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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에 필요한 동작

by 요가언니


“남은 시간 동안은 내 몸이 가장 필요로 하는 동작을 자유롭게 해 주세요. 휴식이 필요하면 사바아사나로 이완도 좋습니다.”


폼롤러를 이용해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마사지하며 뭉친 근육을 풀고 이완하는 방법을 배웠고 몇 가지 근육 강화 동작도 했다.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거나 이완하라는 말에 모두가 사바아사나로 쉴 줄 알았는데, 수련실 안에 있던 사람들이 각자 다른 동작을 하기 시작했다.


목 뒤에 폼롤러를 대고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풀어주는 사람은 분명 두통 때문에 힘든 사람일 것이다. 목 뒤 머리카락이 시작하는 부분쯤을 폼롤러나 마사지볼, 요가링으로 지압을 하면 시원하면서도 시야가 탁 트이는 느낌이 든다. 시신경과 이어지는 후두하근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날개뼈 아래에 폼롤러를 대고 어깨를 활짝 열고 있는 사람은 하루 종일 구부정한 자세로 컴퓨터를 하거나 책을 봐서 라운드 숄더가 온 사람일 것이다. 그렇게라도 자세를 바로잡는 것은 중요하다. 가장 좋은 것은 일상생활 중에서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겠지만 수십 년간 굳은 구부정한 자세를 하루아침에 바꾸는 게 쉽지 않다. 도수치료를 받으러 가면, 치료만으로는 안 되니 평소 자세를 교정해야 한다고 말한다고 한다. 나는 반대로 평소 자세를 완벽하게 교정하기가 힘드니 하루 한 시간만이라도 스트레칭을 하고 몸을 교정해주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폼롤러 위에 엉덩이를 올리고 누워서 몸의 앞면이 더 길어지게 늘리고 있는 사람은 골반 주변의 근육이 타이트한, 장시간 앉아있는 사람일 것이다. 골반 주변 근육들을 잘 풀어주지 않으면 어김없이 허리 통증이 찾아온다. 나는 허리 통증의 신호가 오면 폼롤러를 들고 허리, 엉덩이, 골반 주변을 꼼꼼히 풀어주며 잘 달래 요통을 쫓아낸다.

폼롤러 위에 발목을 올려놓고 있는 사람은 다리가 잘 붓는 사람일 것이다. 다리가 심장보다 높이 올라가게 해 주어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도와준다.


나는 두통이 자주 오는 터라 폼롤러를 베개처럼 베고 뒷목을 풀어주고 있었다.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다른 사람들의 움직임을 보면서 지금 참 중요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 시간은 오롯이 자신의 몸에 집중하는 시간이다. 완벽하게 파악하지 못하더라도 몸에 관심을 갖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내 몸을 아는 사람은 나 밖에 없으니말이다.


예전에는 병원에 가면 “배가 아파요.” 라고 말을 했다. 의사 선생님은 전문가이니까 내가 어디가 아픈지 콕 집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요새는 병원에 가면 “배가 꾸르륵거리는데, 물을 마시고 나면 나는 꾸르륵 소리가 아니고요, 마치 탈수기가 돌아가는 듯이 쉬지 않는 꾸르르르르르륵이에요. 그게 끝나고 나면 고양이가 기어가며 장을 발톱으로 꼬집는 것 같은 통증이 있어요.” 이렇게 장황한 이야기를 펼치고, 이를 위해 내 몸을 꼼꼼히 관찰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 정도로 말해야 의사 선생님은 그 부분을 관심 있게 보고, 보다 명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았다.


‘인지’라는 단어를 본격적으로 쓰게 된 것은 요가를 하면서부터이다. 심리학 수업을 들을 때나 듣던 단어이고, 일상생활에서는 자주 쓰지 않는 어려운 단어라고 생각했었는데, 요가 수업에서는 ‘골반을 인지해봅니다.’ ‘발바닥 기반을 인지해보세요.’와 같은 큐잉을 듣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 개념을 배운 것은 ‘소마인지’에서였는데, 소마 인식 Somatic Perception 이란 제1자 first person인 스스로가 자신의 신체 내부를 경험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의사, 마사지사와 같은 다른 관점을 가진 제3자들을 통해 받아들인 경험과는 다르다. 그러니까 소마 교육 Somatic Education은 내적인 인지를 높이고 공간 안에서 신체를 통제하는 능력을 중시한다.

소마틱스의 창시자인 토마스 한나는 ‘사용하지 않으면 잃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흔히 나이가 들어서 노화가 온다고 생각하지만, 그 노화는 신체활동을 지속적으로 하지 않아서 인체의 구조와 기능이 쇠퇴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서는 지속적인 신체활동에 필요한 것으로 감각, 신경, 인지를 꼽는다. 소마틱스는 '힘은 근육의 양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근육을 지배하는 신경의 성숙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동작은 근육과 뼈에 의해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의식적으로 감지하는 신경의 연결성을 살려내야 한다는 말이다.


토마스 한나는 '자기 감지 self sensing' 능력이 높아질수록 자신의 삶에 대한 통제력이 높아진다고 했다. 근육 수축을 일으키는 것에도 뇌가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감각운동시스템 기능을 증진시킨다면 신체의 전반적인 건강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은 노화도, 통증도 내가 몸에 관심을 기울이고 소리를 듣고 잘 돌보면 충분히 늦추고 개선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내 몸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은 나 하나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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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edi

그림: jess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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