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언어와 문화를 넘나들며 외국인 환자의 든든한 길잡이
이든: 안녕하세요, <널스터뷰> 독자 여러분!오늘은 병원 안에서 외국인 환자들과 가장 가까이에서 소통하며, 언어와 문화를 넘나드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 국제진료팀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합니다.
낯선 타국에서 치료를 받는 외국인 환자들에게는 정확한 의료 지식만큼이나 따뜻한 소통과 세심한 배려가 꼭 필요하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이번 인터뷰를 통해 국제진료팀 간호사 선생님이 들려주는 현장의 이야기 속에서, '간호'라는 직업의 새로운 확장 가능성과 진심 어린 환자 돌봄의 가치를 함께 느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국제진료팀의 해피더피 간호사 선생님을 만나보겠습니다.선생님, 반갑습니다!
해피더피: 반갑습니다.
이든: 독자에게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해피더피: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 한 대학병원 국제진료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9년차 간호사 ‘해피더피‘입니다. 외과계병동에서 3년정도 즐거운 병동생활을 보내다가 현 부서로 발령받아 저희병원에 오는 외국인 환자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든: 많은 분들에게는 조금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국제진료팀은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요?
해피더피: 네, 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국제진료팀은 외국인 환자 전문 진료센터라고 보시면 됩니다.저희 병원에는 매년 약 1만~1만 5천 명 정도의 외국인 환자분들이 방문하시는데요, 언어와 문화의 장벽 때문에 진료 전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저희 팀은 환자가 입국하기 전부터 출국할 때까지, 진료 여정의 모든 순간에 함께하며 의료 서비스를 안내하고 지원합니다. 현재는 영어, 중국어, 몽골어, 러시아어, 아랍어 등 총 5개 언어로 의료통역과 전반적인 진료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어요. 통역뿐 아니라 예약, 검사, 입원, 수납, 퇴원까지 전 과정을 안내하고 조율하며, 환자들이 보다 안전하고 편안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든: 듣기만 해도 정말 다양한 업무를 하는 부서인 것 같아요. 간호사로서는 어떤 일을 주로 하시나요?
해피더피: 하루는 오전 회의로 시작돼요. 당일 내원 예정인 외국인 환자 현황을 공유하고, 그에 맞춰 본격적인 진료가 시작되죠. 저희 센터에는 가정의학과 교수님이 상주하고 계셔서 예약 외에도 워크인 환자 진료가 가능하고, 외과, 내과, 영상의학과 등 약 19개 진료과 교수님들이 센터를 순회하며 진료를 봐주십니다. 병원 안에 또 하나의 외래가 있는 셈이죠.
간호사는 그 안에서 외래 안내, 검사 일정 조율, 시술 및 검사 동행 통역, 입원 환자 라운딩, 그리고 해외 보험 서류 작업까지 다방면에서 역할을 합니다. 진료과, 외래, 수술실, 검사실, 병동, 심지어 응급실까지 모든 부서와 긴밀히 소통하고, 의료진과 환자 사이의 문화적 차이를 중재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 중 하나예요.
이든: 단순한 언어 통역을 넘어, 환자와 병원을 연결하는 '조율자' 역할을 하시는군요. 처음 병동 간호사로 일하시다가 국제진료팀으로 오신 계기도 궁금해요.
해피더피: 신규 시절 병동에서 근무하다 보면 외국인 환자분들을 가끔 만나게 되는데요, 그때 자연스럽게 응대하면서 국제진료센터라는 부서에 대해 처음 알게 됐어요. 저는 언어에 자신이 있었고, 다양한 문화를 접하는 데 거부감도 없었기 때문에'외국인 환자들에게 더 도움이 되는 간호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 뒤로 병동에서 임상경험을 쌓으며 국제진료팀에 올 수 있는 기회를 기다렸고, 막상 발령이 났을 때는 단순한 커리어 이동이 아니라 저의 성향과 가치에 꼭 맞는 자리라고 느껴졌어요. 지금도 그 선택에 대해 참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든: 외국인 환자와 처음 마주했던 순간이 기억나시나요? 언어나 문화의 차이로 인해 생겼던 인상 깊은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해피더피: 네,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요. 처음 만났던 외국인 환자분은 다인실에 배정되셨는데, 그 상황 자체를 굉장히 당황스러워하시고 쉽게 납득하지 못하셨어요.
