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전담 간호사의 역할과 한계를 들여다본 인터뷰.
이든: 안녕하세요? 오늘은 병원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임상 전담 간호사의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합니다. 최근 전공의 파업 등으로 인해 병원 내에서 ‘임상 전담 간호사’라는 직책이 신설되거나 역할이 크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현장에서 근무 중인 선생님들을 만나, 임상 전담 간호사의 실질적인 업무와 방향성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정형외과 임상 전담 간호사 해뭉 선생님 모셨습니다. 반갑습니다.
해뭉: 안녕하세요?
이든: 독자 여러분께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해뭉: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 소재 대학병원 정형외과 전담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정형외과 임상 간호사로 약 6년 1개월간 근무했고, 산부인과로 로테이션되어 약 2개월간 근무한 후, 작년 11월부터 현재까지 정형외과 전담 간호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든: 현재 근무하시는 정형외과 병동은 어떤 특징을 가진 부서인가요?
해뭉: 정형외과는 외과적 특성상 수술과 그 이후의 케어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수술 후 발생하는 환자의 활력징후(vital sign) 변화에 따른 처치, 수술 상처 관리, 보행 및 재활 운동을 통해 환자가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든: 임상 전담 간호사로서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수행하고 계신가요?
해뭉: 병동 전담 간호사라는 역할이 2024년에 처음 생긴 만큼, 부서마다 전담 간호사의 역할이 상이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형외과의 경우 기존 전공의 선생님들의 역할을 대체하여, 병동에서 전공의 선생님들이 하시던 모든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Tumor-Spine 팀을 맡아 5명의 교수님 병동 환자를 담당하고 있으며, 보통 20~30명의 환자를 보고 있습니다. 입원 초진, 경과 기록, 퇴원 기록, 타과 의뢰, 서류 작성 등의 모든 기록을 작성하고 있으며, 1차 연락(notify)에 따른 대처, 오더 발행, 응급 상황 시 의사 결정, 수술 동의서를 제외한 모든 동의서 작성, 교수님 회진 참여, 수술 상처 드레싱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든: 전공의 선생님들의 공백을 실질적으로 메우고 계신 셈이네요. 전담 간호사 역할을 맡기 전에는 이 직무를 어떻게 바라보셨나요?
해뭉: 부서 이동 전에는 임상 간호사로 근무했기 때문에, 전문/전담 간호사의 업무에 대해 약간의 거부감이 있었습니다. 한시적인 직무였고, 전공의 선생님들이 병원으로 복귀하시면 다시 병동으로 로테이션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간호사임에도 의사 직군의 업무를 수행하게 되는 상황에서, 그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과 어려움이 반드시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든: 말씀을 들어보니 여러 가지 우려가 있으셨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현재의 임상 전담 간호사 업무는 적절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또, 어떤 범위까지가 적정하다고 보시는지도 궁금합니다.
해뭉: 모든 부서마다 업무 범위가 상이하고, 전문·전담 간호사 선생님들의 업무도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기 때문에, 과별이 아니라 병원 차원에서 업무 범위를 명확히 정해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습니다. 현재 제가 수행하고 있는 업무의 범위는 많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기존에 더 오랜 시간 근무하시던 전공의 선생님들의 업무를 제한된 시간 내에 모두 수행하기에는 벅차다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이든: 앞서 언급해주신 점 외에도, 현장에서 느끼시는 어려움이 더 있을 것 같습니다.
해뭉: 우선, 아직 저희 과는 후인증 시스템이 승인되지 않아서, 각 교수님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모두 외워서 로그인한 뒤 기록을 작성하고 있습니다. 19명에서 21명에 이르는 정형외과 교수님들을 전담 간호사 4명이 맡아 번갈아 로그인과 로그아웃을 반복해야 하므로,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업무 시간이 많습니다.
