다.


'올해의 작가상'


해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는 10월부터 내년 3월까지 우리나라 미술계를 이끌어갈 작가 4인을 선정하여 전시한다. 긴 기간 동안 열리는 전시인 만큼, 예술계의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일반인들도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여 감상한다. 나 또한 그렇다.


미술에 대한 지식은 없지만, 작품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과 하나 되려 애쓰다 보니 그게 나에게 연례행사가 되었고, 일 년을 마무리하고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큰 행사가 되었다. 작품과 공간이 하나 되어 연출하는 분위기를 감상하며, 영상 전시실에 앉아 멍을 때리기도 하고, 이해되지 않는 작품을 보고 지루함을 느낄 때면 야외 마당에 나와 바람을 쐬기도 한다.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으면 사진을 찍고, 잘 나온 사진을 보며 인스타에 올릴 사진을 건졌다며 좋아하곤 한다. 또 매년 같은 공간임에도 예상하지 못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작가들의 솜씨에 놀라고, 그걸 뒷받침해주는 공간에 또 한 번 놀란다.


그렇게 한 곳에서 다양한 것을 보고 느끼고 있으면 아무도 없는 산책길을 걸으며 사색에 잠기는 것과 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 사람들의 발소리와 말소리는 백색소음으로 깔리고, 넓은 전시장과 긴 복도는 산책길이 되어 나에게 집중하기에 좋은 조건을 만들어준다.


덕분에 학업에 치여 등한시했던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질문하고, 올해를 맞이할 때 다짐했던 것을 이루지 못한 나태해진 나를 자책하기도 하며, 그래도 잘 버티고 노력한 나에게 칭찬하기도 하면서, 2021년의 마침표를 완성해간다.


올해도 어김없이 찾은 이곳에서 열리는 전시는 늘 그래 왔듯, 매번 다른 분위기로 나를 놀라게 하며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를 이해하려 애쓰고 있다. 항상 마지막은 멍때리며 생각에 잠기는 나를 발견하지만, 어쨌든 이번에도 2021년을 잘 마무리했으며,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계속될 '올해의 작가상'을 기대해본다. 전시는 2022년 3월 20일까지.


#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서울 종로구 삼청로 30

매일 10:00 - 18:00, 월요일 휴무

사전 예약을 통한 입장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