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 -> 평택 -> 태안 -> 부여 -> 광주 -> 여수 -> 부산
나에게는 300cc R카, 닌자 300이 한 대 있다. 별명은 닌붕이. 출퇴근길이 멀어지며 대중교통만 타다보니 차고에 멈춰 선 닌붕이를 볼 때마다 괜히 미안했다. 우연히 장거리투어 영상 한번 봤는데, 알고리즘화가 되어 내 유튜브와 인스타에 장거리투어 영상이 많이 들어왔다. 영상에서 보이는 그 자유로움이 “나도 한번쯤 도전해보고 싶다”는 로망이 자랐다.
로망이 샘솟는 과정에서 10월 추석에 7일 황금연휴가 발생하였고, 고민은 길지 않았다. 가자. 여정은 심플하게 전국 한바퀴 돌자 정도만 정하고 가볍게 떠났다. 매는 가방 하나, 리어백 하나. 길도 그냥 바닷가 보면서 가고 싶어서 바다가 제일 근처 도로 선택했다.
10월 4일, 바다를 보며 달리고 싶어 국도 77번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1시간 반마다 쉬기로 하고 처음 멈춘 곳은 평택항 근처. 지나가다 눈에 띈 메인스트리트(Main Street)라는 거대한 카페에 들어갔다. 알고 보니 방송에도 자주 나오는 유명 카페. 가고자고 마음 먹고 들어간 카페가 아닌데 이렇게 좋은 카페를 발견하면 기분이 좋다. 카페 하나를 선택함에도 수많은 선택과 결정이 오가는 과정이 없이 우연히 이렇게 마주한 최고의 결과에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다(?)
여기서 고프로 만지면서 밍기적 대다가 4시쯤되어서 태안으로 출발했다. 갑자기 마주친 '비' 어두운데다가 비가 오고 내 핼멧은 선팅도 되어있다보니 보이는 것은 반사광 단 하나. 죽음의 라이딩을 하는 것이 이러한 기분일까..? 천천히 가거나 포기하거나 그러고 싶었지만 점점 굵어지는 빗줄기와 아직 한참 남은 목적지는 스로틀 당기는 힘을 더욱 강하게 옥죄였다. 다행히 80% 온 시점에서 비가 멈췄다. 비 안온다면서 비가 왜오나 하는 원망이 있었으나 그래도 금방 그쳐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밤 9시쯤 도착한 게스트하우스는 주변에 불빛 하나도 없는 곳에서 촛불처럼 빛나고 있었다. 큰 리트리버 두 마리가 꼬리를 흔들며 반겨줬는데, 산들이 생각이 났다. 산들이도 여기 뛰어다니면 좋았을텐데.. 아무튼 숙소는 깔끔했고 2층에는 코인노래방까지.. 오늘 낭만은 완전 치사량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본 2분과 길바닥에서 라면과 술 한잔 기울이고, 2층 노래방에서 400분을 털어 넣으며 별의별 노래를 다 부르다 새벽에야 잠들었다. 비 속을 뚫고 온 보람을 보상 받는 기분이랄까..?
원래 바다 위에 지어진 다리를 지나려고 했지만..? 이런.. 이륜차는 통행이 금지였다. 어쩔 수 없이 1시간을 다시 돌아갔다. 어제는 어두워서 안보였던 길을 다시 돌아가면서 보니 경관도 좋고 기분이 좋았다. ~가 또 비님이 오신다기에 중간에 카페에 들려 오후 1시까지 태안 바닷가 카페에서 바다 구경도 좀 하고, 아점으로 에그타르트를 먹으면서 밍기적 밍기적 오늘은 어디를 가볼까 고민을 해보았다.
내려가는 김에 광주에서 누굴 만나기로 해서, 광주로 방향을 잡고 내려가고 있었다. 그렇게 내려가는 중에 백마강의 뷰를 보고 홀리듯이 부여로 홀려들어와버렸다. 와서 밥도 먹고 궁남지를 걸어다니다가 연꽃도 보고 이것이 선비의 일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경치를 즐기는 여유와 광주까지 얼른 내려가야지 하는 나의 목표지향성의 성격이 충돌하긴 했지만, 밥을 뇌물로 먹였더니 이 여유를 좀 더 즐기기로 하였다.
마침 부여에는 백제문화제 기간이어서 이것저것 행사하는 것이 많았다. 가는 날이 장날인가..? 아쉽게 연예인 공연은 오늘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 수문장 교대식 및 다양한 체험을 하고 마저 광주로 달리기 시작했다.
광주는 쉽지 않았다 생각보다 멀었다. 무려 10시쯤이 되어서야 도착을 했다. 가방에 노트북도 들어있다보니 무게가 내 허리에 충격을 가하면서 장거리로 오래탈수록 내 허리는 바사삭이 되어가고 있었다.(이때부터 다음부터는 가방도 안들고 나오겠다고 다짐).
다음날 아침. 차가 삐그덕하는 것이 느껴져서 엔진오일을 교체하기 위해 정비소를 찾았다. 정비소가 매우 독특했던 부분이 사장님이 F1? 선수셨다. 트렉에서 오토바이 타는 그런 선수들. 선수는 처음 만나다보니 이것저것 트랙 타는 방법이나, 산악바이크 타시는 것과 그런 노하우들 별의별걸 다 물어보면서 인스타 팔로우까지 하게 되었다. 오늘 계탄듯. 다음에 경기장 구경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정비를 마치고 바다는 이미 많이 봤으니 이번엔 산과 강을 둘러싼 섬진강 코스로 출발했다.
