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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든 Dec 14. 2023

23.12.14 산부인과병동 - 콩이큰언니간호사 인터뷰

다이나믹한 산부인과 병동의 현장 이야기

이든: 안녕하세요~ <널스터뷰>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선생님과 함께 산부인과 병동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콩이큰언니: 네! 반갑습니다.


이든: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콩이큰언니: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산부인과 병동에서 7년 차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든: 산부인과 병동은 간호사들이 무슨 일을 하는 병동인가요?

콩이큰언니: 산부인과 병동이라고 하면 보통 아기를 낳으러 오는 산모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제가 일하고 있는 곳은 거의 부인과 환자들이 메인인 부인과 병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궁의 혹이나 근종 제거를 위한 수술에서부터 난소암, 자궁경부암, 자궁내막암 등 다양한 부인과 암 환자의 수술, 항암, 임종간호까지 다양한 간호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든: 그렇군요. 산부인과라고 해도 선생님이 근무하는 병동은 산과보다는 부인과가 메인이라고 할 수 있군요. 다른 분들에게 부인과 병동을 추천하자면 어떤 점이 장점이라고 할 수 있나요?

콩이큰언니: 산부인과 병동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중환자가 없을 것 같고 그만큼 배울 것들도 많지 않을 것 같지만 저희 같은 부인과 병동은 정말 내과와 외과를 아우르는 다양한 업무를 하고 있답니다. 그래서 처음 이곳에서 신규로 와서 일하게 되면 정말 다양한 내외과적 간호를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여자라면 겪을 수 있는 부인과적 질환에 대한 지식도 풍부해지는 건 당연한 거구요.



이든: 내외과적 간호를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군요! 산부인과 병동 환자 특성상 간호 시 주의를 기울이는 부분이 있나요?

콩이큰언니: 먼저 저희 병동은 모든 환자가 여자 환자들입니다. 그래서 사소한 것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환자들의 비율이 다른 병동보다 훨씬 많은 것 같습니다. 제가 여기서 일하기 전에는 정형외과 병동에서 일했었는데 그 곳에서는 상대적으로 남자 환자가 많았었거든요. 그래서 환자들의 특징이 더 크게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항암 하러 자주 오는 환자들은 새로운 얼굴의 간호사가 오면 단번에 알아채고 잘하는지 눈을 흘기며 감시한다든지, 약물 투약 중 조금의 누출도 본인에게 약효가 떨어지지는 않을지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든지 하는 것들이 있을 것 같네요. 그래서 환자들을 대할 때 숙련된 간호사의 모습을 보이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든: 산부인과 병동에 근무하며 기억에 남는 일이 있었나요?

콩이큰언니: 자궁경부암 말기로 두 달가량 입원 중인 환자가 있었어요. 그 환자는 요루를 갖고 있었는데 제가 퇴근하기 직전 갑자기 환자의 요루에서 피가 솟구치는 급성 출혈이 발생했었습니다. 제가 퇴근하려고 가방을 메고 나오는 길에 그런 응급상황이 생겨서 가방도 내팽개치고 환자에게 달려가 요루를 힘껏 누르면서 지혈을 하고 다른 간호사는 응급 수혈로 타온 피를 짜주면서 중환자실을 내려갔던 적이 있습니다. 출혈이 어찌나 심하던지 마치 선지 같은 피가 큰 세숫대야로 2-3그릇가량이 나왔습니다. 피가 그렇게 많이 나니까 10분 사이에 환자의 의식은 흐려지고 혈압도 쭉쭉 내려가는 게 보이더라구요. 수액을 full로 틀고 승압제까지 투약했습니다. 맥박이 없는 상황도 아녀서 CPR 팀도 부르지 못하고 정말 난리를 치면서 중환자실을 내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때 저는 퇴근하고 본가에 내려가려고 버스표를 예매해놓았던 날이었는데 그 환자로 인해 차를 놓쳤던 기억이 있네요. 아찔한 상황이었지만, 환자가 괜찮아졌다는 얘기를 듣고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이든: 정말 아찔한 순간이 아닐 수 없네요... 그 외에 힘든 점은 없나요?

