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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완열 Sep 30. 2021

EP9. 파니니와 피사의 사탑

파니니 맛집 L’Ostellino의 기억

  피사는 계획에 없던 여행지였다. 갑자기 렌체에서 피사를 다녀와야겠다고 생각 이유가 명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전날 밤에 피사가 트랜이탈리아로 한 시간 거리고 다녀오기 편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그 정도면 교과서에서 봤던 피사의 사탑을  볼 수 있겠다고 즉흥적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여행 계획을 세울 때는 몰랐던 사실이다.


오전에 최대한 빨리 다녀오기로 했다. 당시 트랜이탈리아 티켓이 아직 남아 있다. 피렌체에서 오전 9시에 출발하여 오후 1시에 돌아왔으니, 피사에선 약 2시간 정도 있었던 셈이다.


피사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재밌게도 '피사의 사탑' 아니라 '피사의 파니니'이다. 기적의 광장에 있는 건물들을 다 둘러보고 피사 역으로 돌아오는 길은 매우 허기졌다. 12시에 출발하는 열차시간도 촉박하고 점심 끼니 해결하기 애매한 시간이었다. 피사 역으로 터덜터덜 돌아오는 길에 혹시 하는 마음에 트립어드바이저앱으로 주변을 검색해 봤다. L’Ostellino라는 길거리에 있는 작은 가게가 평점도 높고 메뉴도 샌드위치로 적당해 보였다.


이탈리아식 샌드위치를 파니니라고 하는데, 그 가게는 파니니 전문점이었다. 파니니와 시원한 맥주 한잔의 조합은 정말 꿀맛이었다. 이탈리아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식당이다. 그날은 이탈리아식 짠 햄마저 맛있었다.


가게와 파니니가 토록 선명하게 기억나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봤다. 딱히 파니니가 엄청나게 맛있어서가 아니라 여행지에서 우연히 생긴 사건들이 겹친 것이 재밌었기 때문이다. 즉흥적으로 계획한 피사 여행, 촉박한 열차시간에 쫓기며 찾은 가게, 을 열고 들어갔을 때 환대하던 청년 점원들, 의외로 맛있었던 파니니와 맥주 등 모두 예상치 못한 사건의 연속이었다.

피사 길거리, 파니니 전문점  L’Ostellino

때문에 내 기억 속 피사는 예술적인 건축물보다 길거리 작은 가게에서 먹은 파니니가 더 감동적이고 선명하게 기억되는 것이 아닐까.



 

  이탈리아 도시 피사 하면 누구나 피사의 사탑을 떠올릴 것이다. 흔히들 갈릴레오가 자유낙하 실험을 한 장소로 알고 있는데, 묘하게 기울어진 탑으로 유명하다. 피사의 사탑이 피사 대성당의 부속건물인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적을 것이다. 이탈리아 대성당은 마치 햄버거 세트메뉴 같다. 대성당(두오모)이 햄버거라면, 종탑은 감자튀김 같은 거다.  피사의 사탑도 피사 대성당의 부속건물종탑으로 지어졌다. 건축 당시부터 기울어지기 시작했고 시간이 지나자 버거보다 감자튀김이 더 유명해진 격이다.


나는 종종 Google Art & Curture를 애용하는데, 피사의 사탑을 검색해보니 아래와 같이 소개글이 있.

1. 이탈리아 투스카니 지역의 아르노강 북쪽 기적의 광장에 있다.
2.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탑으로 직진하지만 광장에서 가장 큰 특징은 피사 대성당이다.
3. 높이는 57미터이다. 300m 높이의 에펠탑과 비교하면 생각만큼 높지 않다. 높이보다는 흰색 대리석의 아름다움, 기이한 기울기로 유명해졌다.
4. 복원되기 전, 기울어진 각도가 5.5도였으나 2001년 복원작업 후 3.99도 각도로 조금 펴졌다.
 5.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지만 안전하게 탑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다.
피사 종탑 (피사의 사탑)

4번이 특히 흥미롭다. 10년 동안 지반에 납을 채우는 등 보수공사를 해서 기울어진 각도를 조금 폈고 한다. 5번도 재미있다. 다른 사람들의 여행 블로그  보면, 피사의 사탑의 꼭대기에 서면 건물이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불안한 느낌이 들면서 묘한 흥분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또한 꼭대기에서 기적의 광장을 내려다보면 대성당, 세례당 등이 한눈에 보여 환상적이라고 는데, 시간에 쫓겨 피사의 사탑 꼭대기에 가보지 않은 것이 후회된다.


피사 대성당, 대리석 장식
피사 세례당과 청동문 조각

피사는 로마시대 부터 주요 요충지 군사도시였다. 11세기 사라센 왕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막대한 전리품을 가지고 돌아대성당과 세례당을 세웠다고 한다.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들어서자 사람들이 '기적의 광장'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건축물이 탄생하게 된 배경에는 전쟁과 약탈이 . 중세 건축의 걸작이라고 불린다고 해도 역사적 배경은 어쩐지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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