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요트 타러 뉴욕으로

팀레이디스를 소개합니다

by 요가언니


팀레이디스는 2023년 9월 Manhattan Yacht Club의 초청으로 뉴욕 허드슨 강에서 펼쳐지는 2023 Lady Liberty Regatta에 참가합니다. 자유의 여신상 앞에서 요트를 타는 여성 세일러들의 꿈같은 대회로 J24 클래스의 플리트 레이스로 펼쳐지며, 국내팀의 초청은 최초입니다.


이번 대회는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모나코, 스웨덴, 아이슬란드, 그리스, 프랑스, 일본 총 10개 국가의 15팀이 출전합니다. 저희 팀은 국가대표도 아니고 전문선수로 구성되어 있지도 않은 아마추어 여성 요트팀으로, 이 대회에서 1등을 해 국위를 선양한다거나, BTS처럼 한국을 널리 알리는 일을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한국에 비인기종목인 요트를 스포츠, 레저로서 즐기는 사람들이 있고, 그중에서도 소수이나마 여성 세일러들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어느 분야에서건 무모해 보이는 도전을 하고 그 안에서 성취감을 느끼고 한 뼘이라도 성장을 추구하고 계신 분들에게, 특히 그런 여성들에게 우리의 뉴욕 대회 참여가 자극이자 디딤돌이 된다면, 그것으로도 가치가 있으니까요.


막상 ‘KOREA’ 이름을 내걸고 대회에 나가려다 보니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저희는 이 대회에서 태극기가 그려진 스피네이커를 사용하게 됩니다. 팀별로 국기가 그려진 스피네이커를 제작해서 사용해야 하거든요. 국가대표가 아닌 우리는 모든 것을 자비로 준비합니다. 자연히 우리의 활동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고, 팀 창단 8년 만에 시간을 거슬러 그동안의 행보를 정리하고 팀의 미션과 비전, 원칙 등을 다지게 되었습니다.


J24 플리트 레이스


2015년 7월 제1회 경기도컵 요트대회 출전을 위해 ‘1인승 딩기요트를 탈 줄 아는 여자’들이 모여서 킬보트 프로젝트 팀 Sail for Lady를 만들었습니다.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급하게 만들어진 팀이었지만, 출전 후 팀원 전원이 킬보트의 매력에 빠져 주말뿐 아니라 평일에도 시간을 내서 연습을 하고, 또 모여서 룰 스터디까지 하기 시작했습니다.


2017년에는 본격적으로 팀의 형태를 갖추고자 Team Ladies라는 공식팀명을 만들고 전국의 J24 대회에 출전하게 됩니다. 더 나아가 2018년 프랑스의 World University Sailing Championship, 2019년 중국의 Women’s Match Race in China 등 해외 대회 참가로 보폭을 넓히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로 주춤했던 해외 대회 참가는 2023년에 재개되어 올 9월 뉴욕의 2023 Lady Liberty Regatta에 출전하는 것입니다.


팀 레이디스는 국내 요트계에 J24 열풍을 불러일으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여성 불모지였던 요트 대회에서 여자 J24팀이 입상하자, 두 번째 여성 J24팀과, 다수의 혼성 J24팀이 연달아 생겼습니다. 저희가 타는 킬보트의 경우 남자부, 여자부 구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요트는 강한 힘이 필요하다는 인식 때문에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습니다. 그런데 팀레이디스가 여자들끼리도 세일링이 가능하고, 심지어 우수한 성적까지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지요. 실제로 올림픽 요트 종목의 경우에는 끊임없이 남자선수, 여자선수 비율을 5:5로 맞추기 위해 노력합니다. 기존 종목을 폐지하고 신설 종목을 만들면서까지요. 아직 국내 요트 엘리트 선수들의 남녀비율은 그렇게까지 따라가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무튼 지금은 다수의 아마추어 J24팀들과 함께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대한민국 요트의 수준을 향상, 활성화시키고 있습니다.


10여 명의 팀원으로 구성되어 있는 팀레이디스는 나이, 국적, 직업 등에 상관없이 모든 여성에게 열려있습니다. 팀원들의 나이 대는 20대부터 50대까지 골고루 분포하고 있으며, 직업 역시 대학생, 대학교수, 회사원, 요트선수, 패션디자이너, 기업 임원까지 다양합니다. 요트 경력 역시 다양해서 중고등학교 때부터 요트를 접한 멤버부터 50세가 되어서야 시작한 사람까지 함께 어우러져 연습하고 훈련합니다. 우리는 요트를 즐기는 것을 넘어 다양한 방식으로 세일링 문화를 알리는 크리에이터 집단이기도 합니다. 유튜브 Sailing Note 채널 운영, 브런치 도시여자의 요트세일링 매거진 발행, 그리고 팀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계정 Team Ladies에 꾸준히 기록을 남기고 있습니다. 종종 언론매체 기고나 인터뷰를 하기도 하고요.


“팀레이디스? 여자팀이란 뜻인가? 팀 여자들?”


