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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가언니 Oct 17. 2022

강아지의 행복한 여름

쿨매트, 쿨조끼, 비옷, 그리고 수박

슈렉이 여름휴가 가요


“오늘 눈치게임 실패해서 강제 멍빨 완료”

“우비 모자 씌우니까 얼음이 되어 걷지 못하는 갱얼쥐”


장마철이 되면 흔히 볼 수 있는 강아지의 SNS 문구들입니다. 비가 그쳤나 싶어 부랴부랴 나갔는데 소나기를 쫄딱 맞아 할 수 없이 목욕까지 시켰다거나, 머리를 안 젖게 해주려고 모자를 씌웠더니 불편해 하는 강아지들. 반려인들이라면 공감할 만한 상황입니다.


비옷입고 우산쓰고 산책중이에요.

장마철이 되자 강아지들은 하나 둘 비옷을 입기 시작하고, 고무장화를 신기도 합니다. 노란색, 하늘색, 연두색, 핑크색, 알록달록한 강아지 비옷과 장화는 얼마나 귀엽고 예쁜지 모릅니다. 슈렉이는 파란색, 빨간색을 거쳐 올해는 노란색 망토형 비옷을 새로 장만했습니다. 거기에 하나 더, 강아지 전용 우산을 씁니다. 노란 비옷에 강아지 우산까지 쓰고 나가면 동네 사람들의 시선과 관심을 한 몸에 받게 됩니다.


“어머 어머, 쟤 봐라. 개가 비옷 입고 우산도 썼어. 하여튼 요즘은 없는 게 없다니까.”

신기하게, 예쁘게 봐 주시는 분들도 있지만,


“개를 우산 씌운다고 사람이 비를 맞고 가다니, 세상이 잘못 돼도 한참 잘못 됐어. 쯧쯧쯧.”

어르신들로부터 한 소리를 듣기도 합니다. 한 손에 강아지 우산을 잡고 다른 한 손에 제 우산을 받치면, 강아지 배변을 치울 손이 남지 않기 때문에 저는 우산 없이 비옷만 입고 산책을 나가거든요. 질 좋은 비옷이라 몸이 젖을 염려는 없는데, 동네 어르신들이 그것까지는 모르실 테니 걱정하시는 것도 이해는 합니다.


강아지 신발은 비 오는 날 뿐 아니라 폭염에도 유용합니다. 강아지들은 네발로 걷다 보니 몸통이 지면과 가까워서 달궈진 아스팔트의 지열을 온몸으로 받아냅니다. 그만큼 열사병의 위험이 높아진다는 말입니다. 그보다 더 큰 걱정은, 신발 고무창이 녹는다는 그 뜨거운 아스팔트를 맨발로 걸어야 한다는 것, 그래서 발바닥 화상을 입는 것입니다. 그렇게 슈렉이에게 신발을 신기기 시작했으나, 신발을 신은 슈렉이는 이내 고장이 납니다. 뚝뚝뚝 나사 빠진 로봇처럼, 마치 오른발과 오른 손이 함께 나가는 느낌으로 네발의 박자를 못 맞추며 어색하게 걷습니다.


여름에는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해야 강아지들이 활동을 시작하는 듯합니다. 저녁 8시부터 밤 10~11시가 다 된 늦은 밤까지, 혹은 새벽 5~6시 아직 대지와 대기가 달궈지기 전에 산책을 하는 강아지들이 많습니다. 1일 1산책을 한다면 강한 햇빛을 피해 새벽이나 밤 시간대를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그런데 슈렉이는 실외배변을 위해 하루에 4번 정해진 시간에 산책을 하는 터라, 정오와 오후 4시에도 산책을 나가게 됩니다. 숨이 턱턱 막히는 폭염 때 슈렉이 할머니의 궁여지책 산책 루트는, 엘리베이터로 아파트 지하주차장까지 이동, 차를 타고 그늘진 잔디밭에 내려서 실외배변을 하고, 차를 타고 돌아오는 것입니다. 확실히 흙은 아스팔트보다 덜 뜨겁고, 나무 그늘 속은 시원하거든요.  


더워서 짧게 미용하고 쿨조끼 입었어요./ 산책할 때 물통은 필수품

슈렉이처럼 낮 산책을 꼭 해야 한다면, 강아지 쿨조끼와 물통은 꼭 챙기는 것이 좋습니다. 털복숭이 강아지들의 더위가 걱정되는 반려인들은 여름이 되면 털을 빡빡 밀곤 합니다. 슈렉이도 여름이 되면서 슈나우저의 트레이드마크인 눈썹과 주둥이만 풍성하게 남기고 몸통을 1센치미터 길이로 짧게 밉니다. 직사광선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강아지의 겉 털을 어느 정도 남겨야 한다고 해서 약간 남기는 겁니다. 우리 두피도 머리카락 없이 직사광선을 쐬면 화상의 위험이 있고, 머리카락이 비어있는 가르마 부분이 먼저 타는 것처럼요. 화상이 아니더라도 직사광선은 강아지 피부의 멜라닌색소를 자극시켜 반점이 생기게 한다고 합니다. 털을 짧게 밀었다면, 통풍이 잘되는 쿨조끼를 입혀서 직사광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쿨조끼는 우리가 입는 기능성 운동복 소재로 만들어졌는데, 여름 전용이니까 슈렉이는 형광 노랑, 형광 주황, 형광 핑크로 입으며 여름 휴양지 기분을 냅니다.