한국에서는 다인실이 다소 불편할 수 있어도, 옆 환자와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정서적으로 위안을 얻기도 하잖아요. 하지만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문화권에서는 ‘개인 공간’이 확보되지 않은 다인실은 받아들이기 힘든 환경이더라고요.
그 상황에서 다행히도, 마침 1인실을 쓰시던 다른 환자분이 다인실로 옮기기를 원하셔서 환자분을 1인실로 이동해드릴 수 있었고, 굉장히 편안해하셨어요. 그 일을 통해 단순한 공간 배정이 아니라 ‘문화적 감수성’을 갖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어요.
이든: 국제진료팀에서 일하다 보면, 아무래도 언어 능력이 중요한 자산일 것 같아요. 영어나 제2외국어 실력은 실제로 어느 정도 필요하고,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해피더피: 저는 하루 근무 중 약 70~80%는 영어를 사용하고 있어요. 진료 통역도 물론 포함이고, 의료진과 환자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대부분이 영어로 이뤄지다 보니, 영어는 거의 주언어처럼 쓰인다고 보시면 돼요.
그런데 중요한 건 ‘의학용어를 얼마나 아느냐’보다도, 그 용어를 얼마나 쉽게 풀어서 설명해줄 수 있느냐예요. 의학용어는 한국인에게도 어려운 언어잖아요. 외국인 환자에게도 마찬가지예요. 그래서 중요한 건 단순한 해석이 아니라, 그들이 불안한 마음으로 듣고 있다는 전제를 깔고, 이해하기 쉬운 말로 상황을 설명해주는 거예요. 또 의료진에게는 환자 상황을 ‘의학적으로 정확하게’ 전달해야 하고요. 그 사이를 매끄럽게 연결해주는 센스와 배려가 통역 이상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이든: 그렇군요. 진료의 다리 역할을 넘어서 정서적인 중재자이기도 하겠네요. 그렇다면, 국제진료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혹은 가장 어려웠던 환자 케이스는 무엇이었나요?
해피더피: 사실 ‘가장 어려운 케이스’라고 하면, 너무 다양한 종류가 있어서 한 가지로 꼽기 어려워요.
예를 들어 환자의 상태가 악화되어 결국 에어앰뷸런스로 본국으로 이송해야 했던 경우도 있었고, 국내에서 신원 미확인 상태로 사망하신 외국인 환자의 사건도 있었어요. 또 어떤 환자는 난민 신분이라 긴급한 수술이 필요함에도 치료비가 없어 안타까웠던 경우도 있었고, 해외 보험사로부터 치료 승인까지는 받았지만, 이후 지불 거절을 당해 큰 혼란이 생긴 일도 있었죠.
국제진료팀 간호사들은 단순히 환자 상태만 보고 일하는 게 아니라,진료, 통역, 행정, 보험, 문화적 조율까지 동시에 챙겨야 하기 때문에 이런 복합적인 난관들을 자주 겪게 됩니다.
요즘은 K-의료에 대한 관심으로 중증 외국인 환자들이 점점 늘고 있어요. 단순한 감기나 검진 목적이 아니라, 희귀질환이나 복합질환을 앓고 있는 분들이 많고요. 이런 분들은 진료과만 6~7과를 동시에 봐야 하는 경우도 있고, 정말 전 재산을 들여 마지막 희망을 품고 한국에 오는 분들도 계세요. 이런 환자분들과 마주할 때마다, 단순한 ‘간호 업무’가 아니라, 이분들의 삶과 희망을 함께 책임지고 있다는 마음으로 임하게 됩니다.
이든: 삶과 희망을 함께 책임진다는 말씀이 크게 와닿네요. ‘간호사’로서가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는 사람’처럼 느껴졌던 순간이 있었나요? 의료진이자 문화의 대사로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다면요?
