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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든 Oct 05. 2023

23.10.05 내과계중환자실 - 따뜻한 로봇 간호사

내과계중환자실 간호사의 솔직한 현장 이야기.

이든: 안녕하세요~ 선생님! '널스터뷰' 인터뷰에 참여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인터뷰에 앞서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따뜻한 로봇: 안녕하세요. 저는 암병원 내과 중환자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간호사입니다.





이든: 저도 암병원에서 종양내과 환자분들을 많이 만나서 그런지 더욱 더 내적 친밀감이 생기네요! 오늘 선생님의 이야기 기대하겠습니다. 그럼 현재 근무하고 있는 곳은 어떤 부서인지 자세히 말씀해주세요.


따뜻한 로봇: 제가 다니는 병원은 본관 중환자실, 암병원 중환자실이 따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중에서도 제가 일하는 부서는 이름에서 아실 수 있듯 암병원 내과 중환자실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주로 암환자분들 중 내과적 중증질환이 발생한 경우 저희 부서에 오시게 됩니다. 아무래도 면역력이 취약한 환자들이다 보니, 감염으로 입실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폐렴, UTI, CLABSI 등으로 시작해 septic shock에 빠진 환자분들이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케이스입니다. 또 출혈 위험성이 높아 GI bleeding, 객혈 등 인체의 다양한 장기에서 발생하는 출혈로 인해 입실하시는 분들도 자주 보게 되고요. 그 외에도 post CPR 환자, 항암으로 인한 부작용 발생 환자 등 다양한 중증 케이스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든: 주로 면역력이 취약한 암환자분들이 많이 오시는 군요. 암병원 내과계 중환자실 간호사는 주로 어떤 업무를 하나요?


따뜻한 로봇: 일단 간호사 1명당 최대 2명까지 환자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모든 근무조가 공통으로 하는 업무는 실시간 V/S monitoring, 매시간 U/O check, 투약, 2시간마다 체위 변경, 환자 신체 사정, 간호기록 등이 있습니다.

데이 근무조는 오전에 보호자 면회가 있기 때문에, 면회 시간 전에 침상 목욕을 하는 업무도 추가됩니다. 또 대부분의 검사와 시술이 정규시간(8~5PM)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정말 바빠요. 근무 시간 내내 시장바닥에서 뒹구는 기분이랄까요? 데이 근무하면 보통 15,000보 이상 찍히더라고요.

이브닝이 되면 못다 한 검사와 시술을 마무리하고, 다음날 오더를 받습니다. 나이트는 데이와 이브닝보다는 덜 바쁘기 때문에, 각종 드레싱, 혈액검사, 잡다한 행정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어요. 이렇게 근무조별 업무를 정리하니 되게 간단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데이 이브닝 나이트 모두 늘 10,000보 이상 찍힐 만큼 바쁩니다. 담당 환자는 단 2명뿐인데 이상하죠... 하하하

그 외에도 환자를 위해 꼭 필요한 ventilator, CRRT, ECMO, Level 1, defibrillator 등등, 다양한 의료 장비를 매일같이 다루고 있습니다.





이든: 담당하는 환자 수는 적지만 주의해서 환자를 살펴야 할 것 같아요. 어떤 점을 주의해서 간호해야 하나요?


따뜻한 로봇: 이곳은 섬망, 석션, 대변, 출혈, 드레싱과의 싸움입니다. 보통 중환자실 입실 기간도 길고, 보호자도 곁에 없고, 대부분 나이가 많으시다 보니 섬망은 다들 겪으시는 것 같아요... 단지 정도에서 차이가 날 뿐이죠. 섬망이 심한 분들 중에서는 양팔에 신체 보호대를 적용했는데도 요가 하듯이 다리를 들어 올려 E-tube를 빼셨던 할머니도 계셨어요... 멀쩡하셨던 젊은 환자분이 갑자기 112에 ‘병원에서 감금당하고 있다’고 신고하시기도 하고요... 소리 지르고, 때리고, 욕하고... 아무리 섬망으로 그랬다고 하지만 기분이 아예 나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이젠 그냥 그러려니 넘어가려 합니다. 저 환자 성격이 문제가 아니라 ‘섬망’이 문제라고 생각하니 좀 낫더라고요.





이든: 섬망은 환자분의 잘못은 아니지만 섬망 환자를 볼 때 간호사들은 정말 힘이 들긴 하죠. 그 외에 다른 부분은요?