또한, 제가 담당하고 있는 Tumor 팀 환자들의 경우 드레싱에 소요되는 시간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절단(amputation) 환자나 사지보존수술(limb salvage operation)을 받은 환자의 드레싱은 1명당 약 30분 정도 걸리며, 가능한 한 최선을 다해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맡은 업무에서 어디까지를 수행해야 하는지, 어느 부분까지 책임져야 하는지 항상 고민이 됩니다.현재는 고유량 산소(hiflow), norepinephrine, nicardipine, NTG 등의 약물을 적용할 때,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시작 용량을 설정하고, 증감 여부는 타과에 의뢰하고 있습니다. 물론 약물 적용 전에는 주치의 선생님과 상의하고 있지만, 제가 내린 결정이 환자에게 위해를 끼치지 않을지, 만약 위해가 발생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책임을 져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
가끔은 내가 속한 곳이 어디인지 혼란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업무가 점점 어려워지고, 환자 수가 많아져 부담이 가중되거나, 주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했음에도 시간 외 근무를 올리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는 어디에 연락드려 고충을 이야기해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
이든: 쉽지 않은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를 묵묵히 지켜주고 계시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상 전담 간호사 역할의 순기능도 분명히 있을 것 같습니다.
해뭉: 간호사와 의사 직군을 연결하는 중간 고리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현재 정형외과는 파업으로 인해 3개 병동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과거 임상 간호사로 근무할 당시에는 바쁜 병동 업무로 인해 교수님 회진에 참여할 시간이 없어, 환자의 치료 계획(plan)을 알 수 없었고, 의사 선생님들께서도 따로 공유해주시지 않았습니다. 그로 인해 갑작스러운 수술 처방이나 퇴원 오더 등을 통해서야 환자의 계획을 파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전담 간호사로서 교수님의 회진에 직접 참여하면서, 개별 환자의 치료 계획을 직접 듣고, 회진 이후 간호부와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퇴원을 앞둔 환자는 어떤 부분을 준비해야 하는지, 수술 예정 환자는 무엇을 사전에 챙겨야 하는지 등을 팀원들과 효율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되었습니다.
이든: 정말 다양한 영역의 업무를 수행하고 계시네요. 이 역할을 위해 어떤 교육을 받으셨는지도 궁금합니다.
해뭉: 전담 간호사로서, 교수님들로부터 L-tube 삽입, Chemoport needle 삽입, BiPAP 내관 교체등의 실습 교육을 받았습니다. 또한, 각 진료과 교수님들께서 호흡기계 환자, 심장 질환 환자, 복통 환자에 대한 대처 방법, 영상 판독법등에 대해 약 2주간, 하루 1~2시간씩 교육해주셨습니다.
정형외과 팀별(고관절, 슬관절, 종양, 척추, 어깨, 손, 족부, 외상, 소아) 교육도 별도로 진행되었습니다. 병동 전담 간호사가 처음 도입되었을 당시에는 별도의 교육이 없었으나, 이후 수술장 전담 간호사 선생님 두 분이 오셔서 각 수술 관련 지식 및 수술장에서의 역할에 대해 교육해주셨고, 그 과정을 함께 수강했습니다.수술장은 저희가 익숙하지 않은 분야였고, 수술 자체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터라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추가적으로, 응급 상황 대처 및 어려운 케이스에 대비하기 위해 외과 교육 간호사 선생님들께서 진행하시는 모든 교육 과정에 자발적으로 신청하여 수강하고 있습니다.
이든: 새로운 내용을 익히고, 현장에 적용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그렇다면 선생님께서 생각하시기에, 임상 전담 간호사로서 가장 중요한 자질이나 역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해뭉: 가장 중요한 점은, 간호부와 진료과 간의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간호사의 업무에서 다소 벗어난 현재의 역할에서는, 매일 아침 8시 출근과 동시에 20건이 넘는 노티가 쏟아지기도 합니다.그중 잘못된 노티가 오면 제 업무에 치여 감정이 상하는 순간들도 종종 발생합니다.비록 전공의의 업무를 일부 수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간호부와의 원활한 관계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좋았던 점은, 정형외과적 지식의 폭이 확실히 넓어졌다는 것입니다.이전에는 임상 간호사로서 수술 부위를 직접 볼 기회가 거의 없었고, 환자의 수술 상처에 대해 자세히 설명드리기도 어려웠습니다. 수술 후 케어는 ‘다리를 올려 붓기를 줄인다’, ‘abduction을 취해 고관절 탈구를 방지한다’는 정도의 지식에 그쳤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2~3일에 한 번씩 직접 드레싱을 하며, 상처의 상태에 따라 어떤 드레싱이 적절한지,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에 대해 스스로 판단하고 적용하게 되었습니다.예를 들어, hindquarter 절단술의 경우, 수술 후 contracture 예방을 위해 다리를 올리지 않기도 하며, 수술 중 삽입된 기구에 따라 abduction의 범위도 달라진다는 점을 직접 경험하고 배웠습니다.
