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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사하게 게으르기

멜리사 아로마 - 사마코나아사나

by 요가언니



선물처럼 받은 나흘간의 연휴 동안 삶의 속도를 한 템포 늦췄다.


알람이 울리지 않아도 여느 때처럼 새벽 5시 반에 눈이 번쩍 떠졌지만 다시 잠을 청해 오전 9시가 되어서야 눈을 떴다. 평소 같으면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는 나이지만 나흘간은 내 침구가 이렇게 포근했었지라며 빈둥거리고, 부드러운 음악을 검색해서 듣고 영상도 찾아보고 사진도 보다가 10시가 되어서야 침대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엄마의 갈비찜, 빈대떡, 잡채, 물김치 등으로 연휴 내내 기분 좋게 과식했고 후식으로 한과까지 꼭꼭 챙겨 먹었다. 배는 내내 빵빵했고 몸무게는 늘었지만 '겨울인데 뭐 어때, 요즘 힘들었잖아 쉬어가도 돼'라고 편하게 생각했다. 기왕 게을러지는 것, 근사하게 게으르기로 했다.


매일 영화를 봤고, 책을 많이 읽었고, 글은 조금 썼다. 요가는 아주 조금 했다. 내가 한 '아주 조금'의 요가는 사마코나아사나 정도이다. 조금 더 정확하게 묘사해보자면, 과식한 위를 달래기 위해 레몬밤티를 한 잔 만들어 햇빛이 잘 드는 곳에 자리 잡고 양다리를 좌우로 쫙 찢고 상체를 반쯤 기울여 책 읽은 것이다.


정확한 사마코나아사나는 두 다리가 일직선이 되도록 다리를 뻗어야 하고 무릎 뒤까지 바닥에 정확하게 닿게 하는 자세이다. 이 자세를 하면서도 척추를 곧게 펼 수 있는 정도가 되면 다리는 앞뒤 모든 방향으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그래서 다리를 앞뒤로 찢는 하누만아사나보다도 어려운 자세라고들 한다.


다리가 180도로 벌어지지 않는 나의 자세는 사마코나아사나라기보다는 다리를 벌릴 수 있는 만큼 벌려서 양손으로 엄지발가락을 잡고 상체를 바닥을 향해 숙이는 우파비스타코나아사나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팽팽한 햄스트링을 느끼며 바닥에 엎드려 책을 읽으면, 재미있는 책을 읽으면서도 시원하게 스트레칭까지 하는 일석이조의 느낌이 들어서 괜히 뿌듯하다.


레몬밤은 한때 내장지방을 분해하는 효능이 있다 해서 홈쇼핑에서 유행했었는데 이 때문에 레몬밤 분말을 사는 친구들이 있었다. 레몬밤은 실제로 소화를 돕고 장에 가스가 찼을 때 빼주는 효능 덕에 허브티로 음용한다.


아로마테라피에서는 레몬밤을 멜리사라고 부른다. 멜리사 잎 7000kg에서 추출할 수 있는 에센셜오일은 고작 1kg이라고 한다. 당연히 매우 고가이고, 때문에 시중에는 레몬그라스나 시트로렐라를 블랜딩 하여 팔기도 하지만 진짜 멜리사 오일은 비싼 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한다.

앞서 언급했던 복부 경련, 소화불량, 헛배부름에 대한 효능뿐 아니라 폐와 관련된 천식, 기침, 기관지염을 없애기도 한다. 심리적으로는 불안, 불면, 근심 등에 효능을 나타내서 긴장을 평온하게 풀리도록 하는 진정제로도 사용한다.


자, 이제 연휴는 끝났고 이 정도면 근사하게 게으른 것 같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자.






매주 월요일에 만나요


글: 에디 (http://instagram.com/edihealer)
그림: 제시 (https://instagram.com/jessiejihye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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