해피더피: 네, 정말 많아요. 국제진료센터에서 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저 자신이 ‘한국을 대표하는 사람’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이 많아져요. 저희 센터에 오는 환자들은 대부분 한국 의료 시스템을 처음 경험하는 분들인데, 단순히 진료의 질을 넘어서 ‘한국’이라는 나라 전체에 대한 인상을 간호사를 통해 받아들인다고 생각하면 책임감이 정말 커지더라고요. 짧은 방문일지라도, 저희가 정성과 배려로 진료 전 과정을 안내하고 돌보는 과정에서 환자분들이“한국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어요”, “이 병원, 이 나라에서 최고의 서비스를 경험하고 갑니다”,“다른 사람들에게 꼭 추천할 거예요”라고 말씀해주실 때는 정말 뭉클합니다.
그럴 때면 단순히 간호사가 아니라, 문화와 의료를 연결하는 대사가 된 기분이 들어요. 그만큼 이 일이 저에게 더 큰 책임감과 보람을 안겨줍니다.
이든: 그런 역할에 관심 있는 신규 간호사나 학생분들도 많을 것 같은데요.국제진료팀에 오고 싶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요? 현실적인 조언 부탁드립니다.
해피더피: 우선은 기본적인 간호지식과 현장경험이 중요하고, 외국어 능력도 정말 큰 도움이 돼요.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열린 태도라고 생각해요. 다양한 문화를 수용하고 이해하는 마음,그리고 환자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줄 수 있는 여유가 이 일에서는 정말 중요하답니다. 특히 언어가 잘 통하지 않는 경우, 표정, 손짓, 눈빛 같은 비언어적인 소통도 굉장히 중요해요.하루 종일, 혹은 몇 달을 함께 보내야 하는 환자도 있기 때문에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죠.
“내가 외국 병원에 입원했다면 어떤 기분일까?” “어떤 안내가 필요할까?”이런 시선으로 생각해보는 연습부터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이든: 그렇다면 병동 간호사와 비교했을 때, 국제진료 간호사만의 특별한 장점은 무엇이라고 느끼시나요?
해피더피: 국제진료센터는 일반외래와는 다르게 전 진료과를 보는 곳이라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든부분이 있고 확실히 더 넓은 폭의 업무를 커버해야 하는 차이가 있어요. 병동에서는 병상중심 직접간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국제진료 간호사는 진료 전 후 전반적인 시스템을 설계 및 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해요. 진료 예약, 보험안내, 통역, 검사 조율, 입퇴원과정지원 등 다양한 행정적, 사회적 요소를 아우르며 일한답니다. 그래서 간호사이면서 코디네이터, 통역사, 그리고 문화 브로커 역할까지 자연스럽게 수행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분위기적인 측면에서 보면 타부서와 유기적으로 협업하기에 상대적으로 수평적인 분위기라고 보시면 돼요. 힘든 환자가 있을때는 국제진료센터 교수님까지 모여 서로 다양한의견을 내며 함께 논의하고 조율하며 문제를 해결해가는 문화가 자리잡혀 있고 또한 배움이 빠른 환경입니다.
또한 세계 각국에서 온 환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의료를 넘어서 사회문화적 이해의 폭도 함께 성장 할 수 있답니다! 국제진료센터 간호사는 매일 새로운 국적, 언어, 문화, 상황 속에서 환자 한사람 한사람에게 맞는 간호를 조율 하며, 루틴보다는 유연성이 요구되는 환경이고, 그만큼 간호사로서의 문제해결력과 소통능력이 빠르게 발전할 수 있는 곳 같습니다.
외국인들은 진료시간에 대한 기대가 길고, 요구도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어서 한시간 넘게 상담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도 하며 해결해주는 과정에서 진이 빠질때가 많기도 할때가 있지만 그 과정에서 한 환자 한 환자 더 라포를 깊게 쌓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답니다!
이든: 국제진료 간호사의 하루 루틴이 궁금해요. 다른 부서와는 조금 다른 흐름이 있을 것 같은데요?
