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얼 『여름의 한가운데』를 읽고
읽는 내내 초여름의 선선한 공기, 한여름의 눅눅한 공기, 풀내음, 그런 것들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계절은 어떠한 향수를 불러 오곤 한다. 노을 지는 여름 저녁의 풍경을 마주할 때, 혹은 야외로 나왔을 때 딱 느껴지는,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여름의 냄새를 마주할 때, 어느샌가 잊고 있던 예전 기억들이 불현듯 끌어올려지곤 한다. 아직 오래 살아보진 않았지만, 짧은 세월 속에서도 묻어두고 있던 기억들이 떠오르는 순간들이 이따금씩 있다. 여름밤에 학교 벤치에 앉아서 고등학교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아, 우리가 그랬던 순간들이 있었지 싶어지면서 새삼 시간이 흐른 것에 놀라기도 하고, 오래지 않은 일들이 벌써 기억 저편에 있었다는 데 놀라기도 한다. 채 1년도 지나지 않은 일들도 어떨 때는 어느샌가 잊어버리며 살고 있는 것 같다.
다섯 개의 단편소설을 엮어 놓은 이 소설집에서, 각 단편 속 인물들은 모두들 떠나보낸 누군가를 떠올리고 그리워한다.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을 생각하고, 그리워한다. 우리들은 모두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흘러가는 동안 변해 간다. 변하고자 하는 이들도 있고, 지금 모습 그대로이고자 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누구든 변하기 마련이다. 변하지 않는 모습들이 있을지라도 그리워하는 시절 속의 모습들은 옅어져 갈 테다.
이렇게 변화하는 계절들과, 변화하는 사람들이지만, 그럼에도 어떤 순간에는 소설 속의 인물들처럼 그 사람을, 그 모습을 떠올리게 되는 순간이 올 거라 생각한다. 떠올리는 과거의 순간 속의 그 사람은 없겠지만, 그 순간만큼은 그대로 남아 있는 법이다. 과거의 그 순간을 떠올리는 것은 또 현재의 우리를 조금씩 바꾸어 놓을 테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항상 고민하는 부분이 이런 '변화'에 대한 부분이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변화하고자 하지만, 그 변화의 과정은 언제나 쉽지만은 않다. 나아가는 것에 자꾸만 머뭇거리고 망설이게 된다.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이고 한 걸음 나아간다는 건 참 두려운 일인 것 같다.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내가 살아가는 세계가 넓어지는 만큼, 나아가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더 어려워진다. 앞이 어떨지 제대로 알지 못하기에. 그럼에도 모두들 저마다의 속도로 앞으로 나아간다. 계절이 흘러가는 것은 눈에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어느 순간 보면 꽃이 나오기 시작하고, 어느 순간 보면 꽃이 떨어지고 이파리가 무성해지고, 또 어느 순간 보면 단풍이 들기 시작한다. 계절이 흘러가듯 우리도 인식하지 못한 새에, 어느샌가 변해 있을 테다.
책을 읽으며 궁금해졌다. 세월이 흐른 뒤에 지금을 돌아보면서, 훗날의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지금 이 순간을, 지금의 나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구절과 함께 글을 마무리한다! 과거에 대한 후회도, 미래에 대한 걱정도 제쳐둔 채 일단은 아름다운 오늘을 행복하게, 즐겁게 살아가자는 다짐을 해본다.
왜인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갑자기 무작정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이 완벽하게 멋진 날씨를 만끽하며 최대한 천천히, 그리고 최대한 멀리 혼자서 걷고 싶었다. 그 후에 몸이 조금 지쳤을 때쯤 맥주를 마셔야겠다고 생각했다.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차갑고 맛있는 맥주를. 타코 같은 가벼운 음식과 함께라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았다. 그 순간엔 정말 누구보다 행복할 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바로 편한 운동화를 사자고, 그래서 내 발에 맞는 편한 신발을 신고 편한 걸음으로 지금부터라도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보자고 생각했다. 남의 시선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해 이토록 멋진 하루를 온전히 마음을 다해 즐겨보자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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