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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전사가 된다

2. 레몬 아로마 - 비라바드라사나

by 요가언니


브륵샤사나를 할 때 나의 다리가 마음에 든다.


발바닥은 요가매트 위로 견고한 뿌리를 내리고, 발뒤꿈치부터 발목, 종아리, 허벅지를 타고 엉덩이까지 이어지는 탄력 있는 근육은 기둥이 되어 넓게 가지 치고 있는 상체를 단단히 받친다.

가슴 앞에 합장한 손을 머리 위로 뻗어 올릴 때, 정면을 응시하던 시선이 손끝을 따라 천장으로 올라가면 나는 잠시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처럼 춤을 추지만, 이내 중심을 잡고 다시 단단한 나무의 형상을 만든다.


비라바드라사나를 할 때의 나의 허벅지가 대견하다.


비라바드라사나 1에서 무릎을 굽힌 앞다리 허벅지의 묵직한 안정감을 사랑한다. 양 손을 머리 위로 올리고 손끝을 쳐다보기 위해 고개를 올리면서 내 손끝이 태양의 기를 빨아들여 허리와 골반을 거쳐 앞 뒤 다리로, 또 발바닥을 통해 대지로 그 에너지를 보내는 상상을 한다.


비라바드라사나 2에서 앞뒤로 뻗은 내 손끝은 날카로운 창이다. 정직하게 굽힌 앞다리와 공들여 곧게 뻗은 뒷다리의 조화로운 기반 위에 정확하게 수직으로 꽂은 상체는 든든한 갑옷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비라바드라사나 3인데 앞뒤로 힘차게 뻗어낸 팔다리와, 길게 늘인 척추를 턱 하니 얹어놓고 비틀거리면서도 균형을 잘 유지하고 있는 지지하는 다리가 기특하다.


그렇게 난 강한 전사가 된다.



적당한 길이의 튼튼한 하체를 가졌다.

교복 치마를 입고 다니던 시절에는 종아리 알 하나 없이 일자로 쭉 곧은 가는 다리가 부러웠다.

요가를 하면서부터는 강한 버팀목이 되면서도 양옆으로 앞뒤로 유연하게 늘어나는 다리가 아름다워 보인다.

오늘은 주중에 못한 수련을 몰아서 하타요가와 회복 요가를 한 시간씩 했고, 오후에는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며 30분간 달렸다.


그리고 수고한 내 다리를 위해 족욕을 준비했다.

부엌에 있는 베이킹 소다, 구연산, 전분 가루를 2:1:1로 잘 섞은 후, 로즈마리오일과 레몬오일을 넣어서 만든 입욕제 가루를 따뜻한 물에 풀었다. 따뜻한 물이 식으면 조금씩 보충해주며 15분 동안 발을 담그고 있노라면, 발의 피로만 풀리는 것이 아니라 마음까지도 노곤노곤 풀린다.


정화, 해독작용으로 잘 알려진 레몬오일은 순환을 돕고 혈관을 강하게 해주는 효능이 있다. 이름만 들어도 신선하고 상쾌하고 청량한 이미지가 연상되는 레몬향은 의식을 고요하면서도 밝게 이끌어 혼란과 근심을 잠재워주기도 한다. 레몬오일은 레몬 열매의 껍질을 냉압착하여 추출하는데, 레몬 나무 하나에서 1000개가 넘는 레몬을 생산할 수 있다고 하니 비교적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그래서 아낌없이 사용할 수 있는 고마운 아로마 오일 중 하나이다.


요가를 하며 내 다리는 전보다 굵어졌고 세상의 미의 기준으로는 못나졌다.

하지만 튼튼한 다리는 든든하다. 내 몸의 무게 정도는 거뜬히 지탱할 수 있다.


족저근막염 따위는 얼씬도 못할 탄탄하면서도 안정적인 발바닥과 접질리지 않을 만큼 예민한 운동신경을 가진 발목, 탄력 있는 종아리와 단단하면서도 부드럽게 늘어나는 허벅지 근육을 갖고 싶고, 그렇게 차곡차곡 만들어나가고 있다.




매주 월요일에 만나요



글: 에디 (https://brunch.co.kr/@edihealer)
그림: 제시 (https://instagram.com/jessiejihye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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