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엄청 날씬해졌네. 어떻게 했어? 나도 비법 알려줘”
“드디어 하체비만을 탈출한 것 같아. 붓기가 싹 빠졌어. 내가 알고 시작한 건 아닌데, 그 비밀은 말이야......”
S는 가냘픈 상체와 한 줌의 허리를 가진 날씬한 친구인데, 엉덩이와 허벅지는 매우 육감적이다. 요새야 엉덩이와 허벅지가 (그리고 가슴까지) 발달한 몸을 선호하고, 그래서 운동으로 힙, 허벅지, 가슴의 근육들을 키우는 노력을 많이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고 오히려 튼실한 허벅지와 엉덩이는 좋을 게 하나도 없는 것이라 여겨졌다. 이를테면 청바지를 사러가도 허리에 사이즈를 맞추면 허벅지가 안 들어가고, 허벅지에 맞추면 허리가 한참 남고, 엉덩이 사이즈에 맞춘 치마를 입으면 허리를 몇 번이나 접어도 치마가 뱅뱅 돌아가는 등 불편하기만 했었다.
S가 말한 비법은 공복 새벽 요가 수련과 수련 후의 보이차였다. 보이차가 지방분해 효과가 있어서 중국에서는 “다이어트 차”라고 부른다는 것, 그래서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는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차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붓기 감소 효과는 처음 들었다. 친구 말로는 보이차의 이뇨작용이 노폐물 배출을 도와 붓기가 빠지는 원리라고 한다. 하지만 보이차에도 카페인이 있기 때문에 공복에 마시는 것에 대해서는 자신의 위장 상태에 따라 판단해야 할 것 같다.
내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요가의 순환 효과이다. ‘순환 개선’은 “왜 요가를 시작하게 되었나요?”라는 질문에 여성들이 ‘다이어트’와 함께 가장 많이 대답하는 항목이다. 그냥 한번 시작해봤는데 순환이 잘 되고 붓기가 빠져서 꾸준히 하게 되었다는 간증이 수없이 많다.
부종은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발생하기 쉽다. 소위 하체비만이라 불리는 체형을 보면 지방이 허벅지 안쪽과 엉덩이 아래로 쌓인다. 운동을 해도 다리 근육이 골고루 발달하는 것이 아니라 허벅지 바깥쪽으로만 붙고 지방과 엉겨 붙어 빠지기 힘든 딱딱한 상태가 된다. 사춘기 이후에 내 몸에 자리 잡기 시작한 울퉁불퉁한 허벅지와 엉덩이 살의 정체는 셀룰라이트인데, 이는 지방이 노폐물과 결합하여 염증화 된 것이고, 울퉁불퉁한 형태의 노폐물과 지방 덩어리가 얇은 피부에 비쳐 그렇게 보이는 것이라고 한다. 여성의 90%가 갖고 있다는데, 맞는 통계인지는 모르겠지만 셀룰라이트가 없는 여자 친구는 못 봤다.
원활하지 못한 혈액순환이 일으키는 문제는 하체비만뿐만이 아니다. 수족냉증, 손발 저림, 붓기, 눈밑 다크서클, 근육 경련도 그렇다. 고혈압, 당뇨, 콜레스테롤 이슈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흔한 증상이며, 하루 종일 앉아서 일하는 사무직에게서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책상 앞에 장시간 앉아있으니 대사율은 떨어지고 나도 모르게 꼬게 되는 다리는 척추와 골반을 불균형하게 만들어, 그렇게 비뚤어진 골반이 하체의 혈액순환을 방해한다. 8시간의 좌식 근무 이외에도 자가용이나 택시로 출퇴근을 하고, 자리에서 배달음식을 시켜먹는, 걷지 않는 생활습관은 상황을 악화시키기에 충분하다.
