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유튜브 정말 서운하다 서운해. 내 것 노출 수 봐봐. 100도 노출 안 시켜주는 건 좀 너무한 거 아니야?
“구독자 100명 이하 채널은 유튜브가 채널 취급도 안 하고, 그 유튜버는 사람 취급도 안 한다더라.”
“헐! 나 사람 아니야?”
“넌 아직 사람 취급도 못 받으니까 노출은 기대도 하지 마.”
“노출을 안 시켜주면 어떻게 구독자가 늘어?”
“살아남는 유튜버만 키운다는 거지. 그래서 100명 이하에서 포기하는 유튜버가 그렇게 많은 거야.”
구독자 100명을 넘는데 2달에서 4달까지 걸린다고 들었다. 하지만 알고리즘이 우리에게 추천해주는 유튜브 채널들은 구독자 100만 명, 10만 명, 하다 못해 1만 명 이상의 채널들이라, 나는 유튜브 채널을 만들기만 하면 구독자가 그만큼 모이는 줄 알았다. 혹은 우리에게는 ‘영상 2개 올린 후에 구독자 1만 명을 넘은 유튜버’ 같은 성공사례만이 들리기 때문에 ‘구독자 100명에 2달 이상 걸림’ 같은 경고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나는 꼭 두 달하고도 이틀이 더 걸렸다. 10월 13일에 첫 영상을 올리고 12월 15일에야 구독자 100명을 돌파했으니 말이다. 유튜브 시작 한 달만에 구독자 1000명, 1만 명을 기록하며 쭉쭉 잘 나갔으면 이 글은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 두 달간 조회수, 구독자 수, 좋아요 수에 들떴다가 실망했다가 하는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보니 이 드라마를 기록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혹시 또 아나? 내가 100만 구독자를 달성하면 이 이야기들이 묶여 성공 스토리가 되어 책으로 출판될 수도?
유튜브를 시작할까 말까 고민을 6개월간 했었다. 하지 말하야할 이유는 끝이 없었다.
- 편집을 하려면 프리미어 프로그램을 구매해야 한다던데……(한 달에 얼마를 내야 하지?)
- 프리미어 프로그램 사용법을 배워야 하는구나. (학원에 가야 하나? 학원 다닐 시간이 없는데?)
- 프리미어 프로그램을 돌리려면 내 맥북에어로는 용량이 안 되니 데스크톱을 새로 사야겠다. (컴퓨터도 사야 하네?)
- 편집 기술을 제대로 익히기까지 편집에 시간도 오래 걸리고 결과물도 보장할 수 없으니 아예 편집 외주를 줄까? (예산은 있고?)
- 배경 음악을 깔아야 하는데, 저작권이라는 것은 어떻게 되는 거지? 잘못 사용했다가 소송에라도 휘말리면?
- 요가 영상을 찍기에 내 집은 너무 좁은데? 스튜디오를 빌려서 촬영해야 하나?
- 지금은 뚱뚱해서 안 되고, 뱃살을 다 빼면 시작해야겠다.
- 요가 선생님들은 레깅스에 브라탑을 멋지게 입던데 나는 예쁜 브라탑이 없네? 브라탑부터 사볼까?
- 집에서 촬영하는 유튜버들은 조명기구에 반사판까지 준비해놓고 찍던데, 그거 없으면 얼굴 시꺼멓게 나오는 거 아냐?
- 그런데 나는 글로벌 유튜버가 되고 싶어. 영어로 말을 해야겠다. 그럼 스크립트 짜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텐데.
“오늘 날씨도 좋은데 야외에 나가서 한 번 찍어보자. 연습 삼아서.”
“응, 요가 매트 챙겨야지~”
“영상 나온 것을 봐야 어떻게 편집해야 할지 방향도 잡을 수 있을 테니 말이야.”
요트를 타러 나간 김에 남자 친구가 폰으로 영상을 찍어줬다. 20분 정도 요가를 했고, 전문적인 영상은 아니었지만 내가 유튜브에서 보던 다른 요가 수업 영상보다 딱히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걸 아이폰에 내장되어 있는 iMovie라는 프로그램에 불러와서 편집을 해봤다. 편집이라고 해서 대단한 것이 없고, 따로 찍은 인트로 영상과 요가 영상을 합하는 것, 인트로 영상에 타이틀 텍스트를 띄우는 게 전부였다. iMovie 사용법은 어떻게 배웠냐고? 배우지 않았다. 그냥 아이콘을 이것저것 눌러봤다. 나 같은 옛날 사람도 매뉴얼 없이 할 수 있을 정도면, 디지털 네이티브들에게 영상 만드는 것은 일도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그냥 이거 올릴래.”
“그래, 해봐. 요가 영상은 잘 모르지만, 내 생각에도 여기서 자막이나 효과로 영상을 업그레이드시킬 것은 없는 것 같아.”
그래서 연습 삼아 찍었던 첫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풀었던 머리를 급히 묶고 찍은 터라 잔머리가 줄줄 흘러내리고, 입고 나간 레깅스와 흰 반팔티 차림이었다. 하나를 올려보니 자신감이 생겨서, 다음날 아침 공원에 가서 다음 영상을 찍었다.
뱃살은 빼지 않았고 배를 덮는 티셔츠를 입고 찍기로 했다. 아이폰에서 편집을 하기 때문에 프리미어 프로그램은 구입하지 않아도 됐고, 때문에 노트북은 아예 필요가 없었다. 폰으로 모든 것이 해결됐다. 촬영 각이 안 나올 정도로 좁은 집에 사는 덕분에 내 촬영 스튜디오는 공원이 되었다. 공원은 사용료 한 푼 내지 않아도 매주 다른 분위기의 세트장을 꾸며준다. 지난주에는 푸르던 나무들이, 다음 주에는 붉게 변하는 식으로 말이다. 자연광이 조명, 반사판을 대신한다. 유튜브를 시작하면서 한 투자는 20만 원 이내의 무선 마이크 구입과 삼각대 준비가 전부였다.
헝클어진 머리로 시작한 나의 첫 번째 유튜브
https://youtu.be/6m90bJLdCk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