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과 책임감을 갖고 환자의 생명을 지키며 성장하는 응급실 전문 간호사
이든: 안녕하세요~ 오늘은 응급실에서 활약 중인 응급 전문간호사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응급실은 늘 바쁘고 긴박한 공간이라는 이미지가 강한데요, 그 안에서 전문간호사로 활동하고 계신 감쟈돌이 선생님을 모셨습니다. 먼저 독자 분들께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감쟈돌이: 안녕하세요. 저는 대학병원 응급실에서만 쭉 근무해온 응급 전문간호사 감쟈돌이라고 합니다. 어느덧 이곳에서 일한 지 7년이 넘었네요. 다양한 환자분들을 만나고, 여러 상황을 경험하며 응급간호의 중요성과 매력을 계속 느끼고 있습니다.
이든: 응급실을 꿈꾸는 간호학생이나 신규 간호사 분들도 많을 텐데요, 응급실은 정확히 어떤 역할을 하는 부서인지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감쟈돌이: 응급실은 말 그대로 응급 상황에 처한 환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가장 먼저 지키는 곳이에요. 국가 응급의료체계에는 세 가지 수준이 있는데요, 지역응급의료기관, 지역응급의료센터, 그리고 권역응급의료센터로 나뉩니다.
제가 일하는 권역응급의료센터는 그중에서도 가장 상위 단계에 해당해요. 중증 응급환자를 가장 많이 받고, 여러 진료과와 긴밀하게 협력해서 신속하고 정확하게 치료를 진행합니다. 한마디로, 지역사회 응급의료의 중심 허브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든: 설명을 들으니 더 명확하게 다가오네요! 그런데 응급실에도 전문간호사가 있다는 사실은 잘 몰랐어요. 응급 전문간호사는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요?
감쟈돌이: 현재 제가 근무하는 병원에서는 응급 전문간호사 제도가 작년부터 시범사업 형태로 시작됐는데요, 실제로 응급실에서 필요한 전문적 판단과 중재를 빠르게 수행할 수 있는 인력으로 활동하고 있어요.저는 크게 네 가지 업무를 중심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심정지 환자 발생 시 ACLS 팀의 일원으로 구조에 참여하고,
중증환자가 병원 내 다른 부서로 이동할 때 동행하며 안정적으로 이송을 지원하고,
검사나 시술 전 동의서를 직접 설명하고 관리하며,
후배 간호사나 동료들에게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실무 자문을 해주고 있죠.
즉, 단순한 직접간호를 넘어서서 응급실 전체의 안정성과 질 향상에 기여하는 역할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든: 응급 전문간호사로 일하기 전엔, ‘전문간호사’라는 직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감쟈돌이: 솔직히 말씀드리면, 시범사업 이전에는 임상현장에서 전문간호사만의 특별한 역할이 명확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물론 종양전문간호사나 마취전문간호사 등이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한다고 들었지만, 응급실에서 만났던 응급전문간호사 선배님들은 저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업무를 하시는 '존경스러운 선배 간호사'라는 인상이 강했어요.
이든: 지금은 시범사업을 통해 전문간호사 역할이 자리 잡아가는 중인데요. 현재의 업무 범위나 전문성은 어떻게 느끼고 계세요?
감쟈돌이: 이제야 응급실 내에서 전문간호사로서의 역할이 만들어지고 있고, 현재 그 역할을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적절한 업무 범위'라는 것이 미리 정해져 있다기보다는, 지금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전문간호사와 전담간호사들이 임상현장에서 직접 수행하며 그 모습을 보여주면서 자연스럽게 정립되어가는 것 같아요.
누군가가 위에서 '여기까지가 너희 일이야'라고 정해주는 것보다는, 저희가 '환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이 정도의 책임은 기꺼이 져나가겠습니다'라고 먼저 나서는 것이 더 의미 있는 업무 범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든: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가는 중이시군요.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이나 고민도 있으실 것 같아요.
감쟈돌이: 가장 힘든 부분은 병원 내에서 전문간호사의 위치가 아직 시범사업 단계라는 점이에요. 새로운 시도를 할 때마다 "그게 간호사가 할 일이야?", "결국 인턴 일을 대신하는 거 아니야?", "의사 행세하려고 하네" 같은 부정적인 시선을 받을 때가 있거든요.
