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꺼진 방에서 무너진 마음

by 엣지있는 김작가

우리는 거의 매일 함께 출근했다.

둘 다 회사가 강남 논현역 근처였기에

상도역에서 만나 논현역까지 나란히 걸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 시절 나는 성형외과 홍보팀에서

SNS 관리와 병원 기사 작성,

전반적인 홍보 업무를 맡고 있었다.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였고

야근도 거의 없어 일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반면 종영이는 늘 바빴다.

퇴근 시간은 비슷했지만

광고회사 특성상 야근과 회식이 잦았다.


옥외광고 기획 파트에 있던 그는

제안서를 준비해야 하는 날이 많았고,

함께 퇴근하는 날은 생각보다 드물었다.


그나마 같이 퇴근하는 날엔

영동시장에서 저녁을 먹거나

우리 집에서 소박하게 밥을 해 먹었다.

그 시간이 참 좋았다.


그러던 어느 날,

원룸에 불이 날 뻔한 일이 있었다.


출근하면서 국을 끓여놓고

인덕션을 켜둔 채 그대로 나와버린 것이다.


퇴근 후 집에 들어서자

집 안은 온통 연기로 가득 차 있었다.


인덕션이라 국이 모두 타고 나자

자동으로 불은 꺼졌지만

연기 때문에 도저히 집 안에 있을 수 없었다.


그날도 종영이는 회식이 있었고,

나는 갈 곳이 없어

근처 카페에서 저녁도 먹지 못한 채

연기가 빠질 때까지 한참을 앉아 있었다.


자정이 가까워져서야

겨우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상하게도

독립을 하고 나니

종영이는 더 바빠진 것만 같았다.


함께 있고 싶어서 독립을 했는데,

혼자 보내는 밤이 점점 늘어날수록

서운한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나는 어릴 때부터

혼자 있는 걸 극도로 무서워했다.

특히 혼자 자는 밤이면

거의 뜬눈으로 밤을 새우곤 했다.


독립을 한 뒤에도

종영이가 함께 있지 못하는 밤에는

잠을 거의 이루지 못했다.


수면제를 처방받아 먹어보기도 했지만

다음 날 출근이 너무 힘들어

계속 복용할 수는 없었다.


잠을 못 자니 예민해지고,

종영이는 더 바빠지고 회식은 늘어갔다.

우리 관계가 흔들리는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던 어느 날, 결국 일이 터졌다.


수원에 큰언니네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우리는 크게 다퉜다.


무슨 이유였는지는

지금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날의 감정만은 선명하다.


왜냐하면—


그날,

내가 처음으로 이별을 입에 올렸으니까.


“우리, 헤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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