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를 보자는 내 말에
선생님은 꽤 마음이 상하신 듯 보였다.
오해하지 말라며 몇 번이나 말씀드렸지만
그동안 지오를 많이 예뻐했는데
자신을 믿지 못한다고 느끼신 것 같았다.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엄마로서의 직감이 있었다.
확인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생각보다 CCTV를 확인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앞으로도 계속 어린이집을 다녀야 했기에
선생님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것 또한
마음에 걸렸다.
지오가 어린이집 생활을 하면서
또래 친구들과 다른 점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심스럽게 선생님께 말씀드렸다.
“선생님, 혹시 괜찮으시다면
학부모님들께 양해를 구하고
제가 지오와 함께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아이를 직접 관찰해 보고 싶어요.
가능할까요?”
선생님은 원장님과 상의해 보겠다고 하셨고
다행히 허락을 받아
보름 정도 지오와 함께 어린이집을 다녔다.
아이들을 워낙 좋아했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오래 해왔다.
구몬교사로, 보습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경험도 있었기에
아이들은 나를 잘 따랐다.
지오 또래 아이들과 함께 있다 보니
지오의 발달지연은
너무도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호명 반응이 없었고
또래 친구들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다.
자신이 꽂힌 사운드북이나
장난감에만 몰두해 있었고
엄마가 교실 안에 있어도
나에게조차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혼자
자기만의 공간에 갇힌 채
몇 시간이 지나도
부르기 전까지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내가 함께 있으니
지오는 울지 않았다.
낮잠 시간에 잠들면
그때까지 기다렸다 하원했고
잠들지 않으면
조용히 일찍 집으로 돌아왔다.
그렇다면
그날은 왜 울었을까.
그 이유도 알 수 있었다.
지오가 있던 3세 반은
세 명의 선생님이 함께 반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그중 두 분과 한 분 사이에
갈등이 있었던 것 같았다.
내가 교실에 있는데도
서로 날이 선 기운이 오갔고
교실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얼어붙었다.
아이들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아마 처음 언성이 높아졌던 날,
그 장면이 지오에게 큰 놀람으로 남았을 것이다.
그 이후로 계속된 등원 거부.
이제야 이유가 연결되었다.
선생님들도 사람이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눈치를 보며 움츠러든 아이들이
너무 안쓰러워
원장님께 상황을 조심스럽게 말씀드렸다.
원장님은
세 분이 함께 있는 반에서는
종종 이런 일이 생긴다며
이해해 달라고 하셨고
상황을 잘 정리해 보겠다고 하셨다.
친정엄마처럼 따뜻하신 분이었기에
원장님을 믿었고
그렇게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문제는
지오였다.
발달지연이 분명해진 이상
검사가 필요했다.
신생아 때 입원했던
강남성모병원 재활의학과에
발달검사를 신청했고
며칠 뒤 검사를 받으러 갔다.
지오의 개월 수에 맞는
검사를 진행했지만
지오는 할 수 있는 것이
단 하나도 없었다.
결과를 듣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었다.
어릴 적 경기를 한 적이 있었고
그 후유증으로 언어 발달 지연이
올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 때문일까.
머릿속이
점점 더 복잡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