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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든 Oct 10. 2023

[코로나 특별편] 혈종 간호사 허니비 에피소드

임상 최전선에서 환자들을 돌보았던 건 간호사라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에 맞선 간호사들의 이야기'는 오랜 시간 의료 최전선에서 분투한 간호사들의 회고록이다. 코로나19 종식 이후 코로나19에 맞선 간호사들의 노고는 점점 잊혀 간다. 간호사들은 무엇을 위해 그토록 처절하고, 힘들게 코로나19와 싸웠을까? 어려운 환경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간호사들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코로나19에 맞선 간호사들의 이야기]

임상 최전선에서 환자들을 돌보았던 건 간호사라고 생각합니다(혈종 간호사 허니비 에피소드)

마지막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의 큰 어려움을 이겨내고, 지금도 어딘가 밤낮없이 환자들을 위해 일하는 모든 <널스터뷰> 독자 간호사 선생님들께도 존경과 감사의 인사 드립니다.





이든: 안녕하세요 선생님~ 오늘 인터뷰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병동에서 고군분투했던 간호사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허니비: 반갑습니다.






이든: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허니비: 안녕하세요. 저는 병원 입사 이래로 혈액종양병동에서 쭉 근무하고 있는 9년 차 간호사 허니비라고 합니다. 누군가는 한 병동에 오래 일하는 게 힘들고 반복되는 업무가 지루해서 부서 이동을 원하는데, 저는 안정적인걸 추구하기도 하고 제 기준에 우리 병동은 하루하루가 다이나믹해서 오히려 지루할 틈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열심히 하루하루 일하다 보니 9년 차가 되었습니다! 물론 아직도 모르는 게 많아 찔린답니다.








이든: 9년 차 간호사라니! 정말 베테랑 간호사이시죠~ 코로나19 팬데믹 전에 근무하던 병동은 어떤 곳이었나요?


허니비: 혈액종양환자들이 입원하여 여러 가지 검사를 받기도 하고, 조혈모세포이식을 비롯하여 항암화학요법, 방사선 치료, 지지요법(supportive care) 등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혈액종양환자들이다보니 특히 면역 저하로 인한 감염 위험이 너무도 커서 모두가 감염 예방을 위한 지침을 따라야 합니다. 의료진은 무균술과 보호 격리, 양압 시설과 같은 환경관리에 신경을 계속 써야 하고, 코로나19 발생 이전부터도 보호자를 제외하고는 면회가 제한되었죠.






이든: 무균술을 시행하는 병동이다 보니,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부터 굉장히 환경관리에 신경을 쓰는 부서였군요. 감염에 취약한 병동에서 근무하며 선생님께서 느끼시기에 초기 병원의 대응이나 병동에서의 대처는 어떻게 하였나요?


허니비: 면역 저하 환자분들이 입원하는 병동이다 보니 코로나19는 특히나 더 무섭게 다가왔습니다. 저희 환자분들에겐 더 치명적일 수 있으니까요. 병동 차원에서는 의료진만 쓰던 마스크를 환자, 보호자가 모두 착용하도록 하였고 기존보다 더더욱 면회 제한과 한 명씩 상주해야 하는 보호자들의 관리에도 힘썼습니다. 병원에서도 입원예정자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전수 조사하고, 병원 출입구를 제한하고 출입 시 체온 측정을 하는 등 환자, 보호자, 의료진을 보호하고 병원감염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다양한 대처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든: 코로나19 팬데믹 때 근무하면서 고충은 없으셨나요?


허니비: 다행히도 저희 병동에 입원한 환자들이 코로나19가 발생한 경우가 아주 많지는 않았는데요. 그래도 간혹 코로나19 확진이 되면 감염 격리병동으로 전동가기 전까지 인계와 병실 준비 때문에 어느 정도 시간이 걸려서, 그 시간 동안 확진자와 같은 병실을 사용하는 다른 환자, 보호자들의 걱정과 불안감 등을 케어하는 게 힘들었습니다.






이든: 일반 병동이지만, 감염에 취약한 곳이라 더욱 신경을 쓰셨을 것 같아요. 그 외에도 다른 어려움은 없었나요?


허니비: 우리나라의 병문안 문화가 각별하다보니... 면회가 제한된 병동인데도 코로나19 검사 없이 병동으로 몰래 들어오는 경우도 여럿 있었습니다. 특히 주말에는 일하는 인력이 적으니 간호사들이 각 병실 안에 있으면 스테이션에서 자리를 지키며 면회객들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지 못할 때가 많았죠. 그럴 때 특히 기본적인 업무뿐만 아니라 주위 다른 환자, 보호자들의 불만이 심해지지 않도록 이야기를 들어주며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24시간 상시 대기하고 있는 수간호사님과 병동 동료 간호사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논하고 서로 으쌰으쌰 하며 의지할 수 있는 분위기라서 힘이 되었습니다.






이든: 서로 의지하며 힘을 냈다는 말씀이 인상 깊네요! 코로나19로 인해 추가된 다른 업무들은 없었나요?


허니비: 입원 안내를 할 때 코로나 관련 주의점, 보호자, 간병인에 관련 안내문을 더 자세히 설명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국가의 현 상황에 따라 지침이 자주 바뀌었기 때문에 병동 간호사들도 바뀐 지침을 자주 숙지해야 했습니다.






이든: 아무래도 입원 시 간호에 주의를 기울일 수 밖에 없었겠군요. 코로나19로 인해 환자를 간호하며 더 조심했던 부분들이 있나요?


