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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 콘셉트를 변경합니다

by 요가언니
이렇게 멋진 한옥이 내 요가의 배경이라니!


“이건 말이 안 돼. 나 손가락 동상 걸린 것 같아.”

“너무 추우면 찍지 마. 그냥 여행하자.”

“가는 날이 장날이네. 일부러 예쁜 한옥 찾아서 예약하고 왔는데 이게 뭐야. 엉엉”


연말이라 주말마다 일정이 있었고 겨우 한주를 비워서 여행을 예약했다. 월, 화, 수, 주중에는 정말 따뜻했고 햇빛이 좋았기에 기대를 하고 있었지만.... 주말이 되니 줄곧 영상이던 경주가 갑자기 영하 7도가 된다네?


특별히 정원이 예쁜 한옥을 골라서 예약을 했던 터였다. 내가 지금 보고 있는 이 예쁜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없다는 것이 너무나도 분했다. 소나무와 어우러진 한옥을 배경으로 마당에 요가매트를 깔고 하려 했던 느리고 차분한 스타일의 요가는 꿈도 꿀 수 없을 만큼 추운 날이었기에, 몸에 열기를 내기 위해서 요가 수업 초반부에 하는 수리야나마스카라를 8세트나 했다. 그 정도를 실내에서 했으면 땀으로 옷이 젖는 것이 보통이다. 영하의 마당에서 하니 몸에는 열기가 도는 듯했지만 손가락 끝이 얼얼하다 못해 아팠다. 양말을 신었기 망정이지, 양말을 안 신었으면 발가락도 그렇게 될 게 뻔했다.


그나마 경주는 영하 7도이긴 해도 햇빛이 좋아서 해 아래에 있으면 등이 따뜻하긴 했다. 그날 서울은 영하 9도에 폭설이 내렸기에, 야외에서 무언가 활동을 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그러니까 오히려 남쪽으로 내려오지 않았다면 아무것도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 이 여행을 취소하지 않은 것이 옳은 결정이었다는 사실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다.


한 주가 지나자 이런 기사가 떴다.


영하 18도에 레깅스 하나 입고 밖에서 요가하는 건 아니죠?


“아 그러니까 봄에 시작했으면 얼마나 좋아. 한창 좋은 날씨들을 이렇게 낭비해놓고 이제 와서 이게 뭐람.”

“봄에 시작했어도 겨울은 돌아와. 그때 시작하지 않은 걸 후회할 필요는 없잖아.”

“앞으로 2달은 계속 추울 텐데 나가서 요가하면 미친 사람 같겠지? 아니다, 보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너무 추워.”

“그러니까 이제 다른 콘셉트를 생각해야지.”


콘셉트 변경. 실내에서 바닥 난방 뜨끈하게 틀어놓고 요가할 거다!


어쩔 수 없이 실내 요가로 변경을 하긴 했는데 작은 내방에서는 정면으로 카메라를 설치하면 가로도, 세로도 충분한 거리가 안 나왔다. 그래서 방의 대각선으로 카메라를 놓고 요가매트를 펼쳤다. 조금이라도 카메라와 피사체 사이의 거리가 길어야 하니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카메라를 뒤로 빼도 내가 한 화면에 들어가지 않았다. 일어서기라도 하면 머리가 잘리는 몸뚱이가 되어버리는 것이었다.


아이폰을 10년 넘게 쓰고도 비디오 줌 기능이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알았다. 비디오에서 0.5배 줌을 하니 좀 더 카메라가 멀리 있는 듯, 방이 넓어 보이는 듯했다.


해가 가장 많이 드는 시간에 포착! 대각선으로 요가매트 깔고


아파트에서는 아무래도 야외에서 하는 것만큼의 햇빛을 받지 못하기에, 가장 해가 밝은 시간에 창가에 딱 붙어서 요가를 했다. 하지만 카메라가 창가를 비추다 보니 역광이 되어 내 몸이 어둡게 나온다는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조명을 샀다. 스튜디오에서 쓰는 은색 반사판이 있는 우산 모양으로 된 조명 말이다. 분명 지난번 글에서 무선마이크 하나만 사서 최소한의 투자로 유튜브를 한다고 자랑하지 않았나? 그리고 집이 좁아서 자연에서 요가를 하는 콘셉트를 잡았다고 하지 않았나?


그랬었다. 나는 자연에서 자연스럽게 하는 요가, 그래서 눈도 힐링이 되고 몸도 마음도 힐링이 되는 유튜브를 하고 싶었다. 자본을 들이지 않고 말이다. 하지만 역광으로 찍으면 안 보이잖아요......


이렇게 유튜버가 되어가고 있다.



https://youtu.be/x-lFEjpEKg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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