따뜻한 로봇: 음... 그리고 대변을 정~말 많이 보세요. 다른 부서 선생님들께서 저희 부서로 헬퍼를 오시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대변 치우는 것 때문에 저희 부서 헬퍼와는 게 꺼려진다고 하시더라구요. 아무래도 외과와는 달리, 잦은 대변 빈도 + 욕창 관리 + 수많은 관들 + ABR 때문에요. 코모도(이동식 변기)는 상상도 못하고, 무조건 간호사가 기저귀를 치운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똥 타(대변+contamination) 된 욕창 드레싱을 매 2시간마다 교환하는 건 일상이고요, 어느 날은 근무 시간 동안 대변을 8L나 치워본 적도 있고... 물 설사를 침대 전체에 찰랑이도록 보시는 바람에 석션으로 그것을 빨아들였던 적도 있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주요 특징은 병원에서 가장 중증 환자들이라는 것...? 언제 사망해도 이상하지 않은 환자분들이 입실하시다 보니, 환자나 보호자에게 쉽사리 괜찮다, 힘내라는 말을 함부로 못 하겠더라고요. 또 어차피 중환자실에서 회복되셔도, 추후 항암치료를 계속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요. 섣부르게 희망을 주었다가 상심이 더 크실까 봐, 말 한마디도 조심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든: 그런데도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일을 추천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따뜻한 로봇: 일단 중환자실이니만큼, 담당하는 환자 수가 2명으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하루 면회 시간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보호자 응대에 소요되는 에너지도 적고요. 사실 처음 입사할 때 중환자실을 선택한 이유가 위의 이유가 크긴 했어요.

또 배울 수 있는 것이 많습니다! 같은 신규간호사더라도, 병동 간호사보다 중환자실 간호사의 교육 기간이 훨씬 길고, 다루는 내용도 더 자세해요. 장점이자 단점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겠지만 어차피 신규 때는 다들 열심히 공부하니까요. 하하! 비슷한 시기에 많은 내용을 익혀야 하는 중환자실이 이득이 아닌가 싶어요. 그리고 저는 지금 어느 부서에 가더라도 웬만한 일은 다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거든요. 아마 중환자실에서 근무하시는 선생님이라면 대부분 공감하실 것 같아요!      



이든: 그렇군요! 일하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따뜻한 로봇: 내과 중환자실에서 만 6년이면, 정말 각양각색의 다양한 에피소드가 많답니다. 당장 생각나는 것만 해도, 새우 머리에 잇몸이 찔려 폐 이식을 받게 된 환자분, 신규 시절 저의 첫 CPR, 그리고 3일 연속으로 신환자를 받았는데 전부 CPR이 나고, 그 중 2분이 돌아가셨던 것, 200킬로였던 코로나 환자분은 특히 체위 변경하느라 말 그대로 죽는 줄 알았고, 면회 시간에 칼 들고 교수님을 위협하시던 보호자, 의사가 ‘지금 퇴원하면 죽는다’고 경고했는데도 돈이 없어 퇴원하시던 노숙자분 등등.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에 대한 이야기만으로 밤새 떠들 수 있을 것 같아요.

하나 에피소드만 얘기해보자면 새우 머리에 잇몸이 찔려 폐 이식까지 받게 되었던 환자분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어요. 제가 친구들이랑 새우를 먹을 때면 꼭 말하게 되는 에피소드에요. 기저질환이 전혀 없던 분이셨는데 어느 날 새우 머리를 먹다가 잇몸을 찔리셨대요. 그 부위에서 감염이 시작되었는데, 동네 이비인후과, 대학병원을 가도 차도가 전혀 없었던 거던 거죠. 오히려 감염이 점점 더 아래로 퍼져 deep neck infection이 생기고, 폐렴과 ARDS까지 발생하게 됩니다. 타병원에서 인공호흡기와 에크모를 넣고 저희 병원으로 전원을 오게 되었는데, 당시에 본관 내과 중환자실에 자리가 없어서 저희 부서로 오시게 되었어요. 저희도 몰랐죠, 그렇게 1년을 넘게 이 환자분과 함께하게 될 줄은...! 아마 좋은 병원이니 금방 낫기를 기대하시고 전원을 오셨을 텐데, 안타깝게도 환자분의 상태가 잘 호전되지 않더라고요. 또 타병원에서 관리가 잘 안되었는지 꼬리뼈 부근에 깊은 욕창도 가지고 계셨어요... 설상가상으로 툭하면 섬망이 생겨서 저희도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죠. 아마 보호자가 가장 힘드셨을 것 같아요. 지방에 살고 계셨는데, 자녀가 있어서 매일 면회도 못 오시는 상황이셨거든요.



