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방 나비처럼 날고 사방 돌처럼 구르는 A는 협동조합 대표이다. 나와는 친구이다. A에게서 보조강사가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강의 제목은 허브 활용 방법, 강의 대상은 텃밭 활동을 하는 대학생들이었다. A가 허브솔트 만들기를 강의하고 난 후 30분가량 레몬바질에이드를 만드는 게 나의 역할이었다.
A는 한 시간 동안 PPT를 넘기며 식재료나 차로 활용할 수 있는 허브 정보를 전달했다. 그리고 각자 원하는 허브를 골라 소금과 함께 절구에 갈고 병에 담게 했다. 끝으로 만든 날짜를 적어 병에 붙이게 했다.
약속된 강의 시간이 거의 지나버렸다. 남은 시간은 5분. A는 계면쩍어하며 만들어온 레몬청에 탄산수를 부어 한 잔씩 나눠주라고 했다. 레몬 세척 방법만 설명하고 취향껏 바질과 탄산수를 섞어 마시도록 했다.
청년들은 식사가 예약된 식당으로 서둘러 떠났다. 강의를 요청했던 담당자가 강의 확인서를 내밀었다. 인적사항을 적고 서명했다. 강사비가 적혀있었다. 5분 강의해 놓고 받기에는 염치없는 금액이었다. 하물며 A와 나의 강사비가 같았다.
허기를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학생들과 담당자에게 면목이 없고 강의 준비부터 훨씬 많이 고생한 A에게 미안했다. 강사비를 받지 않고 싶었다. 내내 기분이 좋지 않았다. 뭐가 잘못된 건지 알아채지 못한 채 잠이 들었다.
정원에 왔다. 어제 강의 사진을 정리해서 운영위원이 모인 단톡방에 올렸다. 동분서주한 A에게 미안하고 학생들에게 사기꾼이 된 것 같아 부끄럽다는 소감도 썼다. 10분 후 A의 글이 올라왔다. 혼자 신나서 말하다 보니 시간이 후다닥 지났으며 지식 전달보다 마음을 여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했다. 나의 아쉬움과 A의 미안함이 느껴지는 글에 누구도 댓글을 달지 않았다. 다만 나와 A가 서로의 글에 핑크하트 이모티콘을 달았다.
“계세요?.”
정원 안으로 누가 들어온다.
“이 노란 꽃 이름이 뭐예요?.”
그가 묻는 노란 꽃은 올봄에 심어졌다. 회원 한 명이 모종을 얻어다 심고 오크라,라고 이름표를 꽂았다. 샐러드에 쓰는 별 모양의 채소를 본 적 있냐며 이게 그 오크라라고 했다. 별 모양의 열매라니! 이제나저제나 열매가 열리기를 기다렸다.
이 오크라가 조용조용 자라면서 잎을 내밀었다. 갈라진 모습이 단풍잎 같아 귀여웠다. 무릎 높이까지 자랐을 때 제법 큰 잎사귀가 매달렸다. 정원을 관리하는 회원이 오크라 잎사귀가 금화규와 비슷하다고 했다. 두 꽃 사이를 오가며 몇 가닥으로 갈라졌는지 수를 세어보고 모양도 살펴봤다. 둘 중 하나는 이름이 잘못된 게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