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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속 분노 씨앗이 큰 나무로 자랄 때

6. 로즈 아로마 - 달리기

by 요가언니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해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돌이켜보며 후회하는 일들이 있는 반면, 당시에는 얼떨떨하게 넘겼다가 생각하면 할수록 분노가 올라오는 일들이 있다.

오늘 있었던 일은 후자에 속하는데, 저녁을 먹으며 별일 아닌 듯 가족에게 가볍게 이야기를 꺼냈는데,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마음속에 심어져 있던 분노 씨앗이 무섭게 자라나 큰 나무가 되어 주체할 수 없게 되었다. 오늘따라 요가원도 여름휴가 기간이고, 어떻게든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 나는 운동화를 신고 집을 나섰다.

무작정 걷다 보니 청계천에 이르렀다. 낯선 곳에 오니 내 마음속 분노 나무도 잊은 채 탐험가가 되어 그곳의 풍경을 눈에 담고, 향기를 코로 마셨다. 장마기간 동안 나무와 풀들이 충분히 물을 마시고 갑자기 키가 커진 듯하다. 사람들도 요 며칠 비 때문에 못 나왔던 시간을 보상을 받으려는 듯 삼삼오오 청계천의 불어난 물과, 키 큰 풀들을 신기해하고, 신선한 산소를, 시원한 밤공기를, 상쾌한 물소리를 빠짐없이 흡수하고 있는 듯 보였다.

그냥 5km!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달렸다.


오히려 처음 집을 나설 때는 한바퀴 산책하고 집에 돌아가면 로즈오일로 얼굴과 목을 정성스럽게 마사지하며 분노 가득한 내 마음을 다스리리라 마음먹었었다. 로즈오일은 감정적인 측면에서 불안감과 우울증에 좋기 때문이다. 이 아로마는 심장과 연관되어 있다고도 일컬어지는데, 심장을 안정시키면서도 강하게 한다.


로즈오일은 매우 귀하고 비싼 오일이다. 30g의 불가리아의 다마스크 로즈 오또를 생산하기 위해서 6만 송이의 장미가 필요한 정도이다. 때문에 놀라운 릴랙싱 효과에도 불구하고 목욕에는 차마 사용하지 못하고, 얼굴 마사지로만 특별히 나를 아끼는 마음을 가득 담아 사용하는 오일이기도 하다.


달리는 행위를 마치면 이내 가쁜 숨은 잦아들지만, 몸은 멈추지 않고 지속적으로 열을 내는, 그래서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얼마간의 시간이 있다. 나는 그 시간이 좋다. 내가 움직이지 않아도 몸이 스스로 운동을 하고 있는 듯한 상태의 내가 대견하고, 땀구멍만큼이나 마음이 활짝 열려 스스로에게, 타인에게 너그러워진다.


돌아와서 찬물로 샤워하고 시원한 수박을 먹으며 그 시간을 즐겼다. 행복해하느라 로즈오일 마사지는 그냥 잊고 잠들었다.


상쾌하게 일어난 지금 다시 그 부조리한 곳으로 가기 위해 집을 나섰지만 그곳에서의 나의 삶이 전부는 아니니까. 달리기를 하는, 요가를 하는, 명상을 하는, 아로마테라피를 하는, 그리고 무엇보다 글 쓰는 에디의 삶에 더해 일하는 에디의 삶일 뿐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훨씬 가볍다.





매주 월요일에 만나요


글: 에디 (http://instagram.com/edihealer)
그림: 제시 (https://instagram.com/jessiejihye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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