이든: 정말 안타까운 사연이네요...


따뜻한 로봇: 네. 맞아요. 저희랑 결국 몇 달을 보내고 나서 폐 이식을 결정되었고 그 이후로도 적절한 폐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게 됩니다. 그 사이에도 컨디션이 들쑥날쑥하면서 몇 번의 위기가 있었지만, 환자분의 의지와 보호자의 격려, 그리고 저희의 돌봄으로 모두 이겨내고 마침내 폐 이식을 받게 되셨어요. 그 이후 병동으로 올라가 T-cannula도 제거하시고 재활 운동도 열심히 하신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죠. 몇 달 뒤 퇴원하실 때, 저희 부서에 휠체어를 타고 찾아오셔서 감사 인사를 전해주시더라고요. 1년간의 기억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면서, 정말 뿌듯하고 보람찼던 기억이 납니다.





이든: 아무래도 오랜 기간 담당하기도 하였지만 중환자실 환자가 회복해서 잘 지내시는 모습을 보면 더욱 보람이 클 것 같아요. 그렇다면, 내과계 중환자실 간호사로 일하며 힘든 점은 없었나요?


따뜻한 로봇: 사실 신체적, 심리적으로 모두 힘든 부분이 있어요. 2시간마다 포지션하고 대변 치우고 매일 9시간씩 서서 일하는 게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쉽지 않잖아요. 근데 환자분 중증도도 높다 보니, 임종을 마주하는 일도 너무 잦아요.

특히 같은 환자를 반복적으로 계속 보게 되는 것이 제일 마음이 아파요. 암환자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병동과 중환자실을 왔다 갔다 하시다가 결국 저희 부서에서 임종하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중환자실에서 정말 죽을 고비를 넘기시고 호전이 되면, 저희도 너무 기쁘고 환자와 보호자도 좋아해요! 그렇지만 병동 올라가서 또 항암치료 받다가, 상태가 악화하여서 다시 저희 중환자실로 오시는 분들이 있어요. 생각보다 정말 많은 케이스를 보게 됩니다. 중환자실 신환자 받을 때 환자 파악을 미리 하면서 보면 환자 이름과 히스토리를 보면 사실 다 기억이 나잖아요. 그럼 환자 받을 때부터 기분이 울적해져요. 그래서 요새는 환자분이 호전되어 전동을 가실 때, 꼭 “다시는 저랑 병원에서 만나지 말아요~!!”라고 인사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어요.





이든: 마지막 인사를 다시 만나지 말자고 한다는 부분이 인상 깊네요.


따뜻한 로봇: 그리고 말하기 좀 조심스럽지만, 솔직히 임종 때마다 많이 허탈하기도 했어요. 특히 신규 시절에 정말 힘들 땐, ‘어차피 이렇게 임종하시게 되는데, 뭐 하러 중환자실 와서 고생하시다가 가시나... 환자 본인도 힘들고 우리도 힘들고...’, 라고 생각했었어요. 요즘은 생각이 달라져 환자가 주변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다고 생각하면서 제가 하는 일에 대해 보람을 찾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생의 마지막을 함께 하는 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





이든: 맞아요. 생명을 다루는 중압감이 크지만 그만큼 숭고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따뜻한 로봇: 그외에도 저에게 그 깨달음을 느끼게 해준 계기가 있었어요. 제가 1년 차 때 일이 좀 익숙해질 때쯤 임종이 가까워지신 환자분을 담당했었는데 그때 환자분이 남자분이셨고 보호자로 아내와 아드님이 면회를 온 적이 있었어요. 마지막 인사를 나눠야 했는데 보호자들께서 감정이 커져서 환자분께 말씀을 못하시고 계속 우시더라고요. 환자분이 아직 의식이 있는 상태셔서 마지막 인사를 이렇게 하게 되면 나중에 너무 아쉬움이 크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한적인 환경이지만 그런데도 좋은 임종 환경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어서 정말 오래 고민하다가 조심스럽게 용기 내 보호자들께 그동안 고마웠던 것, 사랑한다는 말씀 하시면 환자분께 큰 위안이 될 거라고 너무 많이 우시면 마음이 무거우실 테니 마음 편하실 수 있게 좋은 말씀하시면 좋겠다고 이야기해 드렸어요. 그러자 부인께서 당신 덕분에 내가 내 인생을 살게 되었다고 정말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환자분은 임종을 하셨고 저는 또 바삐 생활을 하느라 그날을 잊고 지냈는데 1주일이 지나고 그때 그 부인께서 편지를 써서 전해주셨더라고요. 그때 간호사 선생님 아니었으면 마지막 인사도 못 했을 거라며 너무 후회했을 거라고 그때 덕분에 잘 보내드릴 수 있었다며 편지에 써주셨더라고요. 그때 느꼈어요. 내가 하는 일이 어떤 의미인지.