섬진강변 풍경은 기대 이상이었다. 강을 끼고 이어지는 길, 사이사이에 보이는 시골 마을의 정경이 마음을 편하게 했다. 놀랐던게 지리산과 산맥들로 둘러 싸인 이러한 곳에도 버스터미널이 있다는 것이 너무 신기했다. 겨울되면 차 전복되는 것은 아닌 지 걱정이 많이되는 ...? 슬슬 저녁 먹을 시기가 되어서 주변에 눈에 띄는 순대국밥 집으로 갔다. 보니까 여기도 식당이 독특했다고 해야하나. 무슨 순대국에 파김치를 섞어서 먹으라고 하는데 별생각없이 비벼먹었다가 크.. 기가막혔다. 청양고추까지 풍성하게 넣어서 식당 안이 내 열기로 점점 채워졌다. 알고보니 구례구 후기 TOP 순댓국밥 집이었다.
식사 후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비 안 온다며…... 여기 주변은 잘 곳도 없었다. 무조건 광양까지 밟아야했다. 다행히 비는 심하지는 않아서 그럭저럭 갈만 했다. 광양 도착하니 또 비가 그쳤다. ..(?) 숙소 잡아서 씻고 나오니 갑자기 협곡의 세계로 빠져들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당근에서 즉석으로 게임 메이트를 구해 PC방에서 함께 게임을 했다. 그분은 포스코 생산 직원이었고, 롤 마스터 실력자였음. 포스코에서 무슨 일을 하는 지 어떤 고민을 하는 중인지를 게임을 하면서 말하는데 역시 마스터는 마스터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말하는 와중에도 솔킬을 내고 있었으니
사실 이 날은 비가 하루종일 온다고해서 숙소에 짱박혀서 나오지 않으려고 했는데 정작 하루 종일 맑음. 일기예보는 오늘도 빗나갔다. 기상청의 리버스 적중률이 유독 높은 날들인 듯하다.
바이크를 많이 타서 그런 지 허리가 아파서 한시간 반 이상 타는게 힘들었다. 그래서 가는 시간도 여유롭게 잡아서 부산으로 출발했다. 산을 타고 오르내리는 길이 많았는데 안개가 가득가득해서 귀신 나올 것 같고, 하필 딱 중간에 무슨 교회가 하나 있었는데 사이비 종교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면서 이동했다.
시골이면서 차가 엄청 많이 몰려있는 마을이 있었는데, 궁금하더라. 근처 GS편의점에 들려서 점주 사장님이 계시길래 이것저것 물어봄. 여기 국도들이 모이는 자리라 차가 많이 몰리고, 근처 군부대 영향도 있어 시골티가 덜 난다고 했다. 그러시면서 여기 장사 곧 접을 거다. 왜 여기에 편의점을 시작했냐. 장사 잘되는가 등의 얘기를 나누다가 나의 바이크 장거리 투어 응원을 해주시며 퇴근을 하셨다.(?) (타이밍이 교대 타임이었나보다.)
김해를 지나면서는 완전히 새 도시 같은 인상. 재건축과 공원 조성 덕분인지 깔끔하고 활기찼다. 지상철도 세련돼 보였다. 신도시여서 그런지 동탄과 비슷한 동네 냄새가 났다.
부산에 와서 다시 동탄을 바이크 타고 돌아갈 생각을 하니 너무너무너무너무 괴로웠다. 그래서 고민을 하다가 탁송을 찾아보았다. 찾아보니 15만원에 부산에서 동탄까지 나까지 같이해서 배송해주시겠다고한다.(탁송기사와 장거리 운행 데이트라니 참지 못했다.) 기사아저씨가 포항항에서 다른 바이크도 하나 더 실어 가신다고 하셔서 포항항항 구경하며 바이크를 실고 동탄에 갔다. 와 근데 차가 너무 많이 막혔다. 그나마 보조석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였지만 2시간의 꿀잠을 자서 장시간 앉아 있는 괴로움이 조금 덜했으나 기사아저씨는 이걸 어떻게 버티는 지 참 대단하다고 생각하였다. (심지어 스틱이었다.) 올라가는 길에 이번에도 탁송은 언제부터 하셨는지 보통 어떻게 일을 하시는 지 탁송업에 대한 기사아저씨의 고찰 등을 물어보며 얇고 넓은 지식을 채워나갔다. (생각보다 재밌었따.) 아저씨가 밥도 사주셨는데, 감명을 받아 내가 간식 풀세트로 사드렸다. 콜팝을 처음 드셔보신다고 하던데.. 거짓말이죠..? 그렇게 4시간 거리를 10시간 동안이라는 인고의 시간을 거쳐 집에 도착하고나보니 오토바이키가 안보이는 새드엔딩. 그래도 집에 키가 하나 더 있으니까!! 해피 엔딩이라고 마침표를 찍고자 한다.
계획하지 않았던 비, 즉석에서 만난 사람들, 예상 못 한 길.
내 여행의 재미는 ‘예외’에서 나왔다고 생각한다.
예외에서 발견된 새로움은 오래동안 진한 색으로 기억될 것 같다.
다음엔 어디로 갈까. 정해두지 않아도 괜찮다.
인생 같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