허니비: 앞서 말했지만 코로나19가 면역 저하 환자분들에게 특히 더 위험하고 치명적일 수 있어 감염전파를 막기 위해 감염예방 지침을 지키고자 신경을 더욱 썼습니다. 그리고 환자, 보호자들도 감염 위험성에 대해 잘 이해하고 조심하는 한편, 항암이나 조혈모세포이식처럼 입원 기간도 길고 힘든 치료로 인해 모두가 예민했죠. 병실이 대부분 다인실이다 보니 그 당시 같은 병실에 기침하는 환자가 있으면 다른 환자, 보호자들이 저 환자 빨리 격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는 경우도 많았고, 상주하던 어떤 보호자가 코로나19가 확진되면 같은 병실에 있던 환자, 보호자에게도 코로나19 검사를 하며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임시 격리를 해야 했기 때문에 환자, 보호자들의 불안과 불만 사항에 대해 잘 대처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든: 말씀 감사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하면서 병동의 분위기가 달라진 부분이 있나요?


허니비: 업무 외적으로 얘기하면 예전에는 근무 끝나고 동료들끼리 밥을 먹는 경우도 있었는데 서로 조심하려고 잘 만나지 않았었고 초기에 걸리면 굉장히 잘못한(?) 기분이었습니다. 그래서 회식도 못하고 밥을 같이 먹어도 신경 쓰이는 분위기가 있어서 이 부분이 아쉽기도 했었습니다.






이든: 코로나19 기간에 환자를 간호하며 보람을 느꼈던 일이 있나요?


허니비: 저희 병동의 특성상 코로나19 확진 환자는 감염내과 상의 후 감염 격리병동으로 반드시 전동을 보냈기 때문에(현재는 다 그렇진 않습니다.) 큰일은 없었지만... 조혈모세포이식 예정인 환자가 감염 격리병동으로 전동을 간 경우에는 감염 격리병동에 헬퍼 간호사로서 이식을 하러 간 적이 있었어요. 코로나19 확진 뿐 아니라 다른 병동에서 이식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환자분들이 특히 더 불안감이 심했는데요. 혈액종양병동에서 이식을 하기 위해 왔다고 여러 얘기를 드리면 환자분들께서 고맙다, 안심이 된다고 말을 많이 해주셔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이든: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간호사로 내가 한 일에 대해 한 줄로 설명하자면?


허니비: 코로나19로부터 우리 환자를 지키자!






이든: 개인적으로 선생님께서도 코로나19 팬데믹 전후로 달라진 부분이 있나요?


허니비: 예전 보다 더 화장을 잘 안 하게 되었습니다. 하하. 쌩얼에 자신감을 갖게 되었어요☺ 생각보다 일할 때 외에도 마스크를 쓰는 게 때론 편합니다. 그리고 병동 시점으로 보면 코로나19의 무서움이 도움이 되어(?) 환자, 보보호자들이 손 위생, 마스크 착용과 같은 감염 예방 지침에 대해 잘 따라주고, 예전보다 면회객들이 줄어서 통제가 잘 되는 것 같습니다.






이든: 그런 부분은 어떻게 보면 순기능이 되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코로나19 팬데믹과 관련하여 고생한 간호사들을 어떻게 기억해주었으면 하나요?


허니비: 임상 최전선에서 환자들을 돌보았던 건 간호사라고 생각합니다. 방호복 때문에 땀이 비 오듯 흐르지만 화장실에 자주 가지 못하니 물 마시는 것도 제한하며 힘들게 환자를 보던 감염 격리병동 선생님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정말 쉽지 않은 일이 틀림 없습니다. 그 모습을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든: 마지막으로 코로나19와 관련하여 자유롭게 평소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허니비: 이전에는 코로나19에 확진된 직원들은 병가를 받았는데 특히 우리 3교대 간호사들은 내가 출근하지 않으면 누군가 대체로 출근을 해야 하니 확진이 되어도 푹 쉬지 못하고 동료들에게 미안함과 죄책감이 더욱 컸던 것 같아요. 저도 코로나19에 걸리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으로 마스크 착용은 물론이고 원래 있던 집순이 체질이 더 커지면서 병원과 집만 다닌 결과!!! 한 번도 코로나19에 걸려서 병가 받은 적이 없답니다(뿌듯)! 아마 무증상으로 쓱 지나갔을 확률이 컸을 것 같긴 하지만요.


그런데 올해 전국적으로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면서 저의 마음이 느슨해져서 마스크를 벗고 이곳저곳 쏘다녔더니 결국 독감을 호되게 앓고 지금까지도 기침을 한답니다. 특히 환절기에는 코로나19가 다시 공격할지 모르니 여러분도 꼭 조심하시길 바라요.






이든: 오늘 인터뷰 정말 감사드립니다. <널스터뷰> 독자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허니비: 간호사 일은 너무도 힘들고 사람 때문에 지치기도 하지만 또 사람 때문에 웃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저도 처음 신입 간호사로 일하고 적응하는 것까진 힘들었지만 <널스터뷰> 독자분들 중에 아직 간호사 일을 시작하기 주저하는 분이 있다면 3교대와 업무 스트레스 등 힘든 부분에만 포커스를 맞추지 말고 직접 해보고 맞는지 아닌지 걱정해도 전혀 늦지 않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업무가 힘들어도 치료를 잘 받고 퇴원하는 환자들을 보면 보람도 차고, 저처럼 3교대가 은근히 잘 맞을 수도 있고 하하 시간을 잘 활용하면 충분히 자기 계발도 할 수 있으니깐요. 마지막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의 큰 어려움을 이겨내고, 지금도 어딘가 밤낮없이 환자들을 위해 일하는 모든 <널스터뷰> 독자 간호사 선생님들께도 존경과 감사의 인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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