콩이큰언니: 난소나 자궁, 나팔관과 같은 여성 생식 관련 장기들은 복강 아래쪽에 있기 때문에 위치상 가까운 복부나 방광, 요도 쪽으로의 전이가 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인암 수술은 대장항문외과, 비뇨기과와 같은 타과와의 협진 수술이 주로 이루어집니다. 이렇게 크게 수술을 하는 경우 장루, 요루를 갖고 나오는 환자들이 꽤 많고 위치가 수술 부위와 매우 가까이 인접해있어서 장루, 요루 주머니가 새는 경우가 많이 발생합니다. 장루나 요루가 자주 새면 많은 시간을 한 환자에게만 허비하게 되고 이런 경우 모든 업무가 밀리기 때문에 심적인 스트레스가 많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아무래도 항암도 같이 하는 병동이다 보니 항암제를 만져야 한다는 부담감도 큰 것 같습니다. 항암제에 지속해서 노출되면 아무래도 간호사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인 것 같아요.



이든: 산부인과 병동을 선택하게 된다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콩이큰언니: 일에 대한 눈치나 센스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곳이든 이런 능력은 필요하겠지만 이 곳은 의사나 환자, 보호자, 동료간호가 등 많은 사람들과 상호교류를 해야 하는 곳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상황을 적절하게 캐치해서 빠르게 대처하는 센스가 좋으면 일에 훨씬 쉽게 적응하는 것 같아요.




이든: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처음 산부인과 병동에 일할 때와 현재 달라진 생각이 있나요?

콩이큰언니: 처음 여기 왔을 때는 너무 바쁘고 힘든 곳인 것 같아서 속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산부인과 병동이라고 하면 약간 마이너한 과라고 생각해서 인정을 좀 못 받는 느낌도 들었고요.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동안 바쁘고 힘들었던 만큼 많이 배운 것도 사실인 것 같아요. 그래서 다른 어떤 곳으로 로테이션 되더라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산전수전 다 겪어본 간호사라는? 호기로운 자신감이 생긴 것 같아요.



이든: 근무하면서 오래 일하기 위해 신경 쓰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콩이큰언니: 교대근무이기 때문에 저는 수면의 질을 중요시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듀티에 맞게 잠을 조절해서 자도록 노력합니다. 만약 다음날이 데이면 전날 일찍 일어나서 낮잠을 자지 않는다든지, 나이트인 경우에는 전날 일부러 늦게 잔다든지 하는 것들이요. 하지만 교대근무를 7년 넘게 하다 보니 상근직이 너무 부럽게 느껴지는 건 사실인 것 같아요. 불규칙한 삶이 몸을 많이 늙게 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이든: 선생님처럼 꾸준히 일하기 위해서는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한가요?

콩이큰언니: 일희일비하지 않는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사실 저도 2-3년 차까지만 해도 제 팀에 중환자가 1-2명만 있어도 출근하기가 너무 싫고 스트레스가 심했던 것 같아요. 일하다가도 갑자기 환자가 안 좋아지거나 하면 너무 스트레스 받고... 근데 이런 것들 하나하나에 몰두해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오래 일하기가 힘들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중환자가 생겨서 바쁘더라도 그냥 제 듀티에 제 몫을 적절하게 하고 다 지나가는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하면 스트레스도 덜 받고 오랫동안 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든: 내가 하는 일을 한 줄로 정의하자면?

콩이큰언니: ‘멀티플레이어’ 간호사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이 곳은 멀티 플레이어가 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곳인 것 같아요. 한 가지 일을 하면서도 동시에 여러 가지를 생각하면서 판단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이든: 오늘 여러 가지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널스터뷰> 독자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콩이큰언니: 어느 곳에서 일하던 나름의 고충과 장단점은 다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걸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잘 대처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소소한 것에 만족하면서 긍정적으로 일하는 것이 저 자신의 신상에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뜬금없긴 하지만 자궁경부암 백신접종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돈 아깝다고 생각하지 말고 최대한 빨리 접종하시는 것 추천합니다. 모든 간호사들 화이팅!



사진제공: 콩이큰언니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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