이든: 쉽지 않은 일이고 일이 힘들어도 오래 버틸 수 있었던 이유가 있을까요?


따뜻한 로봇: 전 동기들 덕분에 지금까지 버텼어요. 동기들 덕이 크죠. 6명이 있는데, 지금도 제일 친하고 끈끈한 우정을 나누고 있어요. 다들 지금도 간호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제가 CPR이 끝나고 화장실에서 울고 있으면 찾아와서 위로 해주고, 선배님들의 꾸중을 듣고 위축되어 있으면 같이 나가서 맥주 한잔 기울이고... 정말 큰 힘이었어요. 동기들 없었으면 저도 금방 그만뒀을 것 같아요.      


이든: 동기들과의 우정이 힘든 근무 환경에서 더욱 빛이 나네요. 동기 외에도 내과계 중환자실도 같이 일하는 선배, 후배, 동료 간호사들이 중요할 것 같아요.


따뜻한 로봇: 정말 중요해요! 저는 내과계 중환자실 간호사들이 어벤져스 같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어렵고 힘든 환자가 와도 어떻게든 처치를 해내고 어벤져스 영웅처럼 각자 역할이 있고 손발이 착착 잘 맞잖아요. 그러다 보니 어떤 어려운 순간이 찾아와도 당황하지 않아요. 한번은 병동 CPR 때 도움을 드리러 간 적이 있는데 병동 CPR은 약간 시장처럼 사람도 많고 소리가 많이 나는(?) CPR 현장이었어요. 그때 중환자실에서 CPR을 하게 되면 의료진들이 굉장히 빠르고 정확하게 각자 역할을 다 하고 있었다는걸 느낄 수 있었어요.





이든: 선생님 말씀에 느끼는 바가 많네요. 그리고 내과계 중환자실 간호사가 되고 싶다면 어떤 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따뜻한 로봇: 정직함이요! 일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건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길러지는 역량이거든요. 하지만 정직함은 신규 때부터의 습관이라고 생각해요. 사소한 거짓말도 이 부서에서는 치명적으로 환자에게 위협이 될 수 있어서 정말 중요합니다.





이든: 저도 간호사의 자격으로 정직함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따뜻한 로봇: 그렇죠. 예전에 어떤 신규 선생님이, 환자의 시간당 소변량이 매시간 50 cc 정도씩 나왔다고 거짓말로 기록을 한 적이 있었어요. 근무 시간이 거의 끝나갈 무렵, 환자의 혈압이 갑자기 떨어져서 ABGA를 해보니, Lactic acid가 치솟아 있는 거예요. 전형적인 septic shock의 증상인데, 그러면 시간당 소변이 50cc씩 나오기가 어렵거든요. 나중에 알고 보니 실제 매시간 소변량은 10cc 밖에 안되었는데, ‘너무 양이 적은 것 같아서, 그리고 노티하면 일이 더 바빠질 것 같아 두려워서’ 그냥 50cc로 기록했다고 하더라고요. 그 두려운 마음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다행히 환자분은 혈압상승제, 항생제 투여 등으로 호전되시긴 했지만, 소변량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빠르게 의사에게 알렸다면, 좀 더 적절한 조치가 미리 취해지지 않았을까요? 내가 바쁘더라도 정직하게 있는 그대로 상황을 기록하고 의사소통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역량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든: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간호사로 일하며 신규 간호사 시절과 지금 달라진 부분이 있나요?


