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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가언니 May 13. 2024

작은 예술가 마을

생폴드방스 Saint-Paul-de-Vence

Marc Chagall, <La vie>, 1964/ 매그재단을 설립하면서 매그부부는  ‘샤갈에게 헌정하는 방‘을 위한 대작을 의뢰하였고 샤갈은 이 작품을 제작하였다.


“굳이 무덤을 보러 갈 필요가 있어?”

“샤갈이 말년 20년을 생폴드방스에서 보냈대. 그래서 이곳 공동묘지에 묻힌 거고. 매그재단이란 데가 있는데 그곳에 작품이 많다는데?”

“그렇다면 가봐야겠네.”


니스의 샤갈 미술관 방문 후 샤갈의 매력에 빠졌기에 그가 살던 곳이 궁금해졌다. 아름다운 작품에 영감을 준 곳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매그재단 입구와 매표소/ 정원에 호안 미로의 조각 작품. 평생 본 호안미로의 작품보다 많은 것을 여기서 본 듯.


우버를 탄 김에 언덕 위에 위치한 매그재단 입구에서 내렸다. 대문이 높지도 않은데 얼핏 보이는 정원이 풍기는 포스가 영락없는 부잣집이다. 대문 안으로 들어서니 장관이 펼쳐진다. 보통 정성으로 가꾼 정원이 아니다. 자코메티 작품으로 꾸며진 자코메티 안뜰, 호안미로의 미로(迷路), 샤갈의 벽화 모자이크, 브라크가 디자인한 수영장이 정원에 펼쳐져 있다.  


Fernand Léger, <La partie de campagne>, 1954/ 내 옆에 놓인 테이블도 작품

갤러리스트인 아이메 Aimé 와 마르그리트 매그 Marguerite Maeght 부부는 프랑스 최초의 사립 미술관인 매그 재단을 세웠다. 1950년대 미국을 여행하며 구겐하임 재단, 필립스 컬렉션을 보면서 프랑스에도 사설 컬렉션을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1964년에 세워진 이곳은 이제 브라크 Braque, 미로 Miró, 자코메티 Giacometti, 칼더, Calder, 페르낭 레제 Fernand Léger와 마크 샤갈 Marc Chagall까지 대가들의 13,000점 이상의 작품을 보유한 유럽 최대 규모 중 하나가 되었다. 이곳은 갤러리도 미술관도 아니라고 말하는 매그부부에게서 어떤 자존심 같은 것이 느껴진다. 자연과 예술과 건축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작품이라고 말하는 게 좋겠다. 실제로 음악회나 공연이 종종 열리기도 하고.


잠깐 쉬려고 벤치에 앉았는데 정원이 조각 전시장 그 자체 입니다.


“진짜 좋다.”

“응, (뷰) 진짜 좋다. (이 큰 부동산이 자기꺼라니 이 부부) 정말 부럽다.“


 ‘좋다’, ‘부럽다’라는 표현보다 고급스럽고 문학적인 표현을 하고 싶은데 진짜 좋다는 말 말고는 다른 표현이 거추장스럽다. 대지가 높은 곳에 위치해서 미술관 뒤편 정원에서는 마을의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미술관 앞뜰 정원에는 키 큰 소나무들이 그림처럼 서있다. 남프랑스에서 오렌지 나무가 아닌 소나무를 보는 경험은 특이하다. 이 아름다운 정원을 통창으로 내다볼 수 있도록 갤러리 확장공사가 한창 이루어지고 있었다. 올여름 매그재단의 창립 60주년에 맞춰 완공된다고 한다.   


멀리 보이는 생폴드방스 구시가지로 걸어가는 중


매그재단을 나와 언덕을 걸어 내려가니 저 멀리 동화 같은 생폴드방스 구시가지 마을이 보인다. 샤갈이 친구들과 자주 들렀다는 레스토랑 까페드라플라스 Café de la Place 앞에서는 사람들이 페탕크  Pétanque 를 하고 있다. 쇠구슬처럼 생긴 불 boule로 하는 프랑스 전통 스포츠이다.


골목골목에 예술작품이!

돌계단을 오르면 구시가지 코스가 시작되는데, 이때부터 작은 예술가 마을이 시작된다. 기념품 가게일 것이라 생각했던 작은 상점들이 대부분 갤러리인 것이 놀랍다. 맨해튼이나 청담동과는 다른 소박한 느낌의 갤러리들이다.


14세기 와인샵/ 계단으로 한참 내려간 동굴같은 저장소


갤러리가 너무 많아 오히려 와인샵이나 쿠키샵이 특이해, 들어가 본다. 14세기부터 존재했다는 와인샵은 정말 까브(동굴)를 들어가는 듯 한참 계단을 내려가야 있었고, 지하의 깊이로 한참 내려가니 기온이 서늘해졌다. 이곳에는 와인냉장고가 없었다. 누가 nougat 를 파는 곳은 프랑스 답게 바이올렛 누가, 장미 누가, 라벤더 누가를 팔고 있었다.


누가의 어마어마한 사이즈를 보라!


“자, 이제 찾아보자. 샤갈의 무덤.”

“제일 화려한 무덤 아닐까? 그림이 그려져 있다던가, 꽃이 제일 많다던가.”


구시가지 코스의 끝 공동묘지에 도착했다. 우리나라의 묘지와는 다른 분위기이다. 무덤 위에 조각이 있기도 하고 선인장 화분이 올려져 있기도, 꽃 모양의 본차이나가 있기도 하다. 프랑스 묘지에 본차이나 꽃장식을 올리는 것이나, 현충원 묘지에 알록달록 조화를 올리는 것이나 사람 사는것 다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운 것을 드리고 싶은 예쁜 마음.


그림자에 가려 글씨가 잘 안보이지만 샤갈의 무덤입니다^^


“찾았다! 여기 마크 샤갈이라고 쓰여 있어.”

“오~ 근데 별거 없네?”


가이드북에는 관광객들이 많은 선물을 놔두고 간다고 쓰여 있던데, 이것마저 성수기 비수기가 있나 보다. 우리는 본격적인 휴가철 시작 전인 비수기에 왔으니까. 묘지를 한 바퀴 돌고 나오니 묘지마다 번호가 붙어있고 주요 인물들의 것에는 이름도 쓰여 있다. 그것도 모르고 우리는 샤갈의 것을 찾겠다며 남의 묘지를 꼼꼼히 읽으며 한 바퀴를 돌았네.

 


프랑스에 도착한 지 며칠만에 계절이 변한 느낌이다. 모두가 야외에 나와 태양과 와인을 즐긴다. 이런 여유 시간이 진짜 남프랑스 여행 아닐까. 길지 않은 남프랑스 여행의 끝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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