팀명과 관련해 이런 질문을 받곤합니다. Team Ladies는 ‘여성’ 세일러를 강조하는 상징적인 팀명입니다. 국내에서 비인기종목인 요트, 그중에서도 소수인 여성 요트인들이 협력, 도전하여 성장하고 성취를 경험할 수 있는 장을 만듭니다.


종종 초중고 요트선수 출신 여자 대학생들과 세일링을 함께 할 때가 있습니다. 초중고 요트부에서 교육과 지원을 받던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고 나면 소속이 없어집니다. 그때부터는 훈련도, 대회출전도 자비로 해결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사실 대학의 지원을 받는 대학 소속 요트선수가 되는 것은 남자나 여자나 힘든 것은 마찬가지이긴 합니다. 그래서 요트선수들이 안정적으로 훈련장과 훈련시간, 코칭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은 지자체 소속 선수가 되는 것인데, 그 자리는 매우 한정적이어서 여자의 경우 8-9석 정도 밖에 안된다고 합니다. 남자의 경우는 5~60석 정도이고요. 초중고에서 꿈을 키우던 많은 요트 새싹들이 그렇게 요트를 그만두게 됩니다.


저희와 함께 킬보트 세일링을 해본 초중고 선수 출신 여성 세일러들은 “이렇게 재미있게 세일링을 할 수도 있네요!”라고 입을 모아 말합니다. 요트 엘리트 교육을 받은 인재들이 능력을 발휘하여 세일링을 즐기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전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저처럼 성인이 되어서야 요트에 입문한 사람은 많은 도움을 받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함께 성장합니다.


스키, 스노보드, 수영, 골프, 요가, 필라테스, 클라이밍, 서핑. 제가 지금껏 즐겨 온 스포츠들입니다. 팀 세일링을 시작하고 나서야 제가 그동안 해왔던 운동들이 ‘개인 스포츠’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축구, 야구, 농구 등 남자들이 어려서부터 경험한 팀스포츠를 살면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입니다. 팀 세일링을 하며 처음으로 협동심, 팀워크, 동료애, 커뮤니케이션의 가치를 경험해 보았습니다. 합숙도 처음 해봤고요. 이것이 바로 우리 팀이 ‘여성의 적극적 참여 독려’를 미션으로 삼는 이유입니다.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을 경험해 보기.


한강에서 이런 세일링이 가능하다는걸 모르는 사람이 많지요

한강에서 세일링을 할 때면, 훌륭한 환경을 누릴 수 있음에 대한 감사함과 이 좋은 것을 나만 누리고 있다는 미안함의 감정이 동시에 올라옵니다. 아무래도 요트 세일링이 등산보다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니까요. 등산이 산을 통해 자연과의 조화, 만족감, 행복감, 안정감 등을 느낄 수 있다면 세일링은 강과 바다에서 같은 가치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을 뿐 아니라 서울에는 한강이라는 넓고도 긴 강이 있어서 세일링에 매우 적합한 환경이 갖추어져 있습니다. 다른 도시의 수역을 모두 가보지는 못했지만, 마리나포털에 의하면 국내에는 28개의 마리나가 설치되어 있다고 합니다. 한국은 영국, 호주 못지않게 세일링에 적합한 국가였던 것입니다.

그 효용을 함께 나누기 위해서 우리 팀이 크리에이터로서의 역량을 발휘하여 요트 문화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입니다. 컨텐츠 제작을 통해 럭셔리 취미가 아닌 씨맨십 Seamanship의 스포츠로의 요트에 대한 인식 전환을 위해 노력합니다. 그렇기에 코로나시기를 겪으며 가족단위, 비대면 스포츠로서 요트를 경험하고 유입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은 반가운 소식입니다.


다만, 요트 인구가 늘 때 유의해야 할 점은 환경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지속가능한 세일링 Sustainable Sailing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팀은 최근 팀 보트에 사용하는 엔진을 석유를 넣는 것에서 전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변경하였습니다. 초기 구입비용이 컸기에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해상에 석유가 누출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가치 있는 결정이었습니다. 팀의 메인 요트를 J70으로 변경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J70의 장점 중 하나는 가벼운 선체 덕분에 크레인을 사용하지 않고도 팀원들의 힘으로 트레일러에 올려 요트를 육상으로 옮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매주 요트를 올리고 내리는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팀 요트를 육상계류합니다. 덕분에 요트 하단에 이물질이 붙는 것을 방지하는 화학물질이 포함된 AF 페인트를 바른 후, 이것이 강이나 바다에 녹아 수질을 오염시키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던 걱정을 덜었습니다. 세일링을 하면서 강, 바다에 떠있는 플라스틱 등 쓰레기를 발견하면 누구랄 것 없이 수거하는 것은 물론이고요. 마리나에서 진행하는 클린 세일러 캠페인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 세 가지가 최종적으로 저희가 추구하는 바입니다. 요트문화의 활성화와 여성의 적극적인 참여 독려. 그리고 지속가능한 세일링. 팀레이디스의 미션이자 비전입니다. 우리는 이렇게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림: Sama (https://instagram.com/y.samsa)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진수식을 거행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