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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되지못해 조급해하던, 혼자가 되고 싶어 말라가던

3. 그레이프프룻 아로마 - 아쉬탕가요가

by 요가언니


일주일에 한 번하던 아쉬탕가 수련을 두 달 동안 못했다. 두 달 만에 아쉬탕가 레드 클래스에 참여하려는데, 많이 긴장이 됐는지 잠도 설쳤다. 그동안 꾸준히 늘고 있던 아사나들이 처음 수준으로 돌아갔겠지... 수련을 게을리했으니 하프 이후에는 차투랑가도 제대로 못하는 거 아닐까...


마사지볼로 몸 구석구석을 꼼꼼히 풀었다. 근막을 풀고 아쉬탕가를 하면, 수련을 하는 동안도 그렇고, 그다음 날 몸이 훨씬 가볍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견갑거근, 능형근부터 그 아픈 대원근까지 꼼꼼히 풀었다. 팔 회전이 훨씬 부드럽고 가볍다. 둔근, 이상근부터 고통을 참아가며 대퇴근막장근까지 풀어냈다. 다리도 가볍게 훨씬 잘 올라간다. 이제 준비 완료!


수리야 나마스카라를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난 분명 이 수업을 위해 근막 이완도 한 사람이다. 어디 그뿐인가. 오늘 아침에는 그레이프 프룻 아로마 오일을 손에 덜어 깊게 호흡하여 기분을 업 시켜놓고, 흑설탕과 코코넛 오일에 그레이프 프룻 아로마 오일을 더해 만든 각질제거제로 온몸을 구석구석 마사지까지 하고 왔다.


그레이프 프룻 에센셜 오일은 근육 피로 해소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림프순환과 독소 배출에도 좋다. 그래서 각질제거제로 만들어 특히 셀룰라이트가 많은 곳에 집중 마사지를 하는데 자주 사용한다. 부종도 감소시키고 감정도 고양시켜서 행복감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공들여 준비하고 들어온 수업인데, 잡생각이 끊이지 않는다. '이건 아니야, 집중해야지, 이 시간을 위해서 얼마나 많이 준비했는지 알잖아' 스스로를 다그치며 수리야 나마스카라 A, B를 끝냈다.


이번에는 옆에서 수련을 하는 사람이 거슬리기 시작한다. 우티타 하스타 파당구쉬타사나의 발란스 동작을 하는데 옆 사람이 자꾸만 비틀비틀 춤을 춘다. 비틀비틀 춤은 전염성이 있다. B를 할 때는 옆 사람 쪽으로 시선을 돌려야 하지만 나는 옆사람의 비틀비틀 춤에 전염되지 않도록 천장을 쳐다봤다.


그다음부터는 특별한 기억이 없다. 지난번 수련까지 잘 되던 동작은 오늘도 잘 됐고, 안 되던 숩타 쿠르마사나나 쿠쿠타사나는 여전히 안됐다.

잡생각 없이 요가에만 집중했다는 뜻이다.

사실 다른데 정신을 팔 겨를이 없었다. 한 아사나가 끝나면 빈야사, 다른 아사나, 다시 빈야사... 세투 반다사나처럼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부상을 당할 만큼 무서운 아사나를 하는 동안에도 떠오를 만큼 중요한 생각이란 것은 없다.


요즘 혼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둘이 되지 못해 조급했던 시간이 있었고, 혼자가 되고 싶어 시들어가던 시간도 있었다.

다시 둘이 되었을 때 비쩍 말라가지 않기 위해 스스로 빛나는 연습을 하고 있는 지금은 혼자여서 느낄 수 있는 행복감과 만족감이 있지만, 때때로 외롭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간절히 원했던 시간임을 기억하며 외로움과 슬픔마저 소중히 안고 갈 뿐이다.

90분가량의 아쉬탕가 레드 클래스 시간 동안에도 난 혼자였다. 힘드니까 이번에는 빈야사를 쉴까, 업독을 하면 팔이 아프니까 배를 바닥에 붙이고 부장가사나로 올라올까, 순간순간의 고민을 하느라 옆 사람, 앞사람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러면서 아쉬탕가 레드 클래스에 참여한 우리는 함께였다. 집에서 혼자서 했으면 이미 중간에 관뒀을 프라이머리 시리즈이다. 잠깐 땀 닦고 다시 시작해야지, 물 한 모금만 마시고 해야지, 이러다 부상당하겠어, 중간에 그만둘 핑계는 많다. 하지만 함께 하고 있기에 우리는 아무도 멈추지 않았다. 요가 무드라를 거쳐 클로징 만트라까지 함께 마쳤다.


땀과 함께 모든 걱정과 근심이 배출됐다. 두 달 만에 아쉬탕가 수련을 한다는 두려움도, 내 머릿속을 휘젓고 다니던 잡생각들도.


이제 다시 시작이다.

옆 사람들과 함께 철저히 혼자인 수련의 시간을 쌓으면 된다.





매주 월요일에 만나요


글: 에디 (https://instagram.com/edihealer)
그림: 제시 (https://instagram.com/jessiejihye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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