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자는 말을 꺼내고 나서부터
너무 힘들었다.
어린 시절 환경 탓인지
외로움도, 버려진다는 유기불안도
유난히 컸다.
작은 원룸 안에서 한참을 울었다.
결국 이렇게 끝나는 걸까.
잠자리에 누웠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뭐가 잘못된 걸까.
우리는 왜 이렇게까지 된 걸까.
그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서
결혼까지 생각했었는데,
함께 있다는 사실이 이렇게 힘들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학생 때의 연애와는 차원이 달랐다.
그야말로
자신의 삶을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어른의 연애라는 걸
그제야 실감했다.
종영이의 페이스북에 들어가 보니
‘걷고 있다’는 글이 올라와 있었다.
새벽 1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었지만
종영이는 골목을 헤매며
혼자 방황하고 있는 것 같았다.
울다 지쳐 잠이 들었고,
다음 날 아침 종영이에게서 톡이 왔다.
집 앞에 내가 좋아하는 해장국과
편지를 두고 갔다는 메시지였다.
“밥은 꼭 챙겨 먹어.”
문을 열어보니
포장된 해장국과 편지가 놓여 있었다.
봉투 안에는
네 장의 편지가 들어 있었다.
너무 힘들어서
그동안 내가 써줬던 편지들을 가방에 넣고
한없이 거리를 걷다가
카페에 앉아 모두 읽어봤다는 내용이었다.
“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 줬고
누구보다 나를 응원해 줬는데
내가 그 모든 걸 망친 것 같아 너무 미안해.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나란히 누워 내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어주며
더 사랑해 주고 싶다고 말하던 네가
왜 이렇게 소중한지
난 왜 이제서야 깨닫는지 모르겠어.
헤어진 남자친구는 다신 만나지 않겠다고 했지만
나에게만은
한 번만 더 기회를 주면 안 될까.
널 지켜주고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증명해 보이고 싶어.
한 번만, 정말 한 번만 더.”
네 장을 가득 채운 종영이의 진심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돌이켜보면 나는
연애를 할 때 늘
내가 먼저 이별을 고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한 번 끝나면
다시 돌아보지 않았다.
참고, 이해하고,
내가 납득할 수 있을 때까지 버티다가
더는 안 되겠다 싶으면
놓아버리는 성격이었다.
그런데
종영이만큼은
한 번 더 기회를 주고 싶어졌다.
싫어서 헤어진 게 아니라
다투다 홧김에 뱉은 말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망설이지 않고 전화를 걸었고,
종영이는 전화를 받자마자
내 집으로 달려왔다.
우리는 그렇게
첫 번째 이별의 고비를 넘겼다.
그 이후
우리의 사랑은
조금 더 단단해졌다.
양가 어머님들은
우리가 서른에 결혼하길 바라셨고,
우리는 그날을 기다리며
더 뜨겁게 사랑하고
열심히 데이트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