앉은 자세에서 접혀 있고 짧아져 있는 고관절 주위의 장요근과 뻣뻣하게 굳은 다리 뒷면 근육이 스트레칭되면, 하체의 순환이 원활해지면서 하체 부종이 완화되고 장기적으로 지방이 줄어들며 하체 비만에서 탈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하체 순환에 도움이 되는 요가 자세들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첫 번째는 골반 주변에 혈액이 원활하게 순환하도록 도와주는 자세들이다. 힙 오픈의 대표적인 자세인 나비 자세는 아빠 다리에서 무릎을 좀 더 넓게 벌려 발바닥을 마주대고 앉으면 된다. 허벅지 안쪽의 내전근이 스트레칭되고, 다리를 연 자세 덕분에 고관절의 가동성이 높아진다. 서양사람들은 무릎이 바닥을 향해 잘 안 내려가는데 비해 한국 여성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무릎이 바닥에 닿을 만큼 쉽게 벌릴 수 있다. 요가원에서 이 장면을 볼 때마다 ‘한국 여자들은 모두 요가 천재인가’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요기 스쿼트 포즈라고도 부르는 말라아사나는 일반적인 스쿼트 자세에서 엉덩이를 바닥으로 많이 내려 쪼그리고 앉는 자세인데, 유연성이 높아지면 양 발을 붙인 채, 무릎만 벌리고 앉을 수 있다. 골반과 허벅지 근육들의 스트레칭으로 혈액순환에 탁월하다. 해피베이비 포즈라고도 부르는 아난다 발라아사나는 누워서 아기가 자기의 양발을 잡고 노는 형상의 포즈인데 고관절과 햄스트링을 열어주고 늘려준다.
두 번째로는 심장이 다리보다 아래로 내려가게 하는 역자세들이 있다. 요가 좀 한다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머리로 물구나무를 서는 머리서기, 헤드스탠드 포즈나 어깨로 바닥을 지지하고 다리를 천장으로 들어 올리는 어깨서기, 숄더스탠드 포즈 모두 심장이 아래로 내려가고 다리가 위로 올라가는 역자세들이다. 이 자세들이 부담스럽다면 요가의 대표적 아사나이기도 한 아래를 향한 개 자세, 다운독도 좋다. 엉덩이를 천장으로 올리고 손과 발로 바닥을 지지하는 자세이기 때문에 엉덩이가 가장 높은 곳에, 그 아래로 심장, 머리 순으로 위치하게 되니 중력 반대 방향으로 혈액순환을 도울 뿐 아니라 쭉 뻗은 허벅지 뒷면의 근육들이 순환을 촉진할 수 있다.
마지막은 다리에 근력을 길러주는 워리어포즈, 비라바드라사나 시리즈이다. 특히 워리어2 포즈는 오른 무릎을 굽혀 ㄱ자를 만들 때, 왼다리는 쭉 펴고 양 손을 앞뒤로 뻗는 자세인데, 좌우 다리를 번갈아가며 한다. 다리를 굽혔다 펴는 동작, 그리고 그 상태로 유지하는 동안 다리의 근육이 수축하고 이완함에 따라 주변의 혈관을 압박하고 풀어주면서 순환이 향상되는 원리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발등, 종아리, 허벅지 등에 핏줄이 퍼렇게 비쳤었다. 외할머니는 하지정맥류가 있어서 다리의 핏줄이 피부 밖으로 불룩 튀어나와 있었고, 엄마 역시 하얗고 가는 다리에 핏줄이 투명하게 비쳤다. 그래서 나는 다리가 붓는 것이 유전이라 생각하고 받아들였다. 한 밤중에 다리가 저려서 깨는 일이 일상이었는데 어른들은 키가 크느라 그런 것이라고 하셨다. 성장기가 지난 20대에도 잠을 못 잘 정도로 다리가 저리자 ‘키는 다 컸으니 살이 쪄서 그런가?’ 라 혼자 생각했었다. 지금 나는 20대 때보다 몸무게가 10kg 이상 더 나가지만 다리가 저리지 않는다. 발등과 허벅지에 불뚝 튀어나왔던 혈관도 눈에 띄지 않는다.
유전적으로 타고난 골격이나 체형은 분명 바꾸기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생활습관을 통해 이를 조절할 수는 있다. 완벽한 개조는 못 시키더라도 생활에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컨트롤할 수 있고, 그것만으로도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이를테면 운동이나 건강한 식습관으로 노화를 늦춰 노화가 야기시키는 문제점들을 지연시키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이 일으키는 불편함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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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에디
그림: 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