택배와 함께 오는 아이스팩을 손수건에 싸서 산책 중간중간에 강아지 몸에 대주기도 하고, 아예 강아지 쿨매트를 얼려서 나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갑자기 찬 것을 몸에 대면 혈관이 수축될 수 있다고 하니 조심해야겠습니다. 쿨매트는 가히 반려가정의 필수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강아지들은 인간처럼 온 몸의 피부로 땀 배출을 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조금만 더워지면 핑크색 스팸 같은 혓바닥을 길게 빼고 헥헥 숨을 헐떡여 체온을 조절합니다. 그리고 집에서 가장 시원한 곳을 찾아가 배를 대고 엎드리지요. 1순위는 현관 대리석 타일입니다. 깨끗이 목욕시켜놓으면 현관 바닥에 엎드리는 슈렉이 때문에 저희 집도 쿨매트를 사게 되었습니다. 확실히 쿨매트가 시원하긴 한지, 곧잘 올라가는 슈렉이를 위해 쿨매트는 두 개로, 세 개로, 네 개로 늘어나, 지금은 자주 앉는 침대, 소파마다 놓여있습니다. 쿨매트와 에어컨의 조합은 유용합니다. 오래 앉아서 쿨매트가 뜨듯해지면 에어컨 바람에 시원해진 다른 쿨매트로 알아서 이동합니다. 강아지들은 가르쳐주지 않아도 자기에게 필요한 것을 잘 아는 충분히 현명한 존재들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여름에는 수영장이 최고입니다. 개리비안베이, 도그베이, 펜션의 프라이빗한 풀장과 실내 수영장, 그리고 계곡까지. 바야흐로 반려견 수영 전성시대입니다. 우리는 평소에 수영을 폼 나게 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개헤엄’이라고 말을 하지만, 리트리버가 우아하게 수영하는 모습을 보면 더 이상 그런 말을 하지 못할 것입니다. 리트리버 종은 워낙 수영에 뛰어나서 ‘물트리버’, ‘물개’라고 부르기도 하던데, 저 멀리서 멋진 포즈로 다이빙을 하고 여유롭게 물살을 가르며 나가는 모습을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반면 소형견들이 처음에는 구명조끼를 입고 허우적대다가 두 번, 세 번째 수영 시간에는 자연스럽게 헤엄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엄마 미소가 저절로 지어집니다.


쿨매트가 시원해요./ 이거 내 수박인거 같은데

저희 집은 일주일에 왕 수박을 한 통씩 소비하는데, 수박대장 슈렉이도 한 몫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수박 끝 흰 부분만 조금씩 잘라줬었는데, SNS에서 수박 한 조각을 손에 쥐고 야무지게 먹는 강아지들을 보니, 흰 부분만 먹는 슈렉이가 불쌍해졌습니다. 그래서 새빨간 부분을 잘라주기 시작했습니다. 눈이 번쩍 떠지는 단 맛의 신세계를 맛 본 슈렉이는 끈적한 침을 줄줄 흘리며 아그작 아그작 수박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후로 ‘우지직’ 수박 자르는 소리만 들리면,

‘엄마, 내 수박 자르는 거에요? 빨리 주세요.’

입맛을 다시며 옆에 앉아있습니다.  


쿨조끼, 쿨매트, 수영, 그리고 비옷과 우산. 이 정도면 우리의 강아지는 안전하고도 시원하게 여름을 날 수 있겠습니다. 이것을 다 해야 하냐고요? 지갑사정으로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저는 강아지가 저에게 주는 선물을 떠올려봅니다.


개는 우리 사람들에게 무척이나 많은 것을 베푼다. 놀고 싶을 때는 장난스러운 친구가 되어 주고, 혼자 외롭거나 침울할 때는 사랑스러운 친구 구실을 한다. 또 산책하자고 보챔으로써 건강에 도움을 주는 친구가 되고, 흥분하거나 걱정 또는 긴장할 때는 마음을 진정시켜 주는 동무가 된다. 또한 집에 외부 사람이 침입하면 주인에게 경고해 주고, 공격을 받지 않도록 보호해 주는 오랜 역할을 여전히 수행하고 있다.  

데즈먼드 모리스, <도그 워칭>중에서




https://youtu.be/Goy1ulXNB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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