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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아플 때는 머리로 서기

by 요가언니


“머리서기를 꼭 해야겠어!”

“내가 잡아줄게, 해봐. 사진도 찍어줄까?”

“사진도 올리고 싶은데 아직 그 단계는 아니고... 그보다 요새 두통이 너무 심한데 머리서기를 하면 두통이 없어질 것 같아서.”


<요가 디피카>에서는 머리서기가 두통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좀 더 정확히는, "이 아사나는 뇌가 빨리 피곤해지는 사람들에게 원기를 불어넣어 준다. 그것은 뇌에 있는 뇌하수체와 송과체에 알맞은 피를 공급해준다."라고 쓰여 있다. 정수리를 바닥에 대고 발을 천장으로 올리는 역자세이니, 다리로 쏠리던 혈액이 머리까지 순환되게 도와 뇌로 가는 혈류가 증가하면서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정수리가 지압되는 효과도 있다. 그밖에 내가 느끼는 머리서기의 이점으로는 팔과 등 근육의 활성화, 코어의 강화와 균형감 증대 등이 있다.


그 효과를 알지 못했을 때부터 머릿속이 복잡하면 머리서기를 하곤 했다. 그저 거꾸로 서서 세상을 보는 것이 좋았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사고를 전환시킬 수 있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금세 떠오를 것 같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내 뒤에서 수련하는 사람들이 모두 거꾸로 서있는 모습이 멋있어서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요가를 막 시작했을 때, 수련실에 있는 모든 사람이 머리서기를 하기에, 그들처럼 팔 모양을 만들고 머리를 바닥에 댄 채로 점프를 해서 다리를 들어 올리려 했었다. 다리만 들리면 그때부터는 튼튼한 어깨와 강한 코어로 다리를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의 시나리오에는 없었던 ‘퍽’ 소리가 났고, 나는 마룻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등이 아픈 것보다 마룻바닥이 부서졌을까 봐 걱정이 될 정도로 큰 소리였다. 나중에 보니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힘에 자신이 있고 겁이 없는 사람들은 예외 없이 점프를 시도한다. 하지만 머리서기에도 단계가 있으니, 머리와 팔의 기반이 단단해진 후, 어깨, 등 근육으로 지지하면서 허리를 곧게 펼 수 있는 후에야 코어의 힘으로 천천히 다리를 천장으로 들어 올릴 수 있다.


머리서기는 여러 변형 자세가 있다. 뒤통수를 손바닥으로 받치는 살람바 시르사아사나 A 이외에도 양 손바닥과 정수리를 삼각형 모양으로 만들어 머리로 서는 살람바 시르사아사나 B (혹은 삼각머리자세)도 있고, 얼굴 앞에서 팔짱을 낀 받다 하스타 시르사아사나, 팔을 쭉 펴서 손등으로 바닥을 지지하는 묵타 하스타 시르사아사나가 있다. 아예 손을 엉덩이 옆으로 올리고 정수리만으로 서는, 마치 머리 위에 세상을 이고 있는 것 같은 자세도 있다. 무서워서 시도도 해보지 못했지만 저 정도면 거의 모든 것을 초월한, 혹은 전능한 힘을 가진 사람이 된 느낌이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얼마나 연습하면 머리서기를 할 수 있나요?”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이 질문에는 ‘사람마다 다르다.’는 뻔한 대답을 할 수밖에 없다. 등과 어깨 근육이 이미 발달되어 있는 남자들은 유연성이 필요한 다른 자세는 못해도 헤드 스탠드, 더 나아가 핸드 스탠드도 요가 시작 한 달이 채 되기 전에 해내기도 한다. 평소에 운동을 통해 단련해 놓은 근육을 잘 사용하는 까닭이다. 반면 근육이 부족한 여자들 중에는 몇 년이 지나도, 혹은 강사가 된 이후에도 헤드 스탠드를 못 하는 사람이 있기도 한다. 우리의 몸은 구조도, 힘도 모두 다르기 때문에 특정 아사나를 못 한다고 해서 잘못된 것은 아니다. 헤드 스탠드를 못 하는 그 강사는 뛰어난 유연성으로 트리앙 무코타아사나는 잘할 수도 있다.



물구나무서기를 하는 중에 넘어지는 것은 우리가 상상하는 만큼 그렇게 두려워할 일은 아니다. 만약 균형을 잃더라도 머릿속에 생각할 것은 깍지 낀 손가락을 풀고, 긴장을 풀고, 몸을 유연하게 하고 무릎을 굽히는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몸을 굴려 넘어지고 한 번 미소를 지으면 된다.
(아헹가, <요가 디피카> 중에서)


머리서기의 핵심을 두려움의 극복이라고 생각한다. 거꾸로 자세를 취하다가 구를까봐, 굴러서 코가 깨질까봐, 넘어지다가 옆 사람을 칠 까봐, 다른 사람들이 비웃을까봐, 두려워할 이유는 충분히 많다.


요가 수업이 끝나고 혼자서 머리를 바닥에 대고 역자세에 익숙해지기를 연습하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친구가 내 등 뒤로 와서는 골반을 잡아 안전하게 다리를 쓰윽 들어 올려주었다. 무서워서 발끝을 바닥에서 떼 본 적이 없었는데, 친구가 다리를 들어주니까 그 자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

“어? 되네?”


허무하게도 이게 다였고, 그게 내 머리서기의 시작이었다. 내 몸은 이미 준비가 되어있었는데, 마음이 두려움을 깨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두려움은 막상 머리서기를 성공해보니 실체가 없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었다.


포레스트 요가의 창시자인 애나 포레스트의 <피어스 메디신> 1장은 ‘두려움을 추적하기: 먹이에서 포식자로’이다. 애나 포레스트는 10대에 당했던 읽기 힘들 정도의 학대를 극복한 후 두려움과의 관계를 변화시키기 위한 다섯 단계를 아래와 같이 제시한다.


1. 두려움을 판별한다.

2. 몸을 돌려서 두려움과 맞서고 추적한다.

3. 두려움에 기반해서 결정을 내리는 것을 중단한다.

4. 두려움 속에 있는 치유를 찾아낸다.

5. 두려움과 포옹한다.


두려움에 도망치지 않고 감싸 안는 것이 치유의 여정이다. 똑바로 쳐다보면, 낱낱이 살펴보면 그 두려움은 의외로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그리고 머리서기는, 일단 한 번만 성공하면 그다음부터는 아무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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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에디 https://instagram.com/edihealer

그림: 제시 https://instagram.com/jessiejihye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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