따뜻한 로봇: 만 5년 차쯤 되었을 때,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었어요. 이 부서에서 배울 것도 많이 배웠고, 교대근무도 힘들고, 언제까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 때문에요. 아마 비슷한 연차면 많이들 고민하시는 부분일 듯합니다. 그때 대학원에 지원하게 되었는데요, 너무나 다행히도 대학원을 통해 refresh 하는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해요! 다른 병원이나 직장, 다양한 전공의 선생님들과 매주 의사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니, 제가 행하는 간호에 대한 의미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그전에는 그냥 몸에 익숙한 대로, 원래 이렇게 해왔으니까, 그냥 습관처럼 환자를 돌보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대학원에 입학한 이후로는 나름 ‘간호’라는 학문에 사명감이 생긴 것인지 저의 간호 행동 하나하나를 되짚어보고 반성하게 되었어요. 교대근무와 승진압박만 아니라면 평생 간호사라는 직업을 해도 괜찮겠구나 싶더라고요.





이든: 대학원은 어떤 계기로 진학하게 되었나요?


따뜻한 로봇: 저는 원래 학부 때부터 대학원 진학을 꿈꾸고 있었어요. 학생 때 지도 교수님 연구를 도와드린 적이 있어서 나도 언젠가 연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해왔어요. 마침 5년 차 때쯤 힘들었을 때 지도교수님께서 마침 연락을 주셔서 대학원 언제 갈 거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이 대학원 갈 때인가 싶어서 현재 성인 간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 중에 있습니다.





이든: 간호대학에서 학위를 따면 어떻게 활용하실 계획이신가요?


따뜻한 로봇: 교수를 희망하고 있는데, 교수가 된다면 임상경험이 많으니 현장감 있는 실무와 가까운 교육을 하고 싶습니다.





이든: 저도 선생님의 꿈을 응원하겠습니다. 내과계 중환자실에서 정말 다사다난한 일을 겪으며 간호사로 고민한 순간들이 있었나요?


따뜻한 로봇: 사실 신규 시절에는 내가 간호학과 왜 와서 이런 고생을 하고 있나, 많이 생각했어요 그것도 하필 가장 힘든 부서라고 소문난 이곳에 와서 말이에요. 신규 때 다른 부서 선생님들을 만날 기회(단체교육 등)가 생기면, ‘안녕하세요, 저는 암병원 내과 중환자실 응 간호사입니다.’라고 소개할 때마다 다른 선생님들이 다들 ‘와... 거기 엄청 힘든데 아니에요?’라는 반응이었어요. 신규 때는 그게 너무 싫었거든요? 다른 부서 사람들이 너무 부럽고, 정말 한가할 때에 다른 부서 나이트 근무자들은 간식 나누어 먹을 시간도 있다던데 왜 우리는 나이트 때도 앉지 못할 만큼 바쁜지, 같은 월급 받는데 왜 우리 부서만 이렇게 힘들게 일하나 싶고... 너무 불공평하다고 생각했어요. ‘다들 우리 부서 힘든 거 알고 있으면서 왜 대우는 안 해주지?’ 이런 생각이 더 크게 들었던 것 같아요. 특히 만 3년 차가 되었을 때 그 불평이 극에 달했어요. 당시에 중증도도 엄청 높아서 너무 힘들었거든요. 나름 일 잘한다는 소리 들으면서 다녔는데도 늘 오버타임하고... 다행히도 병원에서 직원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창구가 있어서, A4 2장 분량을 꽉~ 채워서 불평불만을 적어서 보냈던 기억이 납니다. 심지어 실명으로요. 그땐 너무 힘들어서 제가 겁을 상실했었나봐요... 하하...! 다행히도 그 이후로 지금까지 부서 상황이 많이 좋아졌어요. 그전에는 다른 간호사랑 똑같이 환자 2명씩 보면서 차지를 해야 했는데 이제는 담당 환자 없이 중앙업무와 신규간호사 감독을 맡는 차지가 생겼고, 신규간호사 교육 기간도 훨씬 늘어났고요. 없으면 절대 안 되는 보조원님들의 수도 많이 늘어났습니다. 또 병원 전체적으로는 유연근무제가 생겨서 데이만 근무하거나, 이브닝만 근무하는 등 원하는 근무만 선택해서 일할 수 있게 되었어요. 덕분에 저도 이브닝-나이트만 근무하면서 오전에는 취미생활이나 대학원 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이든: 간호사라면 정말 누구나 할 수 있는 고민이잖아요. 그때 선생님처럼 행동으로 옮기시는 분이 얼마나 될까요! 정말 대단합니다.


