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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가언니 Jan 09. 2023

인생은 60부터, 견생은 10살부터!

견생 11년 첫 케익을 먹어보다!

슈렉이와 나란히 앉아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가 고개를 돌려보면, 슈렉이가 저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것을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동그란 눈을 똥그랗게 뜨고 새까만 눈을 초롱초롱 반짝입니다. 그 눈동자에서 애정과 사랑을 읽는 순간 가슴에 핑크빛이 퍼집니다. 하지만 이내 마음속에서는 검은색의 슬픈 생각이 피어오릅니다.

‘슈렉이가 강아지별로 떠나기 전에, 눈이 안 보이기 전에 엄마를 기억하려고 열심히 쳐다보는 게 아닐까?’

핑크빛으로 충만했던 가슴 한 귀퉁이에 검은색 금이 가면서 떨어져 나가기 시작합니다.     

 

제가 상상하는 가장 두려운 순간은 슈렉이가 세상을 떠나는 날 옆에 있어주지 못하고, 사무실 책상에 앉아 임종 소식을 듣는 것입니다. 심지어 슈렉이가 떠난 다음날에도 휴가를 쓰지 못하고 출근을 하는 악몽을 꾸곤 합니다. 가족이 상을 당하면 휴가가 주어지고, 가족이 아프면 간호를 위해 쓸 수 있는 휴가가 버젓이 있지만 어느 것도 강아지에게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슈렉이는 제 가족이고 아들인데요.  

   

저는 제 한 몸을 스스로 먹여 살릴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 감사하고 규칙적인 생활이 맞는 사람이라 출근하는 것을 비교적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직장을 그만두고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사람이 될 방법이 없을지 궁리를 하게 됩니다. 슈렉이 때문에요.     


슈렉이가 부쩍 귀가 잘 들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도어록 누르는 소리만 듣고도 아빠인지, 엄마인지, 형인지 맞추던 녀석이 도어록을 누르고, 현관문을 열고, 현관 중문을 열고 닫아도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합니다. “슈렉아~ 슈렉아~ 엄마 왔어. 나와 봐!”라고 큰 소리로 불러야 몸을 일으키기 시작합니다.     


그런 슈렉이 귀에 대고 중얼거립니다.

“슈렉아 사랑해. 슈렉아 사랑해. 슈렉아 사랑해. 슈렉아 사랑해.”

이 말이 들리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사랑의 파동은 전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거든요. 더 어릴 때부터 해줬어야 하는 말을 귀가 잘 들리지 않게 되고서야 해주는 것이 미안할 뿐입니다.       


어쨌든 슈렉이는 세상을 떠날 것입니다. 저는 슈렉이가 떠나기 전에 후회 없이 사랑을 해야 하고요. 그래서 마음이 조급합니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을까 봐요.     

견생 첫 출판기념회

주변에 출간 소식을 전했을 때, 왜 단독 출판을 하지 않았느냐, 왜 더 유리한 조건의 계약을 맺지 않았느냐 등 많은 걱정과 우려를 들었습니다. 저는 조건을 따질 수가 없었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슈렉이를 작가로 만들어주고 싶었으니까요. 2023년 1월 5일, 11살 9개월 슈렉이의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포키, 하루, 루키, 루피, 보아, 탁구와 함께 <반려견과 반려인으로 살아가는 법> (메소드) 이라는 책을 썼습니다.    

  


슈렉이는 출판기념회도 했고, 케이크 커팅식도 했고, 저자 친필 사인도 했으며, 도서 증정 이벤트 추첨 룰렛도 돌렸습니다. 슈렉이 얼굴이 들어간 굿즈로 에코백도 만들었습니다. 슈렉이의 하루하루는 더 재미있는 일들로 채워져야 하니까요. 곧 12살이 되는 슈렉이의 삶은 더 풍성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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