또한 교수님과의 회진에 참여하며, 전신으로 암이 전이된 환자 보호자에게 어떻게 설명하는지, 호스피스로의 전환을 어떻게 안내하는지 등 환자 및 보호자와의 초기 소통 과정에 함께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과거에는 ‘정형외과 병동에 근무하는 외과 간호사’라는 소속감을 느꼈다면, 지금은 교수님들과 환자 관련 연락을 주고받고 회진에 참여하면서, 정형외과의 일원이라는 소속감과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든: 지금까지의 과정을 겪으시면서, 처음과 비교해 임상 전담 간호사에 대한 가치관이나 관점에 변화가 생기셨나요?
해뭉: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욱 강해졌습니다. 과거에는, 간호사로서 어느 정도의 업무는 굳이 추가적인 학습 없이도 수행 가능하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책을 거의 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6년 넘게 근무했던 정형외과임에도 불구하고 환자나 팀에 대해 몰랐던 부분이 많다는 걸 깨닫고, 더 배워야 할 것이 많고, 더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든: 간호사의 역량을 더 넓힐 수 있다는 점도 임상 전담 간호사의 장점 중 하나일 텐데요. 이 역할을 수행하면서 생긴 개인적인 고민도 있으셨을까요?
해뭉: 가장 고민이 되는 순간은 월급날입니다.개인적으로 야간 근무가 체질에 잘 맞았고, 3교대 시스템의 장점도 많다고 느꼈습니다. 예를 들어, 평일에 여행을 떠나면 저렴한 가격에 호텔을 이용할 수 있었고, 본가로 내려가는 기차 예매도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데이 근무로 전환되어 여행이나 본가 방문에 어려움이 생겼고, 야간 수당이 빠지면서 월급이 60만 원 정도 줄어든상황이라, 그에 따른 경제적 아쉬움과 고민이 생긴 것도 사실입니다.
이든: 그에 걸맞은 보상도 함께 논의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전문 간호사와 임상 전담 간호사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해뭉: 제가 생각하기에 두 역할의 가장 큰 차이는 ‘의사 결정의 권한’입니다.환자의 상태에 대해 의학적 판단을 내리고, 그 결정에 따라 처치 권한을 부여받는 것이 전문 간호사라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은 현재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고 있어, 앞으로 더 분명한 기준과 역할 정립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든: 말씀해주신 차이점 외에도, 임상 전담 간호사가 병원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자리잡기 위해 필요한 조건에는 어떤 것들이 있다고 보시나요?
해뭉: 이미 일부 병원에서는 전문·전담 간호사가 체계적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의사 파업과 같은 상황에서도 큰 타격 없이 의료 서비스를 유지했다고 들었습니다. 반면, 저희 병원은 수술이 절반 이상 줄어들었고, 의사직이 부재하자 간호사들에게 무급휴가를 시행하는 상황까지 발생했습니다.
따라서, 전담·전문 간호사의 소속 부서를 명확히 하고, 그들의 역량을 체계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정기 교육이 필요합니다.
현재 저희 병원의 임상 전담/전문 간호사들은 대부분 3년 이상의 임상 경력자로 채용되었지만, 처음에는 한시직 형태였고, 그 외에 뚜렷한 제도나 경력 개발 체계는 마련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향후에는 보다 체계적인 교육 환경 제공과 함께, 업무에 따른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든: 말씀 감사합니다. 끝으로, 정책을 만드는 기관이나 보건복지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해뭉: 작년 간호사 취업률이 35%에 불과하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습니다. 학력 인플레와 스펙 인플레가 심화된 상황이라고 취업이 어렵다는 후배 간호사들의 이야기도 듣게 되었습니다. 정부에서 너무 많은 간호학과를 신설하고, 과도한 인원을 배출한 것이 이러한 결과를 낳은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간호사라는 직업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어, 미국이나 호주처럼 ‘존경받고 전문적인 직업’으로 인정받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든: 오늘 인터뷰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널스터뷰>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해뭉: 저는 현장에서 우리 직업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사랑하는 간호사 중 한 사람으로서, 간호사는 '단순히 힘든 3D 직업', 취업이 쉬운 직업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다수에게 사랑받고, 끊임없이 공부하며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는, 존중받는 전문 직업으로 자리 잡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