따뜻한 로봇: 감사합니다. 사실 그땐 정말 힘들어서 뭐라도 해야겠다 생각했나 봐요. 그 이후로 점점 병원 근무 환경이 좋아져서인지, 아니면 제가 연차가 쌓여서인지 모르겠지만, 요새는 간호사도 충분히 괜찮은 직업이라고 느껴져요. 물론 제가 다니는 병원처럼 근무환경이 점차 개선되고 좋아진다는 병원에 한하는 이야기가 되겠지만요. 이렇게 젊은 나이에, 타인의 생명과 삶을 돌보면서 나름 보수가 괜찮은 연봉을 받는 직업이 얼마나 되겠어요. 아직도 간호법처럼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산더미이지만요.      



이든: 요즘 선생님의 고민은 무엇인가요?


따뜻한 로봇: 요즘의 고민은, 병원 임상 환경도 너무 재미있고, 학교에서 연구하는 것도 너무 재미있다는 것이에요...! 병원과 학교 둘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데 그게 너무 아쉽습니다. 의사들은 환자 진료도 보면서, 연구도 하고, 학교에서 강의도 하는데 말이에요. 간호사도 그렇게 될 수 있다면 정말 좋겠어요.





이든: 그렇네요. 실무와 교육이 괴리감이 생기지 않도록 간호계도 간호사 및 수간호사가 교육 일선에 닿아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느덧 인터뷰가 가까워지고 있네요. 선생님께서는 간호사로 일하며 언제 행복하다고 느끼시나요?


따뜻한 로봇: 직장인의 행복은 퇴근 아닐까요? 특히 정말 바빴는데 동료 선생님들과 손발이 딱딱 맞아서 근무 시간 내에 할 일 다 끝내고 칼퇴근할 때!!! 보통은 저희가 늘 늦게 끝나기 때문에 옆 부서 외과중환자실 선생님들보다 일찍 퇴근할 때!!! 행복하다고 느낍니다.

그리고 이건 좀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는데, 급박한 상황(중요)에 18G, 20G 루트 한 번에 잡았을 때요! 워낙 응급 CT 케이스가 많다 보니 급하게 굵은 주사를 잡아야 하는 경우가 많이 생기거든요. C-line이 있다 해도 이런 경우는 무조건 IV를 잡아야 하니까요. 근데 아시다시피 암 환자다 보니 다들 혈관이 정말 안 좋으세요... 부종이 심한 경우도 많고요. 하지만 제 별명이 저희 부서 모기입니다...!! 혈관 잡는 거 너무 잘하고 너무 좋아해요. 제가 하는 일 중에 제일 재밌어요. 당장 급하게 CT실 가야 해서 인턴, 이송원임 다 오셨는데 아무도 IV 못 잡고 있을 때. 제가 한방에 20G를 잡았을 때 그 짜릿함은 말할 수 없이 기쁩니다.





이든: 응급상황에 IV를 잘 잡는 간호사는 정말 대단한 존재감이죠! 멋지네요! 선생님처럼 간호사로 꾸준히 일하려면 어떤 마음가짐이 중요할까요?


따뜻한 로봇: 그냥 병원은 물 흐르듯 다니고, 병원 밖에서 내 삶을 꾸려나가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병원 일은 누구나 다 힘드니까요.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직장 밖에서 어떻게 해소할지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아요. 오히려 버텨야지, 3년만 채워야지, 이런 생각으로 다니는 것이 더 힘든 것 같아요. 주변에 병원 오래 다니는 친구들만 봐도, ‘버텨야지’ 이런 생각은 하지 않고, 여행도 자주 가고, 친구들도 만나고, 운동/피아노 등 취미생활을 하는 친구들이 훨씬 오래 다니더라고요.





이든: 선생님은 어떤 취미를 즐기시나요?


따뜻한 로봇: 저는 되게 다양하게 하지만 짧게 했었어요. 요가, 필라테스, 피아노, 테니스 등 다양하게 했지만 꾸준히 하진 못했어요. 그래도 취미생활 할 때 병원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었어요. 새로운 취미를 할 때 필요한 용품을 사고 그걸 위해 시간을 들여 찾아보고 알아가는 시간이 좋았고 또 돈을 그만큼 쓰니 열심히 일을 하게 되는 선순환(?)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하하.





이든: 오늘 인터뷰 정말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널스터뷰> 독자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따뜻한 로봇: 제 이야기를 들려드릴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행복한 간호사는 되기 어렵겠지만, 늘 빛나는 간호사가 되기를 바랄게요 ^____^




사진 제공: 따뜻한 로봇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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