이럴 때마다 '나의 정체성은 간호사이며, 응급간호를 더욱 전문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지금의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을 스스로 다시 한번 상기시킵니다. 그리고 주변의 응급전문간호사 선배님들께 조언을 구하며 힘을 얻고 있어요. 선배님들의 격려와 조언이 정말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이든: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병원 내 ‘전문간호사’의 역할은 어떤 것인가요?
감쟈돌이: 전문간호사는 상급 간호실무자로서 일반 간호사들이 수행하기 어려운 복잡한 간호 업무를 맡아,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간호를 제공하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다양한 진료과 의료진과 협업하면서, 환자의 상태를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하고 조율하는 ‘간호 중심 허브’ 같은 존재라고 생각해요.
또한 간호관리자가 되는 것 외에도, 임상에서 전문성을 바탕으로 성장해나갈 수 있다는 새로운 경로를 후배 간호사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점도 굉장히 의미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이든: 응급 전문간호사가 되기 위해선 어떤 교육이나 과정을 거쳐야 하나요?
감쟈돌이: 먼저 전문간호사 과정 2년 동안 23학점의 이론교육과 300시간의 실습을 통해 임상 관련 지식과 술기 능력을 기를 수 있었습니다. 이후 병원 내 전문간호사 및 전담간호사 대상 집체교육을 추가로 받았어요.
교육 내용으로는 비위관 삽입, 중심정맥관 관리, 봉합 등 기본적인 술기부터 체외막산소화요법(ECMO), 심전도 판독, 초음파 등 응급센터에 특화된 전문 교육까지 다양하게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든: 응급실이라는 특수한 환경을 선택하신 계기가 궁금해요. 그리고 응급전문간호사를 선택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면요?
감쟈돌이: 제가 응급실을 선택한 이유를 말씀드리면 조금 특별할 수도 있는데요. 평생을 살면서 전쟁이나 지진 같은 재난 상황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극한의 상황에서 제 옆에 있는 소중한 사람을 구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고 싶어서 응급실을 1순위로 지원했습니다.
응급전문간호사가 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응급실뿐만 아니라 다양한 부서의 전문간호사 선생님들과 교류할 기회가 생긴 것이에요. 각자의 임상현장에서 전문성을 발휘하며 끊임없이 고민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이든: 응급실에서 일하시면서 환자 간호 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감쟈돌이: 응급실 환자분들은 어떻게 보면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는 랜덤박스’ 같다고 생각해요. 겉으로 드러난 증상만 보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에, 가능한 모든 상황을 염두에 두고 간호해야 하죠.
응급실은 병동과 달리 환자의 상태나 진단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어 소화불량을 호소하는 할머니가 실제로는 심근경색이거나, 옆구리 통증으로 온 분이 대동맥박리일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환자 말 한마디, 표정, 사소한 징후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기 위해 늘 비판적으로 관찰하려고 합니다. 때로는 작고 평범해 보이는 증상이 가장 중요한 단서가 되기도 하니까요.
이든: 간호사로 근무하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감쟈돌이: 응급실은 생명을 살리는 곳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소중한 분들과 마지막을 함께하는 공간이기도 해요. 4년 차 무렵, 많은 죽음을 경험하면서 마음이 점점 무뎌질 즈음, 연명의료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됐던 적이 있었어요. 환자에게 고통만 주는 건 아닐까 하는 회의감이었죠.
그러던 중 한 60대 남성분이 생명이 위급한 상태로 실려 오셨고, 검사 결과 회복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판단이 내려졌습니다. 저는 연명의료 중단에 대해 보호자들께 상세히 설명해 드렸고요. 그때 보호자께서 조용히 말씀하셨어요. “딸의 결혼식까지만 버텨주셨으면 좋겠어요.”
그 순간 정말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어요. 의학적으로는 무의미할지 몰라도, 누군가에게는 절실하고 간절한 시간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그날 이후 저는 연명의료를 단순히 생명 연장의 의미로만 보지 않게 되었어요. 간호사는 늘 환자와 가족의 편에 서야 한다는 걸 마음으로 깊이 새긴 계기였습니다.
이든: 감동적인 이야기 감사합니다. 그 경험 이후, 전문간호사로서 가치관에도 변화가 있었을 것 같아요.
