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노란 샤쓰의 사나이' (1961)
안녕하세요, 이든입니다. 오래된 우리나라 대중음악부터 최신 대중음악까지. 평소에 다양한 시대에 걸친 우리나라 대중음악을 즐겨 듣고 있습니다. 브런치스토리를 통해 우리나라 대중음악사에 큰 획을 그은 음악들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명곡들을 나눠보려 합니다.
처음으로 소개할 곡으로 1961년 작 한명숙의 '노란 샤쓰의 사나이'를 골라봤습니다. 봄꽃이 만개하고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는 요즘 필자는 '노란 샤쓰의 사나이'의 신나는 스윙 리듬과 한명숙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자꾸 떠오릅니다. '노란 샤쓰의 사나이'는 당시 대중음악의 인기 장르였던 엔카풍 트로트에서 벗어나 신나는 스윙 리듬과 컨트리, 트위스트 스타일을 접목한 곡으로 옛 음악을 즐겨듣지 않더라도 '노오란 샤쓰입은~'으로 시작되는 멜로디는 한 번쯤 들어본 적 있으실 텐데요. 60년이 지난 지금도 불릴 정도로 우리나라 대중음악사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불러온 곡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처음 곡이 발매되었을 때는 레코드점에서 회수 사태를 겪으며 그대로 사라질 뻔한 곡이었다는 사실 아시나요?
1935년 평안남도 진남포에서 출생한 한명숙은 한국전쟁 당시 인천으로 피난해 정착하며, 미8군 무대에서 쇼 가수로 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한명숙의 미8군 무대 활약이 주목받으며 조금씩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하자 작곡가 한석우는 자신이 운영하던 비너스 레코드사를 통해 한명숙과 계약하며 '노란 샤쓰의 사나이'를 발표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앨범 발매 후 레코드점에서 회수되는 수난을 겪게 되는데요. 당시의 맑고 청아한 목소리의 가수를 선호하던 분위기와 맞지 않았던 한명숙의 허스키한 목소리를 선호 받지 못한 데다가 무명 가수였던 한명숙의 앨범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라질뻔 했던 한명숙과 '노란 샤쓰의 사나이'는 한 사건 이후로 급부상하게 되는데요. 1961년 5.16 군사정변 이후 박정희 대통령 집권과 함께 사회적 혼란으로부터 대중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방송국에서는 빠른 템포와 밝은 분위기의 노래를 틀기 시작했고, 그 성격과 잘 맞아떨어진 '노란 샤쓰의 사나이'는 역주행에 성공하게 됩니다.
아아 야릇한 마음
처음 느껴본 심정
아아 그이도 나를
좋아하고 계실까
어두웠던 시대 분위기 속에서 적극적인 사랑을 그린 가사와 신나는 서구풍의 스윙 리듬은 청년층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는데요. 역주행에 성공한 '노란 샤쓰의 사나이'는 쌓여있던 앨범 재고를 팔아치우며 성공가도를 달리게 되었습니다.
'노란 샤쓰의 사나이'의 인기는 음악적 성공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노오란 샤쓰는 패션 트렌드로 자리 잡으며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으며, 1962년에는 '노란 샤쓰의 사나이'에서 이름을 따온 영화 '노란 샤쓰입은 사나이'가 10만 관객을 동원하며 히트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노란 샤쓰의 사나이'가 유럽까지 진출한 '한류'의 시작이라는 사실. 1964년 내한한 프랑스 가수 이베트 지로 (Yvette Giraud)가 서울시민회관에서 한국어로 '노란 샤쓰의 사나이'를 불렀으며, 이후 우리나라 최초로 한국어로 대중가요를 취입한 외국 가수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한국어와 영어로 부른 '노란 샤쓰의 사나이' 리메이크 앨범을 발매하며 유럽과 동남아에서 인기를 끌게 됩니다. 또한, 1972년에는 일본 가수 하마무라 미치코 (浜村美智子) 가 일본어로 번안해 '노란 샤쓰' (黄色いシャツ) 라는 제목으로 일본에서 싱글을 발매하며 인기를 얻기도 했습니다.
'노란 샤쓰의 사나이'는 당시 우리나라 대중음악뿐 아니라 패션과 영화까지 가공된 한 시대를 상징하는 아이콘이자 미디어 믹스의 사례가 되었는데요. 빠르고 활기찬 리듬과 멜로디로 60년간 큰 사랑을 받은 '노란 샤쓰의 사나이'는 단순히 멜로디와 가사의 조합이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간 이들에게 삶의 희로애락을 담아낸 문화적 상징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몇 년 전 한 방송을 통해 한명숙의 근황이 공개되었습니다. 녹록지 않은 형편과 허리통증으로 인해 힘들게 생활하는 모습이 방송되었는데요. 한 시대를 풍미하며 대중에게 밝은 에너지를 주었던 한명숙이 다시 건강을 되찾아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길 바라며 마무리 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