해피더피: 기본적으로는 오전·오후 진료가 진행되지만, 그 사이사이 일어나는 일이 다양해서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가요. 센터 내에는 소규모 주사실도 있어서, 간단한 백신 접종은 저희가 직접 하기도 해요. 그리고 퇴근 전에는 다음날 내원 예정인 모든 환자들에게 직접 연락을 드려요. 외국인 환자들은 문자 안내만으로는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진료 시 영상자료나 의무기록이 병원 내 다른 부서에 전달되어야 하는 경우도 있어서, 진료 흐름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미리미리 조율하고 확인하는 게 정말 중요해요.진료를 위해 입국 예정인 환자들이 비자 문제 등으로 못 오는 경우도 종종 있어서, 외래 일정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요. 작은 일 같지만, 이 모든 게 외국인 환자의 ‘경험’을 좌우하는 중요한 부분이랍니다.
이든: 병원 시스템이나 진료 절차가 다르다 보니, 외국인 환자들이 가장 당황하는 부분도 많을 것 같아요.그럴 때 어떻게 해결하고 계신가요?
해피더피: 가장 어려워하시는 건 본국과 다른 의료 시스템과 진료 절차예요. 한국은 검사-수납-약수령까지의 동선이 굉장히 복잡하잖아요. 익숙하지 않으면 당황하기 쉬운데, 저희가 그런 동선을 붙잡아드리는 역할을 해요. 또 한국 진료는 짧고 간결하게 진행되는 편인데, 외국인 환자분들은 “멀리서 치료 받으러 왔는데 5분 만에 끝났다”며 당황하거나 불만을 표하실 때도 있어요. 그럴 때는 저희가 진료 내용을 다시 풀어드리거나, 추가 상담을 연결해드리기도 해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설명이 있는 진료예요. 의료 내용뿐 아니라, 병원 내 이동이나 시스템까지도 친절히 안내해드리는 것이 정말 중요하죠.
이든: 그렇다면 ‘국제진료팀 간호사’라는 직업을 한 문장으로 정의하신다면요?
해피더피: 국제진료 간호사는 마치 병원 속 여행 가이드 같아요. 다양한 국적의 환자들과 하루 종일 만나고, 안내하고, 함께 호흡하면서 의료와 문화를 연결하는 ‘글로벌 커뮤니케이터’라고 정의하고 싶어요.
이든: 마지막으로 외국인 환자와 라포를 잘 쌓는 팁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해피더피: 사실 정말 간단한 것부터 시작돼요.
눈을 보고 환하게 웃으며 “Hello!” 한마디만 해도 환자분들이 마음을 열어요.
그 나라의 인사말을 기억해두었다가 건네면, “내가 존중받고 있구나”라는 느낌을 받는다고 하시더라고요. 작은 말 한마디, 따뜻한 표정 하나가 언어보다 더 강한 소통이 될 때도 많답니다.
이든: 앞으로의 목표나 꿈이 있으시다면 들려주세요.
해피더피: 요즘 간호 교육 콘텐츠가 많이 발전하고 있잖아요?언젠가는 외국인 환자들을 위한 다국어 간호 콘텐츠를 직접 기획해보고 싶어요. 그게 저희 국제진료팀의 일상을 더 널리 알리는 방식이 될 수도 있고, 한국 의료의 위상을 더 높일 수 있는 작은 시작이 될 수도 있다고 믿거든요. 단순히 진료를 돕는 간호사가 아니라,의료 외교의 창구로 성장하는 간호사가 되고 싶어요!
이든: 이 일을 정말 깊이 애정하고 계신 게 느껴져요.마지막으로 <널스터뷰>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해피더피: 국제진료팀 간호사라고 해서 멋진 일만 있는 건 아니에요. 통역도 해야 하고, 행정도 해야 하고, 간호도 해야 하고… 가끔은 만능 해결사가 된 기분이에요.
하지만 그만큼 환자 한 사람 한 사람과 진짜 마음으로 연결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저는 이 일이 정말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가끔은 ‘나 이 일 왜 시작했더라?’ 싶을 때도 있지만,그 물음 하나하나가 결국 저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더라고요. <널스터뷰>를 읽고 계신 모든 분들,오늘도 충분히 멋지게 잘하고 계신 중입니다! 응원할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