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9.25 - 심사평가원 간호사

환자 곁이 아닌 보건의료체계 속에서 국민 건강을 지켜가는 간호사의 이야기

by 이든

이든: 안녕하세요. 오늘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근무하시는 간호사님과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병원 임상 현장에서 근무하시다 공공기관으로 옮기신 경험까지 있으셔서, 다양한 관점에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먼저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봄여름가을겨울: 안녕하세요. 저는 졸업 후 대학병원 종양내과에서 약 4년간 근무했고, 현재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포괄수가실에서 심사직으로 일한 지 5년 정도 되었습니다.




이든: 병원에서 임상 근무를 하시다가 심사평가원으로 이직하시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봄여름가을겨울: 병원에서는 환자를 돌보는 보람도 있었지만, 말기암환자가 많은 병동 특성상 라포가 깊은 환자들이 점점 안 좋아지는 걸 지켜보는 게 정말 힘들었어요. 게다가 시간이 지나수록 3교대 근무의 체력적 한계와 불규칙한 근무표 때문에 병원에서 일을 계속하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년쯤 지나자 동기와 선배들이 간호공무원, 보건교사, 공기업 등으로 하나둘 떠나면서 저도 자연스럽게 다른 길을 고민하게 되었죠. 그중 공공기관 중에서 간호사 채용 규모가 가장 커서 합격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 심사평가원만 지원했는데, 운 좋게 합격해서 지금까지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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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든: 심사평원에서 간호사로 일하신 지 5년이나 되셨는데요, 병원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근무하시겠네요. 구체적으로 심평원에서 간호사로서 맡고 계신 업무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봄여름가을겨울: 간호사는 보통 심사직으로 입사하게 됩니다. 심평원 직원 절반 이상이 심사직이고, 진료비 심사뿐 아니라 기관의 거의 모든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진료비 심사, 의료 질 평가, 심사·평가 기준 개발이 있고, 이외에도 상급종합병원·전문병원 지정, 요양기관 현지조사, 의료자원 관리, 분류체계 개발, 의약품 관리, 비급여 진료비 확인 등 업무 영역이 굉장히 넓습니다. 보통 3~5년 주기로 부서 이동이 있고, 같은 부서 안에서도 업무가 바뀌기도 합니다.




이든: 대부분 심사직으로 입사하는군요. 일반 병원 간호사와 비교했을 때 심평원 간호사의 역할에서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이라고 느끼시나요?

봄여름가을겨울: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병원 간호사는 환자 곁에서 직접 환자를 돌보는 역할이라면, 저는 조금 더 멀리서 보건의료체계를 바라보며 일합니다. 하루 대부분은 환자 대신 서류와 데이터를 다루고 있지만, 국민 건강에 기여한다는 보람은 병원 때와 다르지 않아요.




이든: 보건의료 체계를 바라보며 국민 건강에 기여한다는 점은 여전히 보람 있는 부분이라는 말씀, 인상적입니다. 그렇다면, 현재 소속된 부서에서 맡고 있는 역할과 하루 일과를 알려주세요.

봄여름가을겨울: 저는 신포괄수가개발부에서 신포괄수가 모형 개선과 기준수가 산출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부서 특성상 업무 범위가 넓다 보니 매일 하는 일이 조금씩 달라요. 아침에 출근하면 새로운 행위 코드나 고시가 올라왔는지, 관련 일정이 있는지를 먼저 확인합니다. 이후에는 전날 회의에서 나온 피드백을 반영해 SAS 프로그램으로 청구자료와 원무자료를 추출하고, 엑셀로 가공한 뒤 검토보고서를 작성합니다. 청구 방법이나 전산시스템과 관련된 사안은 다른 부서와 협업하기도 합니다.

점심시간에는 동기나 다른 부서 직원들과 함께 근처 식당에서 식사하고, 짧게 카페에 들렀다 돌아오는 문화가 잘 자리 잡혀 있어요. 오후에는 보고서를 다듬고 팀장님과 부장님께 피드백이나 결재를 받으며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같은 일을 반복하기보다는 새로운 사안을 검토하는 경우가 많아 쉽지만은 않지만, 그만큼 하나씩 해결될 때마다 큰 보람을 느낍니다.




이든: 단순 반복 업무보다는 새로운 사안을 검토하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보람을 느끼신다는 점이 인상적이네요. 그렇다면 심사평가원 간호사로 일하기 위해 꼭 필요한 역량이나 성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봄여름가을겨울: 여기서는 임상 경험을 그대로 활용할 기회는 많지 않아요. 대신 데이터를 다루는 능력, 보고서 작성 능력이 훨씬 중요합니다. 물론 입사 후 교육으로 충분히 배울 수 있고, 새로운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하는 걸 좋아하는 성향이라면 잘 맞을 거라 생각해요.




이든: 심사평가원에 입사하기 위해 준비 과정에서 도움이 되었던 경험이나 공부법이 있다면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봄여름가을겨울: 저는 운 좋게 병원 다니다가 바로 이직한 케이스라 특별한 노하우는 없지만, 요즘은 기본적으로 자격증을 3~4개 이상 준비하는 것 같더라고요. 컴퓨터활용능력, 한국사, 사회조사분석사 같은 자격증은 기본으로 많이 준비합니다. 무엇보다 면접이 가장 중요한데요. 질문 의도를 파악해 대답하는 연습과, 심평원의 기능·역할을 충분히 공부해 자신감 있게 말하는 것이 합격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이든: 면접 준비가 정말 중요한 포인트군요. 그 밖에 심사평가원 간호사에 관심 있는 간호사나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경험이 있을까요?

