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요가언니 May 03. 2021

잠 잘자는 방법을 따라 해봤습니다


건강으로 가는 길은 (혹은 살 빼는 올바른 길은) 식단과 운동의 병행이다.


이 공식은 이제 상식과도 같은 것이 되었고, 나도 그렇게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에 한 가지를 추가한 것을 건강의 (혹은 다이어트의) 3요소라 부른다는 것을 알았다. 그 세 번째 요소는 바로 잠이다. 잠을 자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음식을 먹고 운동을 많이 하더라도 소화를 못 시키고, 근육이 운동량을 흡수하지 못한다. 매튜 워커는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에서 하룻밤을 설쳤을 때 몸과 마음에 생기는 이상들에 비하면  음식이나 운동을 하루 걸렀을 때 생기는 문제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직관적인 비교를 해주었다.


뻔한 이야기일 것이라 짐작하며 읽기 시작한 위의 책은 꽤 흥미로웠다. 우리가 잠을 자야 하는, 뇌와 몸 양쪽에 기여하는 풍부하고 다양한 혜택은 생각보다 다채롭다. 이를테면 잠은 학습, 기억, 논리적 판단과 선택을 하는 능력 같은 정신건강에 유익한 기여를 함으로써, 우리의 감정 뇌 회로를 재조정한다. 면역력을 높여 악성종양에 맞서 싸우고, 감염을 막고, 질병 요인들을 물리치는 일을 돕기도 한다. 혈액을 타고 도는 인슐린과 당의 균형을 미세하게 조정함으로써 몸의 대사 상태를 복구하고, 식욕을 조절하여 무분별한 충동보다 건강한 음식을 선택하게 함으로써 체중조절을 도우며, 장내 미생물을 번성하게 하여 건강기초를 마련한다. 잠을 충분히 자면 혈압이 낮아지고 심장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므로 심혈관계의 건강과도 밀접하다. 이 정도면 거의 만병통치약 수준이다.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근육 기억에 관한 것이었는데, 자전거 타기, 수영 같은 것은 한번 배워놓으면 오래간만에 해도 몸이 기억한다고 말을 하지 않나. 여기서 몸이 기억하는 근육 기억이라는 것이 실은 뇌의 기억이라고 한다. 일례로 운동 기술 등을 아침에 배우고 12시간 후 검사했을 때와 저녁에 배우고 8시간의 취침 후 검사했을 때의 실력 향상의 차이는 놀랍다고 한다. 운동은 단기 기억 저장소에서 장기 기억 저장소로 옮겨지는 보통의 루트를 따르지 않고, 의식 아래에서 작동하는 뇌 회로 전체로 옮겨지기 때문에 본능적인 습관이 되어 몸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행동이 되는 것이고, 이 과정에서 잠이 뇌에 운동 습관을 자동화시킨다는 것이다. 특히나 2단계 비렘 수면이 운동 기술을 강화시키는 수면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50분의 요가 수련 후 5~10분의 사바아사나가 비렘 수면의 역할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 요가 구루들은 이미 이 지혜를 알고 있어서 사바아사나를 만든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혼자 해보았다.   


책의 내용의 꽤나 강렬해서, 책장을 덮자마자 바로 내 삶에서 건강한 수면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제거하는 실험들을 해봤다. 카페인의 반감기를 계산해서 오후에는 커피를 마시지 않는 시도를 해보았는데, 몸의 변화를 느끼기도 전에 심리적인 압박으로 머리가 아프기 시작해 일주일 만에 포기했다. 나는 하루에 5~6 잔의 커피를 마시는 커피홀릭이다. 밤에 마시는 술도 끊어봤다. 술은 수면보조제로 잘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아서, 밤에 자주 깨게 하여 잠을 조각낸다고 한다. 다만 술에 취했기 때문에 깼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뿐이고, 알코올은 렘수면을 억제한다고 했다. 밤에 술을 마시지 않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는데, 그렇게 2주를 보냈지만 잠을 특별히 잘 자는 것 같지도 않다고 합리화시키며 다시 내가 좋아하는 생활로 돌아왔다.  


빌 게이츠가 하루에 최소 7시간 수면을 취하는 것에 비해 스티브 잡스는 4시간밖에 자지 않았다고 한다. 스티브 잡스가 50대에 사망한 것에 수면습관의 영향도 있다는 저자의 인터뷰를 보고 충격을 받은 나는 지난 몇 주간 잠 잘 자기에 대한 생각을 끊임없이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5시간 내외의 수면시간을 유지하고 있는데, 저자에 따르면 나는 알츠하이머를 비롯한 각종 질병의 위험군에 속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나는 잠을 더 못 자게 되었다. 책에 나온 대로 방의 온도를 낮추고, 저녁에는 LED 등을 끄고 조도를 낮추었으며 카페인과 알코올을 줄이는 실험도 해보았는데 결과가 신통치 않았다.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사실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러니까 잠을 잘 자는 것에 과도하게 집착함으로써 잠을 더 못 자게 된 것이다.


앤디 퍼디컴과 리처드 피어슨이 만든 온라인 명상 플랫폼인 헤드스페이스에서 최근 <헤드스페이스: 숙면이 필요할 때>(2021)라는 다큐멘터리가 제작되었다. 불면증, 수면제, 꿈, 수면리듬 등 숙면과 관련한 전반적인 정보 전달과 함께  편안한 잠을 위한 명상을 안내한다. 명상에서 가장 중시하는 호흡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뇌와 신경계에 위험이 사라졌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명상을 통해 스트레스 감정의 관계를 바꾸는 방법을 배울 수 있고 몸을 길들이는 방법을 습득함으로써 투쟁 혹은 도피 시스템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고 했다.


돌고 돌아 마지막으로  곳은 요가였다.  요가라는 것이 거창한 것이 아니어서 침대에 누운 채로 벽에 다리를 올려 엉덩이부터 뒤꿈치까지를 벽에 밀착시켜서 몸을 니은자 만들면 끝이다. ‘L 다리라고도 부르는 쉬운 동작이지만 ‘비파리타 카라니라는 명칭을 가지고 있는 엄연한 아사나이다. 벽에 다리를 올리고 있는 것만으로도 아래로 쏠린 혈액이 돌아오는 느낌, 부은 다리가 가벼워지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는 침대에 똑바로 누워 발바닥끼리 붙이고 무릎을 연 누운 나비자세, 숩타 밧다코나아사나를 한다. 처음에는 골반 주변의 근육들이 타이트해서 무릎이 바닥을 향해 잘 안 내려가지만 그렇게 몇 분만 있으면 이내 다리가 잘 벌어진다. 골반 주변, 허벅지 안쪽이 시원해지며 순환이 되는 느낌이다.


마지막은 다리를 쭉 펴고 편안하게 누운 시체자세, 사바아사나이다. 사바아사나에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 그저 편안하게 누워 이완하기만 하면 된다.


나는 이렇게 요가와 함께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생각한다. 머리를 덜 쓰고 몸을 더 움직이자고.





매주 월요일에 만나요


 글: 에디 https://instagram.com/edihealer

그림: 제시 https://instagram.com/jessiejihye12

매거진의 이전글 하체 붓기 빼는 요가 자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