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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geun Jan 21. 2022

"좋지 않지만 좋은 공간"

울산시립미술관

"좋지 않지만 좋은 공간"


정돈되지 않은 평면과 동선계획. 많이 아쉬운 전시장의 수와 크기. 치밀한 계획보다 대충 끼워 넣은 듯한 실의 배치까지. 이곳은 분명 #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은 아니다. 하지만 미술관이 자리한 도시와 동네를 생각한다면, 울산시립미술관은 이곳 시민들에게 희망의 공간이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미술관이 자리한 울산광역시 중구 성남동은 10년 전까지만 해도 항상 사람들로 북적이던 주요 상업지역이었다. 노래방부터 피시방, 각종 액세서리 샵부터 영화관까지. 유흥시설은 죄다 이곳에 즐비했기 때문에, 성남동의 '젊음의 거리'는 늘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그런 곳이 지금은 예전 같지 않다.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복합문화공간인 업스퀘어가 남구 삼산동에 들어서면서 이곳은 상권을 잃기 시작했다. 노후화된 건물과 지저분한 거리, 산발적으로 나타나는 힙한 카페와 그때 즐길 수 있던 유흥시설은 어딜 가나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되었기에, 매리트 없는 성남동은 추억의 장소가 되었다.


시대의 흐름을 간파하지 못하고 10년 전의 '젊음의 거리'를 그대로 유지한 채, 추억에 젖은 사람들이 언제나 이곳을 방문할 거라는 기대로 변화를 꾀하지 않은 공간은 문을 닫았다. 그리고 그 수가 많아져 거리는 싸늘해졌고, 재차 방문한 이들도 재미없는 거리와 공간이라는 인식이 박혀, 자주 찾지 않는 동네가 되었다. 뒤늦게라도 사람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각종 노력을 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다르다. 울산시립미술관이 개관하면서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이미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남녀노소 누구나 이곳을 방문한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어린아이들을 이끌고 온 부모부터 벤치에 앉아 여유롭게 신문을 읽는 어르신.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공간과 작품을 찍으며 미술관을 관람하는 아저씨까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이유로 이곳을 즐긴다.


미술관에서 문화생활을 즐기는 것이 그렇게 대단한 일이냐며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울산은 광역시 중에 없는 것이 크게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지하철이고 하나는 미술관이다. 울산시가 울산광역시로 승격한 이래로 20년이 넘었지만,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있는 그 흔한 미술관은 없었다. 이러한 이유로 미술관설립사업추진 10년 만에 개관한 울산시립미술관은 성남동 주민부터 울산 시민에게 정말 뜻깊은 사건이다.


이런 배경으로 이곳을 바라본다면, 평면이 어떻든, 실의 배치가 어떻든, 전시장의 수와 크기가 어떻든, 그건 우리에게 중요하지 않다. 울산을 대표하는 미술관이 생겼고, 그 미술관이 중구 성남동에 자리 잡아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전시를 보고 나온 사람들은 주변을 돌아다니며 음식점에 들어가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쇼핑도 즐길 것이다.


문화공간이 생기면 그 주변이 활성화되는 사례는 이미 많은 곳에서 증명되었고 이제는 공식을 넘어 상식이 되었다. 그렇기에 울산시립미술관이 자리한 성남동 또한 머지않아 다시 사람들로 북적이는 '젊음의 거리'를 되찾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도로 하나를 경계로 성남동과 시립미술관이 자리한 북정동으로 나뉘지만, 성남동에서 내려 사람들이 북정동의 미술관으로 걸어가기 때문에, 필자는 성남동에 이것이 속해있다고 말한다.


울산광역시 중구 북정동 1-3

매일 10:00 - 18:00 (월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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