감쟈돌이:
맞아요. 예전엔 제가 일하는 방식이 맞다고 생각했고, 힘들어하는 동료들을 이해하지 못했던 시기도 있었어요. 잘못된 걸 보면 지적했고, 변화가 없으면 직접 나서서 해결하려 했죠. 결국 '혼자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던 거예요.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많이 달라졌어요. 선배 간호사라는 건 혼자 빛나는 사람이 아니라, 후배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옆에서 조용히 도와주는 사람이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기다려주고, 함께 고민하며, ‘닮고 싶은 선배’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아직 부족하지만, 그런 선배가 되는 게 지금 제 목표예요.
이든: 전문간호사 제도와 현장 간의 괴리도 있다고 들었어요. 실제로 일하면서 고민되었던 점도 있으셨을까요?
감쟈돌이: 전문간호사 제도 자체는 꽤 오래전에 만들어졌지만, 실제 병원에서 전문간호사 자격을 살려 일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어요. 그러다 최근 의료공백 상황으로 인해 전담·전문간호사를 진료 지원 인력으로 적극 활용하게 되었고, 지금의 시범사업으로 이어진 거죠.
다만, 전문간호사 업무가 병원마다 너무 다르고 일관되지 않다는 점이 고민이에요. 예를 들어 어떤 병원에선 침습적 술기까지 담당하지만, 어떤 곳에선 서류 업무나 자문 위주로 역할이 제한되기도 하죠. 앞으로 간호법 등을 통해 명확한 업무 범위가 정리되길 기대하지만, 현장 특성상 완전히 통일되긴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지금은 우리 스스로 “어떤 모습이 전문간호사다운 모습인지” 현장에서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해요.
이든: 임상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시기에, 전문간호사와 임상전담간호사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다고 느끼시나요?
감쟈돌이: 단순히 ‘자격증 유무’의 차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두 역할 모두 특정 분야에 대한 높은 전문성을 갖춘 간호사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전문간호사에게는 ‘전문가로 살아가야 한다는 책임감’이 더 크게 요구된다고 느껴요. 전문간호사 자격증을 받는다고 해서 갑자기 전문가가 되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그때부터 진짜 시작이죠. 자격을 취득한 건 “앞으로 이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배우고 발전하겠다”는 약속의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 자신에게 더 엄격해지려고 노력해요. 전문간호사라는 타이틀에 부끄럽지 않도록요.
이든: 임상전담이나 전문간호사 제도가 병원 내에서 잘 자리 잡으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요?
감쟈돌이: 가장 중요한 건 현장에서 근무하는 전담/전문간호사들이 긍정적인 역할 모델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동일한 시술 동의서를 받더라도 “확실히 다르다”, “믿고 맡길 수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야 하고, 위기 상황에서도 침착함과 전문성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해요. 그런 모습이 쌓이면 후배 간호사들도 ‘간호관리자’ 외에 ‘임상전문가’라는 길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겠죠.
반대로 제도가 미흡하거나 보상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주어진 일만 형식적으로 하게 된다면, 결국 그 자리는 더 간절한 누군가에게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도적 정비도 중요하지만, 먼저 우리가 그 가치를 스스로 증명해 보여주는 것, 그게 시작이라고 믿습니다.
이든: 전문간호사 제도와 관련해 국가나 보건복지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감쟈돌이: 저희가 현장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며 전문성을 증명해가고 있어요. 그 노력을 조금만 더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 시도가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졌을 때, 제도와 정책 차원에서의 ‘인정’과 ‘지지’가 있다면 정말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간호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보여드리기 위해 꾸준히 노력할 거고요. 그 과정에서 정부와 병원의 따뜻한 관심과 응원이 있다면 더 멀리 나아갈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이든: 응급 전문간호사로서의 깊이 있는 이야기 정말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인터뷰를 보는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감쟈돌이: 우리가 하는 일은 겉으로 보기엔 누구나 할 수 있어 보일 수 있어요. 하지만 실제로는 누구나 해낼 수 없는 전문성과 책임감을 요구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마음으로 지금, 이 순간에도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든 간호사 동료분들께 진심으로 응원의 마음을 전합니다. 우리 모두 함께 성장하고, 더 멋진 간호사가 되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