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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가언니 May 27. 2024

슈퍼카와 요트

몬테카를로 Monte Carlo

모나코 전경. 정박되어 있는 요트 바로 뒤에는 레이싱 서킷


“이 요트 타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이건 개인요트예요.”

“그냥 태워달라는 것이 아니고요, 돈 낼게요. 잠깐 들어가서 구경만 하는 건 얼마예요?”

“프라이빗 요트에는 들어갈 수 없어요.”


20년 전, 요트가 뭔지, 얼마나 비싼 건지 모르는 20살짜리 눈에도 모나코항에 정박되어 있는 요트들은 좋아 보였다. 나는 24박 25일 유럽 배낭여행을 간다고 부모님께 용돈을 두둑이 받은 대학생 배낭여행자. 부모님께 받은 용돈 100만 원이 큰돈이어서 내가 부자인 줄 알았었다. 그때 그 모나코 사람이 요트를 태워줄 테니 돈을 내라고 말하지 않은 것에 감사한다. 물론, 친절하게 프라이빗 요트라고 설명하며 나를 돌려보낸 것도.


주민의 30% 이상이 백만장자라는 나라 모나코. 세계은행 기준 2022년 모나코의 1인당 GDP 추정액은 24만 달러이다. 한국의 1인당 GDP가 3만 달러이니까 우리나라의 8배이다. 세계에서 빈곤율이 가장 낮고, 가장 비싼 부동산을 자랑하는 부자들의 휴양지이자 관광지. 그 명성을 얻는 데에는 온화한 기후와 풍경, 카지노 등도 역할을 했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조세피난처로 개인 소득세가 없다는 사실. 독립 국가로서 모나코는 다른 나라에 세금을 납부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 보니 모나코항에는 유럽의 부자들이 타고 온 요트가 가득하다. 한국에서 보기 힘든 럭셔리한 요트들.


좋은 차만 세울 수 있는 몬테카를로 카지노 입구


요트만큼이나 놀라운 것은 자동차인데, 강남에서나 간간이 보이는 페라리, 람보르기니, 벤틀리가 소나타, 그랜저처럼 흔하다. 그래서 노란색, 빨간색, 검은색 스포츠카는 눈에 띄지도 않고, 금색, 보라색, 이탈리아 국기 색 등 미적으로 뛰어난 모델 정도 되어야 눈길이 간다. 시내 중심에 위치한 몬테카를로 카지노 앞은 슈퍼카 전시장이다. 매일 저녁이 되면 카지노 정문 앞에는 럭셔리카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찍는 인파가 몰린다.


럭셔리카 소유의 최고봉에는 모나코 대공이 있다. 알아주는 자동차 애호가인 레이니어 3세는 클래식 자동차를 필두로 F1 출전 경주용 차량 등의 컬렉션을 시작했는데, 차고에 보관할 수 없는 수준이 되자 대중에게 컬렉션 공개를 시작했다. 그것이 모나코대공 컬렉션 Private Cars Collection of HSH Prince of Monaco이다. 자동차 박물관이랑 다른 점은 경주용 차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모나코대공의 스포츠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확인할 수 있다.


모나코 대공의 개인 컬렉션


실제로 모나코 그랑프리는 1929년에 시작된,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자동차 경주 중 하나이다. 우리가 모나코를 방문한 시기는 5월에 개최되는 2024 모나코 포뮬러원 그랑프리를 위해 서킷을 세우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서킷 건설에는 6주가, 철거에는 3주가 걸린다고 한다. 협소한 도시에서 그것도 시내 한복판에 고성능, 초스피드로 달리는 자동차들이 최상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서킷이 설치되는 것은 모나코만의 큰 볼거리이다. 2015년부터는 포뮬러 E Formula E라는 전기자동차 레이싱 경기도 개최한다.



“나 이게 정말 너무 갖고 싶거든. 어떻게 해야 하지? 모나코 요트 클럽 멤버한테 한 번 부탁해 볼까?”

“뭔데? 클럽 기념품 샵에서 사면되잖아?”

“샵에서 나한테는 안 판대. 모나코 요트클럽 멤버만 살 수 있대.”


그녀가 사고 싶다는 것은 모나코 요트 클럽의 엠블럼. 자동차 번호판 옆에 붙이면 보통 있어 보이는 게 아니다. 자가용도 없으면서 저걸 꼭 가져야겠단다. M은 디자이너라 그런지 눈썰미가 남다르다.


좌 요트클럽 우 모터클럽 엠블럼. 부의 상징


“더 신기한 건 뭔 줄 알아? 모나코 요트 클럽 엠블럼이 붙어있는 자동차 번호판에는 모나코 모터 클럽도 같이 붙어 있다?”

“그런 건 또 언제 봤어?”

“너무 예뻐서 눈에 확 띄더라고.”

“슈퍼카와 요트 중 하나만 가졌으면 진정한 부자가 아니라는 거네. 모나코 부자에도 급이 있나 봐.”


이런 대화를 하며 모나코 요트 클럽을 나서면 에르메스, 셀린느, 디올 등 명품 매장이 즐비하다. 매장은 또 얼마나 고급스럽게 꾸며놨는지, 우리는 쇼윈도에 코를 박고 핸드백, 스카프를 구경하는 게 일상이었다.


드디어 슈퍼카와 요트의 나라 모나코에 도착했다. 비록 엄청나게 비싼 모나코 호텔값을 감당할 수 없는 우리는 모나코 국경너머 프랑스 보솔레이 지역에 숙소를 잡고, 매일 모나코 요트클럽까지 20~30분씩 걸어 다녔지만, 슈퍼카가 즐비한 나라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수상버스를 타고 다녔지만, 그런 것쯤으로 기가 죽지는 않았다. 모나코 요트 클럽의 초청으로 요트 대회 참가를 위해 이곳에 도착한 우리에게, 다양한 요트는 호기심과 경험의 영역이었고 슈퍼카는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으니까.


모나코빌과 몬테카를로를 연결하는 태양열 전기 수상버스. 알베르 2세의 환경에 대한 강력한 의지로 무료로 운행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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