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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가언니 Sep 19. 2022

강아지가 사랑하는 계절, 가을

강아지와 행복한 가을을 보내는 방법

추석이 지나고 완연한 가을이 왔습니다. 강렬한 태양, 시원한 파도, 초록 잎사귀, 여름의 모든 것들을 사랑하던 저는 슈렉이와 함께하면서부터 가을이 좋아졌습니다. 강아지들이 산책하고 뛰어 놀기에 더 없이 좋은 계절이니까요. 조금 더 사적인 이유를 말씀 드리자면, 여름에는 쿨매트에만 엎드려있는 슈렉이가 가을이 되면 저에게 폭 안깁니다. 강아지를 꼭 끌어안고 잘 수 있는 계절이라는 것, 가을을 사랑하기에 충분한 이유입니다.

슈렉이 추석이라 한복입었어요

가을이 되어 가장 기쁜 사실은 더 이상 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올 여름에는 유난히도 큰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8월 초에는 서울에 폭우가 내렸고, 9월 초에는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남부지방에 큰 피해가 있었습니다. 장마철이 되면 반려인들은 큰 난관에 봉착합니다. “강한 비바람 때문에 오늘은 산책을 못나가.”라는 말을 전하고 강아지를 설득해야 하는 미션을 부여 받기 때문입니다. 하루 중 가장 즐거운 이벤트가 산책인 강아지에게, “산책 갈까?” 라는 말이 나오면 바로 꼬리를 격하게 흔드는 강아지에게, 도대체 이 말을 어떻게 전한다는 말입니까? 강아지는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고개만 갸우뚱 할 텐데요!


산책을 못 하는 만큼의 활동량을 채워주기 위해 집에서 노즈워크와 터그놀이를 시작해 봅니다. 장난감 속에 숨긴 간식 찾기, 장난감 물어오기 등 말입니다. 다만, 슈렉이 같은 노견은 이제 어린이가 아니라 장난감 따위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 문제이긴 합니다. 거실 통창으로 쏟아지는 햇살을 받으며 낮잠 자는 것이 취미인 녀석이 햇빛은커녕 어두컴컴한 곳에 엎드려 있는 것이 괜스레 안쓰러워 보입니다. 빗방울 소리를 들으며 우울해 하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하고요. 강아지들은 뛰어난 청각 덕에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를 잘 들을 수 있고, 비가 오는 것을 쉽게 알아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어쩌면 슈렉이처럼 오래 산 강아지들은 후드득 소리만 듣고도 오늘 산책이 힘들 것을 미리 짐작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을이 좋은 첫번째 이유로 선선한 기온을 꼽을 수 있습니다. 여름은 충분히 매력적인 계절이지만, 강아지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조금 위험하기도 합니다. 뜨거워진 아스팔트에 닿는 발바닥 패드의 화상을 걱정해야 하고, 체온을 낮추기 위해 좀처럼 들어갈 생각을 못하는 혓바닥과 헉헉 가쁜 호흡을 지켜보는 것도 안타깝습니다. 우리의 털북숭이 친구들은 봄, 가을의 온도가 되어야 적당하게 체온을 조절할 수 있고, 시원한 바람 덕에 반려인도 반려견도 더 긴 시간 산책을 할 수 있습니다. 장마 핑계, 폭염 핑계가 통하지 않는 시기가 온 것이지요. 긴 산책과 충분한 킁킁거림이 바로 견생 행복의 척도가 아니겠습니까?  


선선한 바람에  드라이빙을 좋아해요

강아지들에게는 수북이 쌓인 낙엽더미에서 뒹굴기만큼 재미있는 놀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낙엽더미에서 나는 쿰쿰한 냄새는 또 얼마나 흥미로운지요. 강아지에게 가장 발달한 감각은 후각이니까요. 슈렉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킁킁킁 코로 동네 순찰하기이고, 두 번째로 좋아하는 것은 달리는 자동차에서 코를 씰룩 거리며 공기 중 냄새를 끌어 모으는 것입니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현명한 강아지들은 본능적으로 계절에 적응합니다. 더운 여름에는 창문을 열어줘도 얼굴을 창 밖으로 빼지 않고,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위치에 얼굴을 고정한 채 코만 창 밖으로 내놓습니다. 그런데 가을이 되면 얼굴, 아니 몸을 창 밖으로 쑥 내밀어서 시원한 가을바람을 온 몸으로 즐깁니다. 코는 쉴 새 없이 좌우로 움직이고요. 제대로 드라이브하기에 좋은 날씨가 되었다는 뜻입니다. 이제 강아지들은 더 많은 냄새 자극을 통해 세상을 관찰하고 교감할 수 있게 됩니다.  


저는 재동인데요, 강아지전용 캠핑의자에서 개껌 씹기를 좋아해요.


가을에 빼놓을 수 없는 활동으로는 캠핑이 있습니다. 가을이 오면 낮에는 선선, 밤에는 쌀쌀한, 그러니까 캠핑에 적합한 온도가 형성되고, 기온이 내려가며 벌레도 줄어듭니다. 봄철처럼 꽃가루가 날리지도 않아서 깨끗한 공기와 높고 맑은 하늘을 즐길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조금 더 길어진 밤 덕분에 더 오래 불멍을 즐길 수도 있습니다. 캠핑장에 도착한 강아지들은 신기한 냄새투성이인 주변을 탐색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이들의 행복한 표정을 본 사람이라면, 강아지들이 타고난 프로 캠핑러임을 확신할 수 있습니다.


고구마를 향한 집중력

마지막으로 가을을 풍성하게 해주는 것은 바로, 모든 강아지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간식인 고구마입니다. 부드러운 식감에 달달한 맛까지, 엄마보다도 할머니보다도 우선순위에 오르는 강아지의 최애입니다. 요즘은 일 년 내내 고구마를 먹을 수 있지만 그래도 고구마의 제철은 가을입니다. 집에서 고구마를 찔 때면 귀신같이 부엌으로 달려와 얌전히 앉아 기다리는 식구가 저희 집에 하나 있습니다. 연륜 있는 슈렉이는 점잖게 앉아서 애처로운 눈빛을 보냅니다. 강아지에게 자꾸 간식을 주면 비만이 되고 관절에 안 좋다고 하지만, 이런 아이를 보고 어떻게 안 줄 수가 있겠습니까? 이렇게 나눠먹는 것이 다 행복이고 추억 아니겠어요?


좋고 행복하고 풍성한 것으로 가득 찬 가을에 반려인들을 긴장하게 만드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겨울맞이 털갈이입니다. 슈렉이는 슈나우저라 특별히 털갈이를 하지 않지만 리트리버 친구들을 보며 가을이 오고 있음을 확실히 느끼는 중입니다. 빗질을 하고 나면 똑같이 생긴 동생 강아지가 옆에 생기더라고요? 털북숭이 친구들이 빨리 예쁜 겨울 옷으로 갈아입을 수 있게 열심히 빗질과 마사지를 해주어야겠습니다.


저는 가을인데요, 지금 겨울옷으로 갈아입고 있는 중이에요

환절기라 면역력 저하에 주의하고, 감기를 조심해야 하는 것은 개나 사람이나 같습니다. 세상의 모든 강아지 친구들, 건강하고 행복한 가을 만끽해 보아요!


https://youtu.be/sNxy3nhgFnA

슈렉이는 공원에서 요가해요. 가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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