봄여름가을겨울: 공공기관 인턴 경험이 있으면 가산점도 있고, 실제 분위기를 미리 느껴볼 수 있어 좋아요. 심평원에서도 체험형 인턴을 자주 모집하니 꼭 지원해보시길 추천합니다. 면접에서도 확실히 도움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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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든: 환자를 직접 돌보는 일은 아니지만, 심사평가원에서 일하면서 보람을 느낀 순간이 있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경험에서 그런 보람을 느끼셨는지 들려주실 수 있나요?

봄여름가을겨울: 병원에서는 환자들과 함께 하는 시간속에서 보람을 느꼈지만 지금은 민원인과 직접 만나는 일이 거의 없어,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 병원 때와는 조금 다릅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고시가 생겨 신포괄수가 적용을 고민하다가 해결책이 떠올라 보고서가 술술 써질 때, 혹은 데이터 검증 과정에서 오랫동안 찾지 못하던 오류를 발견했을 때 보람을 느낍니다.




이든: 심사평가원에서 근무하면서 느낄 수 있는 장점이나 좋은 점들도 있을 것 같아요. 선생님께서 주변 간호사나 후배들에게 ‘심평원은 이런 점 때문에 추천한다’라고 소개해주실 만한 장점이 있을까요?

봄여름가을겨울: 일단 병원과 비교하면 ‘상근직’으로서 얻는 장점이 엄청납니다. 규칙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보니 운동도 꾸준히 하고, 숙면을 취할 수 있어 건강이 훨씬 좋아졌습니다.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할 수 있는 저녁 시간이 있다는 것도 큰 행복이에요. 점심시간에도 여유가 있어 식사 후 잠깐 쉴 수 있다는 점도 좋습니다.

대부분 정시퇴근이 가능하고(물론 부서마다 차이는 있어요), 유연근무제와 연차 사용도 자유로워 제 삶의 리듬을 제가 조절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입니다.

또 하나는 복지 제도인데요. 난임 휴가·휴직, 임신 기간 단축근무, 임신 축하용품, 출산 장려금, 배우자 출산휴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직장 어린이집까지 모두 잘 갖춰져 있습니다. 직원 중 여성 비율이 높아 육아휴직이나 돌봄휴가를 쓰는 데 눈치 보지 않는 분위기도 마음에 들어요.

원주 본원 근무라면 도서관, 헬스장, 카페, 체육관, 풋살장 같은 편의시설도 잘 되어 있어 근무 환경 만족도도 높습니다.




이든: 삶의 질이 높다는 점이 정말 큰 장점이네요. 물론 보람과 장점이 있지만, 일하면서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나 고민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서는 그런 경험이 있으신가요?

봄여름가을겨울: 그럼요. 가장 힘들었던 건 근무지가 강원도 원주라는 점이었어요. 입사 동기 모두가 원주 본원 발령을 받았고, 대부분의 직원이 본원 근무이기 때문에 지역본부로 가더라도 결국 다시 본원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저 역시 집과 거리가 멀어 대중교통은 불편하고 자차로 가도 힘들어서 적응하는 데 오래 걸렸습니다. 현재는 많은 직원들이 아예 원주로 이사해 생활하고 있어요.

또 부서 이동이 보통 3년마다 이루어지는데, 이동할 때마다 완전히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됩니다. 적응이 쉽지는 않지만 지루할 틈은 없고, 동료들과 함께 배우며 성장할 수 있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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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든: 병원 외의 길로 이직하고 정착하면서, 간호사로서의 정체성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봄여름가을겨울: 병원을 그만두고 바로 심평원에 출근했을 때, 처음 맡은 업무는 슬관절치환술 회의체 운영과 지표 분석이었습니다. 종양내과 경력만 있던 제겐 낯선 업무라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어요.

하지만 어느새 병원 근무보다 심평원 근무 기간이 길어지면서, 간호사라기보다 회사원이 더 익숙하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지금 하는 일이 결국 환자와 국민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간호사로서의 정체성을 이어가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든: 선생님처럼 병원 이외 진로를 고민 중인 간호사나 간호학과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나요?

봄여름가을겨울: 저는 솔직히 심평원이 어떤 곳인지 잘 모르고 합격 가능성만 보고 지원했어요. 그런데 막상 와보니 간호사에게는 심평원을 포함해 정말 다양한 길이 열려 있더라고요. 간호사는 어디서든 잘 적응하고 잘 해내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꼭 심평원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일에 용기 내 도전해 보셨으면 합니다.




이든: 이제 오늘의 마지막 질문입니다. 사람들에게 ‘심평원 간호사’라는 직업이 어떤 의미로 다가갔으면 하나요?

봄여름가을겨울: 병원 간호사와는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결국 국민 건강을 지키는 같은 간호사로 이해되었으면 합니다. 환자 곁이든, 보건의료체계 속이든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해요.




이든: 긴 시간 인터뷰에 참여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널스터뷰> 독자에게 한마디부탁드립니다.

봄여름가을겨울: 입사 준비 당시 심평원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막막했었는데, 이렇게 인터뷰를 통해 조금이나마 현실적인 이야기를 전할 수 있어 기쁩니다. 간호사로서 어디서 일하든 결국 환자와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마음은 같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애쓰고 계신 모든 간호사 선생님들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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