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사람은 다시 살아간다

안비 『Un autre aileurs』를 읽고

by Yunu


소설을 펼치고 한동안 혼란스러웠다. 빈센트는 누구고, 나, N은 누구지? 이건 무슨 편지인 거지? 의문을 가득 안고 N의 편지를 읽어나가다 보면 그의 우울함의 이유를 곧 알게 된다. 달리아의 죽음.


세상에는 죽음만큼 무서운 것이 또 없는 것 같다. 한 사람의 끝. 누구에게나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것이지만, 삶 뒤에 죽음이 있다는 걸 언제나 알고 있지만, 그것이 필연적이라는 것을 알기에 찾아올 죽음을 두려워한다. 사실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죽음보다도 가까운 이의,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더 두려워하는 것 같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죽음 자체를 두려워한다기보다, 그 사람이 없는 나의 삶, 죽음 이후의 세상을 두려워하게 된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은 한 사람의 삶을 뒤흔든다. N이 말하듯, '산 사람은 살아야지'라는 말이란 참 이상하고 잔인한 것 같단 생각을 한다. "산 사람은 사는 것이 아닙니다. 산 사람은 다시 살아가는 겁니다. 처음부터. 완벽히 다른 세상에서. 아무것도 되돌릴 수 없다는 지독한 전제 하에 말입니다." N의 이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한 사람이 내 세상에서 사라진다는 것은 내 세상이 송두리째 바뀌는 것과도 같다. 어찌 이런 세상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겠는가?


어떻게 사람들은 그렇게 죽음에 무감각할 수 있지,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갈 수 있지, 싶지만서도, 생각해보면 사람들을 이렇게 만드는 건 현실이다. 현실은 우리에게 슬퍼할 틈을 주지 않는다. 세상은 변하면서도, 내게 변화에 적응할 시간을 주지를 않는다. 지독한 슬픔 속에 빠져 있음에도 하루하루를 살아나가야 한다.


언젠가는 죽음으로 변화한 세상에 적응하는 순간이 올 테다. N이 소의를 묘사하듯이, 언젠가 소의와 같이 평온하고 깊은 강과 같은 사람을,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면 슬픔이나 우울을 그 깊은 물 속으로, 우리도 모르는 새에 떨굴 수 있을 테다. 죽음 이후의 세상에서도 시간은 흐르니까. 하루하루를 살아가다 보면 N도 언젠가는 슬픔과 침울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이는 그 세상에 '적응'한 것이지, 죽음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간 것이 아니다. 언제나 죽음은 한 켠에 남아 우리를 붙잡고 있을 지도 모른다.


너는 아무도 만족시킬 수 없어. 심지어 네게 바라는 게 아무것도 없는 나마저도, 너는 결코 만족시킬 수 없지. 다행히도, 개인의 궁극적 용도가 타인의 만족은 아니야. 하나의 인격은 그런 식으로 소모되어서는 안 되고 소모될 수도 없어. (중략) 저 달은 지구를 기쁘게 하기 위해 그 주위를 하릴없이 맴도는 게 아니야. 설령 달이 지구가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고 해도 달은 그를 기쁘게 하는 것엔 토끼 똥만큼도 관심이 없다고. 존재 자체로 인정받는 것은 모든 별의 권리이자 사명이야. 네가 슬픈 별이면, 너는 슬픈 별로 인정받으면 그만이라고. 그러니 우리, 최소한 피플 플리저가 되지는 말자고.


피플 플리저, 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다른 사람에게 맞추려 발버둥치기보다는, 나 자체로 살아가는 것이 필요한 순간들이 있다. 슬프면 슬픈 대로, 기쁘면 기쁜 대로, 그게 나인 것이니까. 정상의 궤도에서 이탈하는 순간이 오더라도, 그건 잘못된 것이 아니니까! 언젠가는 다시 궤도로 돌아올 테니까, 다른 이들의 신경을 쓰며 애쓰고 조급해하는 대신 나의 속도에 맞춰 돌아오면 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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