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뭐지? 오늘 밤 지나고 나면 조회수 1000 넘는 거 아니야?”
“오, 대박 터지나 보다!”
몇 주전 일이다. 금요일 오후부터 이상한 낌새가 보이기 시작했다. 유튜브를 시작하고 세 번째로 올렸던 ‘누워서 하는 뱃살 빼기 요가’라는 콘텐츠의 조회수가 나 홀로 상승하고 있었다.
그때만 해도 여전히 나는 구독자가 100명도 채 되지 않는 ‘유튜브가 채널 취급도 안 하는 채널’이기에 노출을 시켜줄 리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노출을 안 시켜주는데 도대체 이걸 누가 보고 있나 싶어서 유튜브 스튜디오에 들어가 봤다. 유튜브 스튜디오는 콘텐츠별로 분석 자료를 제공한다.
이 콘텐츠로 말할 것 같으면, 구독자가 30명도 채 되지 않던 초창기에 올린 영상인 데다가 유난히도 조회수가 안 나와서 나로 하여금
‘사람들은 뱃살 빼는데 관심이 없나 보구나.’
‘요가로는 뱃살을 못 뺀다고 생각하나?’
‘내가 복근이 없으니 신뢰가 안 가나 보군.’
‘역시 나부터 살을 빼야 해.’
와 같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콘텐츠였다.
분석을 보니 트래픽 소수 유형 중에 유난히도 ‘추천 동영상’의 비율이 높았고, ‘이 동영상을 추천하는 상위 동영상’으로 80%에 육박하는 동영상이 하나 있었다. <Home sports workout project~>로 시작하는 아주 긴 제목의 홈트 영상이었는데, 제목을 클릭하니 해당 동영상이 열렸다.
불과 4분 남짓한 이 영상을 통해 나는 새로운 요가의 세계를 경험했다. 한 여자가 매우 짧으면서도 헐렁한 핑크색 운동복 반바지를 입고 침대 위에서 요가를 하는데 카메라의 각도가 교묘하게 사선 아래였다. 이 여자는 계속 동일한 동작을 반복하고 있었는데 대부분의 시간 동안 다리를 벌리고 있었다. 제목에 요가가 쓰여 있기에 요가를 하나 했는데, 이것은 요가 비슷한 동작을 취하고 있을 뿐 요가는 아니었다. 그냥 침대에서 구르면서 다리를 들었다 놓았다 벌렸다 모았다를 반복하는 동작이라고 하는 것이 맞겠다.
내가 아는 요가 세계 안에 있는 사람들은 경전을 읽고, 산스크리트어를 공부하고, 근육학과 해부학을 통해 내 몸을 공부하고 땀 흘려 수련하는데 가치를 두고 있는 사람들이다. 라이프스타일로서의 요가를 사랑하기 때문에 명상도, 채식도, 무소유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아는 요가는 고상하고 형이상학적이다 못해 종교적인 분위기까지 띄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요가라고 믿던 세계 밖에서 바라보는 요가는 전혀 다른 것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걸 이 영상을 보고 처음 알았다.
이 영상 바로 아래에 떡하니 나의 영상이 추천 영상으로 떠 있었다. 이 영상을 기분 좋게 본 시청자들은 비슷한 영상인가 하고 내 영상을 클릭했을 것이다. 그런데 온몸을 다 가린, 섹시한 것과 거리가 먼 몸매의 여자가 열심히 복근 운동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주요 부위 클로즈업도 없다. 그러니 조회수만 높지 구독자수가 1도 늘지 않았던 것이다.
‘토요일 밤 지나고 나면 조회수 1000 넘는 것 아니야?’라는 예상은 현실이 되어 일요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조회하니 이미 1000의 조회수를 넘어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1000이라는 조회수는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구독자수가 100명도 채 되지 않는 내 채널에서 조회수가 100을 넘으면 굉장히 우량한 것이고, 1000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꿈의 숫자이다.
어쨌든 하나라도 조회수가 높은 게 있다면 알고리즘 상 좋다는 친구의 말에 좋은 신호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나저나 나는 분명 교육용 콘텐츠로 분류해서 영상을 업로드했는데 왜 이게 저기에 추천이 된 것이람?
https://youtu.be/btCaotwtsZ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